[주술회전 드림 모음집]

[주술회전 드림] 또라이 보존 법칙 (1)

고죠 사토루, 게토 스구루 드림

*원작X, 개연성X

*주의 : 가볍습니다. 그냥 애들 캠퍼스물이 보고 싶었음

 

 

 


야 헤어져 너 다른 여자애랑 노는 거 다봤어 개새ㄲ

 

아 이건 너무 심한가.

톡톡톡-

우리 헤어져

괜찮나?

 

 

 

 

오후 9:05 [우리 헤어져]

 

 

드디어 보냈다.

 

버튼 하나로 머릿속을 가득 채우던 두려움들이 녹아 사라졌다. 불과 몇 분전까지 천근을 진것마냥 무거웠던 몸이 거짓말처럼 가벼워졌다. 이걸 보내기까지 얼마나 많이 고민하고 또 고민했던가.

 

띠링 띠링-

 

발신자

고죠 사토루

 

“시, 시발.”

 

갑자기 느껴지는 진동에 깜짝 놀라 발작을 일으켰다. 핸드폰 화면에 떠 있는 이름은 내 심장을 뛰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맹세코 설레서 그런 건 아니었다.

떨리는 손으로 거절 버튼을 눌렀다. 잘못해서 응답 버튼이라도 누를까 신중한 손짓이었다.

 

“평소엔 답장도 개느리더니..”

 

차오르는 분노도 잠시 다시 전화라도 올까 나는 바로 대화창을 나왔다. 헤어지면 할 것들은 이미 생각해뒀다. 그 뒤는 물 흐르듯이 자연스러웠다. 그 새끼가 졸라서 올렸던 SNS 게시물을 모조리 삭제하고 같이 찍은 프로필 사진도 내렸다.

불도저처럼 그의 흔적을 지우던 내가 멈칫했다. 좀 너무했나? 그 자식이 나한테 한 짓거리들을 하나씩 떠올려보니 다 하나같이 개같아서 마저 삭제를 눌렀다.

멈춰있던 엄지손가락이 거침없이 ‘발신자 차단’ 버튼을 눌렀다. 붉은 글씨는 이제는 돌이킬 수 없다는 무언의 경고처럼 느껴졌다.

 

“하아..”

 

모든 걸 마친 나는 핸드폰을 저 멀리 던지고 침대에 드러누웠다.

 

 

드디어 이 더러운 연애가 끝이 났다.

 


 

“야, 잠깐 나와.”

 

몇 시간전까지만 해도 내 남친이었던 고죠 사토루는 다시 내걸린 ‘구’남친이라는 타이틀이 몹시도 제 신경을 건드렸는지 무서운 얼굴로 내 앞에 나타났다.

그렇게 질색했던 (구)여친의 전공 수업까지 난입한 걸 보면 좀 빡친게 아닌가보지? 저 고고한 얼굴이 무너진 표정을 보고도 통쾌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이건 그가 연애 중에도 하지 않던 짓이었으니까.

 

“왜.”

“얘기 좀 해.”

“나중에 해.”

“좋은 말로 할 때 나오지? 나야 여기서 해도 상관없긴한데.”

 

진짜 미쳤나? 내가 미간을 찌푸리며 그를 바라봤다. 올려다본 그의 푸른 눈동자는 오직 나를 향하고 있었다. 

시선을 끌대로 끈 우리는 말없이 서로를 노려봤다. 따가운 눈초리에 주춤할 법도 한데 그는 눈 하나 깜짝 안했다. 이 분위기에서도 아무렇지 않은 걸 보면 보통 미친놈이 아니다.

대체 얘랑 그동안 어떻게 사귄거지? 얘 고백을 받아준 나도 보통 미친놈이 아니었다.

"..."

"..."

금방이라도 왜 헤어지자 했냐며 따질 모양새여서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안 그래도 저 자식이랑 사귀는 것 때문에 내 이름이 다른 사람들 입에 수십번 오르내리는데, 이 이상으로 구설수에 오르고 싶지 않았다.

 

“난 할 말 없으니까 나가줄래? 곧 있으면 수업 시작해서.”

“…뭐?”

“아니면 끝날 때까지 기다리던가.”

 

내 말에 고죠 사토루가 어이가 없다는 얼굴로 크게 웃더니 차가운 얼굴로 나를 돌아봤다. 곧 있으면 한 대라도 칠 기세였다. 하지만 아쉽게도 저런 표정을 수도 없이 본 내게는 면역이 있었다.

 

"그래?"

 

쟤는 별 상관 없어 보였지만.

 

 

“너가 먼저 시작한거야.”

 

그가 내게 한 발자국 더 다가왔다. 쓸데없이 긴 다리는 한 걸음만으로 내게 바짝 다가왔다. 동시에 주위가 술렁였다. 고죠 사토루는 그 반응에 웃으며 내 귓가에 얼굴을 가까이 대고 작게 속삭였다.

 

“나중에 와서 빌지나 마.”

 

의문의 말을 귓속말로 남긴 그는 그렇게 강의실을 나섰다. 꺼져 미친놈아. 전해지지 못할 말을 삼키며 책상 밑으로 보이지 않게 그에게 가운데 손가락을 날렸다.

 

강의실에 있던 학생들의 눈이 그를 쫓다가 앞에 있는 나를 바라봤다. 뒷통수가 뚫릴 것만 같았다.

 

 

자퇴하고 싶은 마음은 아무도 모르게 커져만 갔다.

 

 

 

 


 

세상엔 또라이가 많다. 드림주는 이 사실을 대학에 와서 깨달았다. 이걸 모르고 지내왔던 지난 세월도 그렇게 평탄한 길은 아니었기에 그것을 깨달았을 때 별 생각은 없었다. 좀 좆같았다고 생각했을 뿐. 네모의 꿈마냥 주위를 둘러보면 사람들이 징그러울 정도로 가득한데, 그 중에서 자신과 비슷한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지금 당장 아무 강의실만 들어가도 자신의 말에 박박 우기면서 비정상적인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는 걸 티내고 싶어하는 이가 꼭 한두명씩은 존재했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고죠 사토루는 압도적인 또라이였다. 그를 만나기전까지 꽤 많은 또라이들을 겪었지만 그는 그들을 모두 제치고 당당히 마음속 1순위를 차지할 만큼 완전한 또라이였다. 

그래도 눈 감아줬다. 뭐 말은 그렇게 했지만 그와 노는 건 재밌었고 또 가끔이지만 나를 잘 챙겨줬으니까.

"쟤 뭐냐?"

"아.."


그 자식이 어떤 여자와 호텔에 들어가는 걸 보기 전까지. 심지어 혼자서 본 것도 아니었다. 내 옆에는 그가 지 하나뿐인 베프라고 존나게 떠들어대던 게토 스구루도 함께였다.

"사실 알고 있었다고 할 거면 손을 들어서 니 머리를 내려쳐."

"억울하네. 나 진짜 몰랐어. 애초에 사토루는 사적인 얘기는 잘 안해."

 

그래, 그러시겠지. 내 말에 그는 정말 억울하다는 티를 냈다. 사실 지금이라면 그 누구의 말조차 믿기 어려울 것이다. 나는 가던 길을 멈추고 핸드폰을 들어 문자를 확인했다. 혹시나 하는 일말의 희망을 품고서.

 [ 누구랑? ] 오후 7:24

오후 7:26 [ 게토랑 ]

[ ㅇㅋ 집갈 때 연락해 ] 오후 7:27

[ 나 이제 집 들어가는 중 ]

오후 9:48 [ 뭐해? ]

[ 나는 이제 자려고 ] 오후 9:55

하, 10시도 안됐는데 잔다고? 아주 새나라의 어린이 납셨네. 기가 차서 말도 안나왔다. 나는 가만히 팔짱을 끼고 저 멀리 그가 하는 짓거리를 쭉 지켜봤다.

그는 어딘가 거하게 취한 여성을 부축하고 있었다. 좋게 말해서 부축이지 거의 안다시피 한 상태였다. 둘은 다정하게 호텔 로비 안으로 들어갔다. 투명한 유리창 너머로 호텔리어에게 키를 받고 엘리베이터를 타는 그의 모습이 보였다.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닌 것 같았다. 

"다시 나오지 않을까?"

게토 스구루의 말에 우리는 그 앞에서 30분을 기다렸지만, 호텔에선 어느 누구도 나오지 않았다.

하하.. 고죠 사토루

넌 뒤졌어.

 

또라이 보존 법칙

 

 

 

이 짓도 다시는 못한다.

힘들었던 재수 생활 끝에 받은 합격증을 보고 든 생각은 이러했다. 한 해 먼저 학교에 들어간 친구들은 그 정도면 선방한거라며 자신에게 축하의 말을 보냈다.

그 정도면 감사한거지. 친구들이 말했다. 드림주도 그 말에 동의했다. 그래, 이 정도면 감사한거지. 그래서 그녀는 이 학교에 뼈를 묻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그 결심이 무색하게 이 학교에는 또라이들이 참 많았다. 어느 정도냐면, 뭐 자퇴서를 품에 넣고 다닐 정도?

 

 

 

 

“난 여자랑 악수 안 해.”

 

젠인 나오야. 대학교에 와서 팀플에서 만난 첫번째 또라이. 처음 만난 ‘여자’에게 반말이나 찍찍 해대는 한 학번 선배로, 샛노란 탈색머리에 귀에 주렁주렁 걸린 피어싱이 기억에 남았다.

 

“아하하. 다, 다들 라인 아이디가 어떻게 되세요?”

“여, 여기요.”

“저희 친해질겸 말이라도 놓을까요?”

“그럴까요, 아니. 그럴까?”

 

“난 싫은데.”

 

““...””

 

특징이라면 여자애랑 닿으면 죽는 병이 있고 인성이 좀 많이 안 좋다는거? 빌어먹게도 그는 나와 같은 학과였다. 그 증거로 우린 달갑지는 않은 첫만남을 뒤로 하고 학과 술자리에서 다시 만나게 되었다. 그는 여전히 자기 테이블에 앉는 여자들을 쳐내고 있었다.

 

“저 선배는 왜 저래?”

“젠인 선배 술자리에서 여자랑 절대 안 앉아. 저번에는 술도 뿌렸대. 너도 조심해.”

 

후에 알게 되었지만 그는 이미 이 바닥에서 꽤 유명했다. 안타깝게도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새내기였다.

 

“아— 또 어디서 개가 짖네...”

 

드림주의 말을 들은 같은 테이블의 학생들의 눈이 땡그래졌다. 말소리가 급격하게 줄어들고 잠깐 분위기가 차가워졌으나 옆에 있던 말많은 동기가 다시 오디오를 채웠다. 술자리는 언제 식었냐는 듯 곧바로 다시 시끄러워졌다. 복잡한 술자리에서 흘린 말은 흔히 잊혀지기 마련이었다.

 

“니 방금 뭐라고 했냐?”

 

당사자가 그 말을 들어버려 모두 무용지물이 되었지만.

 

야. 야 그만해. 옆에 있던 선배들이 그를 말렸다. 그들의 만류에도 젠인 나오야는 테이블에서 벌떡 일어나 친히 드림주 앞에 섰다.

 

“야. 뭐라고 했냐고.”

 

드림주는 홀짝이던 술잔을 내려놓고 그를 올려다봤다. 두려움은커녕 지루하다는 눈빛이었다. 

젠인 나오야는 그 얼굴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녀의 표정은 마치 같잖은 것이라도 보는 듯했다.

 

“혼잣말이었는데, 들렸어요? 그랬다면 죄송합니다.”

“뭐? 너 미쳤어? 나보다 나이도 어린게 어디-,”

“아 모르셨어요? 저 선배랑 나이 똑같아요.”

 

 

그럼 내가 먼저 말 놓을게?

 

 

그리고 그날 학교 커뮤니티가 뒤집어졌다.

 

 

 


 

“너가 젠인 나오야한테, 뭐?”

“시발 제대로 들었잖아. 왜 못들은 척 하냐?”

“푸하하-!”

“하하 야. 웃겨? 난 하나도 안 웃겨.”

 

드림주의 말에 남자는 배를 잡고 웃어댔다. 드림주는 식은 얼굴로 그를 바라봤다. 한쪽 입꼬리에 있는 흉터를 비죽이며 웃던 그가, 눈가를 훑으며 말했다.

 

“아.. 너도 진짜 골때린다.”

 

후시구로 토우지. 내가 알고 있는 또라이 2순위. 나보다 세 살 많고 유일하게 대학교 오기 전, 내가 중학생일 때부터 알던 옆집 오빠동생 사이였다. 사실 말만 오빠동생이지, 편하게 대하라는 말을 들은 이후 냉큼 맞먹고 있다.

 

‘그거 맛있어요?’

‘..해볼래?’

 

첫만남부터 담배를 뻑뻑 피고 있던 그는 보통 또라이가 아니었다. 까먹었을까봐 다시 말하지만 그는 내가 중학생 때 처음 만났다.

 

“야. 너 알고 있었지.”

“뭘?”

“젠인 나오야. 나랑 같은 학과인 거.”

“몰랐는데?”

 

곁눈질로 훔쳐본 그는 정말로 모르는 눈치였다. 애초에 그는 표정을 잘 숨기는 편이라 그가 맘먹고 숨기면 난 눈치도 못 챌게 뻔했다. 그래서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다.

 

“그래. 너한테 기대한 내가 바보지..”

“뭐? 오냐오냐하니까, 이게.”

 

그가 내 머리를 커다란 손바닥으로 꾹꾹, 눌렀다. 악력이 얼마나 센지, 바닥에 머리를 처박을뻔 했다.

 

“아 아. 잠시만.”

 

내가 그를 향해 손을 휘젓자 그가 다른 손으로 내 손목을 잡아 끌어내렸다. 잡힌 손목이 얼얼했다. 그렇게 그와 복도에서 투닥거리고 있는데, 갑자기 우리 앞에 커다란 인영이 다가왔다.

 

“어이.”

 

그 목소리에 서로의 머리채를 잡고 있던 우리 둘의 시선이 앞을 향했다. 눈 앞에는 두 장신의 남자가 서 있었다. 

하얀 백발에 푸른 보석을 박아놓은 눈을 한 남자. 그는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로 삐딱하게 우리를 불러세웠다. 자세가 얼마나 불량한지, 자칫하면 도망갈 뻔했다.

슥 시선을 돌리자 옆에는 새까만 긴 머리를 하나로 동그랗게 묶은 남자가 있었다. 흘러내린 앞머리와 날카로운 눈매가 퍽 인상적이었다. 그는 한쪽 어깨에 백팩을 메고 우리를 흥미롭다는 듯이 바라보고 있었다.

그 엄청난 시선에 갑자기 숙연해진 내가 천천히 그를 잡고 있던 손을 놓았다. 머리를 정리하며 내가 힐끗 토우지를 바라봤다. '너 쟤네랑 알아?' 내 시선에 그가 작게 어깨를 으쓱였다. 

'몰라'

전혀 모른다는 뜻이었다.

하.. 진짜 도움이 안되는 자식.

눈 앞의 저 둘은 익히 들어 알고 있는 이들이었다. 주변에서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들은 찬양들이 떠오르며 저절로 후광이 비쳤다. 유명인답게 엄청난 인파를 몰고 온 그는 유려한 미소를 걸고서 우리에게 말을 걸었다. 누가보면 내 번호라도 따가는 줄 알겠다. 속으로 그런 말도 안되는 생각을 하는데, 그가 손가락으로 나를 콕 집어 말했다.

 

“너 걔 맞지? 젠인 나오야한테 개겼다던.”

 

아니 정정한다. 그들은 ‘우리’가 아닌 ‘나’를 찾아온 것이었다.

그 행동에 웅성거림이 강해졌다. 난 너무 놀라서 아무 말도 못하고 그저 입만 뻐끔거렸다.

지금 고죠 사토루가 날 부른거야? 

이 사람들 앞에서?

 

 


 

 

 

고죠 사토루는 알려진 것에 비해 소문이 무성했다. 어느 유명한 대기업의 아들로 재벌이라나 뭐라나. 타고 다니는 자가용만 해도 억! 소리가 날 법한 것들이고 몸에 걸치고 있는 것도 네임이 적혀있지 않지만 저걸 팔면 등록금 정도는 그냥 낼 수 있을 거라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것은 저 얼굴이었다. 고죠 사토루의 얼굴은 인간문화재로 지정해야한다는 말이 돌 정도로 교내에서는 유명했다. 학교 커뮤니티에 그에 대한 게시판을 만들자는 말이 돌았으니 말 다했지.

 

그런 그는 항상 게토 스구루와 붙어다녔다. 고죠 사토루처럼 화려한 외모의 미남은 아니더라도 그는 여자를 여럿 울렸을 미모를 가지고 있었다. 붓으로 그려낸듯한 외모는 고죠 사토루 못지않게 인기가 많았다. 다가오는 사람들마다 누구에게나 친절한 그의 성격이 한몫 할거라는 의견도 있었다.

 

 

아.. 그래?

 

그 소문을 들은 드림주는 덤덤했다. 어차피 그들이 사는 세상 아닌가. 자기와는 상관없는 이들의 이야기이다. 저들을 신경쓰기엔 드림주는 이미 젠인 웅앵웅과의 팀플 덕분에 학교 생활이 더할나위 없이 피곤했다. 고오맙다 젠인 나오야. 드림주가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

 

그랬는데, 왜 내 앞에 그 고죠 사토루가 있는거지?

“너 유명하잖아.”

“네?”

 

그쪽만 할까요.

드림주는 그 얼굴을 보고 잠깐동안 사고가 정지됐다. 왜, 사람이 너무 아름다운 것을 보면 없던 전의도 상실된다고 하는 말도 있지 않나.

 

“너 아냐? 스구루, 얘라고 하지 않았나?”

“어 맞아.”

 

고죠 사토루가 옆에 있던 게토 스구루에게 말을 걸며 확인을 하더니 나에게 성큼성큼 다가왔다.

 

“휴대폰 있지? 줘 봐.”

 

다짜고짜 휴대폰을 달라는 그는 정말로 막무가내였다. 소문 중에 그가 뻔뻔하다는 말도 있었나하고 잠깐 생각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드림주의 손은 저절로 주머니를 향하고 있었다. 자신의 휴대폰을 받아든 그는 키패드를 몇 번 두드리더니 어딘가로 전화를 했다. 그리고 머지않아 그의 주머니에서 얕은 진동이 울렸다.

 

그 모습을 본 내가 기함했다. 뭐야 이거? 드디어 내가 미쳐버린건가?

 

당황한 드림주는 친절히 연락처에 자신의 이름을 저장하는 그를 멍하니 바라봤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이미 손 안에는 처음보는 연락처가 적힌 휴대폰이 있었다.

 

[고죠 사토루]

 

“다른 애들한테 알려줄 바보는 아니라고 믿을게.”

 

협박아닌 협박을 한 고죠 사토루는 씩 웃으며 뒤를 돌았다. 그에 옆에 있던 게토 스구루도 덩달아 발을 돌리더니 , 하고 뭔가 잊은 것을 두고 온 사람처럼 다시 나를 바라봤다.

 

“종종 인사하자.”

 

나를 보며 빙긋 웃는 그 모습에 주위에서 작게 환호하는 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대부분 여학생들의 것이었다. 하지만 나는 혼자 심각해졌다. 

우리가 왜 인사해? 너희, 내 이름은 알아? 그들을 향해 그렇게 묻고 싶었다.

둘이 복도를 가로지르자 사람들이 그 뒤를 따랐다. 복도를 가득 채우던 군중들이 파도처럼 쓸려갔다. 사람들 사이에서도 키가 큰 둘은 유독 눈에 띄었다.

 

“..쟤넨 또 언제 꼬셨냐?”

“꼬셨겠냐?”

 

이 와중에도 후시구로 토우지는 저딴것도 질문이라고 나에게 물었다. 나는 마른 세수를 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왜 나한테만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거지? 

이번 일은 또 커뮤니티 핫게시물에 얼마나 올라와 있을지 토우지와 내기를 했다.

 

3일.

3일 받고 이틀 더.

 

이런 걸로 밥내기나 하는 내 인생이 레전드다. 내 말에 후시구로가 고개를 끄덕였다. 앞으로의 학교생활이 정말 기대되어 눈앞이 캄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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