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후/BL] 노인과 청년 / 백업

[태후/BL] 노인과 청년 (前) 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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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과 함께 돌아가야 하는 윤슬은 먼저 밖으로 나와 차에 기댄 채로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그런 윤슬을 보고 알아본 이가 윤슬에게 다가와서 말을 걸었다.

"한윤슬, 대령님?"

"…?"

윤슬이 하늘에서 시선을 떼고 고개를 내리자 자신이 특전사일 때 시절 만났던 기억이 있는 이가 군복을 입은 채 서 있었는데 그의 어깨와 모자에는 상사라는 직급을 보이는 견장이 붙어있었다.

"이현수 중사, 아니 이제는 상사인 겁니까."

"네! 상사, 이현수! 소장님께 인사드립니다. 단결!"

"…단결. 이렇게 만나다니 신기한 인연입니다."

그는 윤슬이 전역하기 전 경호임무에서 만났던 인물로 그때 부상을 당해 윤슬이 응급치료를 해줬던 이이기도 했다.

다행히 큰 부상은 아니었던 터라 금방 털고 일어났다 들었던 인물을 이렇게 우르크에서 다시 만날 줄은 윤슬도 몰랐다.

현역일 때도 만나기 힘들었던 사람들을 전역을 하고 더 잘 만나는 듯한 느낌에 윤슬은 묘함을 느끼긴 했지만 지금은 눈 앞에 있는 이가 하는 말을 가만히 들었다.

"전역하셨다고는 들었습니다. 큰 부상이라는 말도 들어서 찾아뵙고 싶었는데 아무래도 소식을 들을 수가 없어서 찾아뵙지는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굳이 죄송할 필요 없습니다. 저는 괜찮으니까 이현수 상사야 말로 다치지 말고 잘 지내시길 바랍니다."

"예, 그럼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또 뵙겠습니다. 단결!"

"…단결."

윤슬은 그가 몸을 돌려서 가는 것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어느새 자신의 근처까지 다가온 시진이 말을 거는 소리에 시진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한선생님."

"끝났습니까?"

"예."

"그럼 가도 되는 겁니까?"

"예, 서상사랑 명주는 조금 더 걸릴 것 같거든요."

"…."

그제서야 명주의 상대가 대영이었음을 눈치챈 윤슬은 사단장실이 있는 방향을 잠시 쳐다봤지만 곧 시진에게로 시선을 돌리고는 차에 올라탔다.

올 때와 달리 약효가 돈 덕에 가는 길에는 창문을 살짝 연 채로 가만히 창밖을 바라보던 윤슬은 잠시 주유소에 들리겠다는 시진의 말에 짧게 알겠다는 말로 답했고 시진은 그런 윤슬의 말에 한숨을 되삼키면서도 착실하게 주유소 안에 차를 멈춰세웠다.

"한선생님은 하나도 안 궁금하십니까?"

"뭐가 말입니까?"

기름 냄새가 싫다며 멀리 떨어져서 앉은 윤슬에게 시진이 묻자 윤슬은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면서 답했는데 그런 윤슬의 모습에도 시진은 덤덤하게 자신의 질문을 이었다.

"명주랑 서상사 말입니다."

"…대략적으로는 윤중위에게서 들은 적 있습니다."

"거기에 제가 얽혀있다는 것도 말했습니까…?"

시진의 물음에 하늘에서 시진에게로 시선을 돌린 윤슬은 덤덤한 얼굴로 시진을 쳐다보다가 가볍게 수긍했다.

"예, 사령관님이 사윗감으로 아주 맘에 들어하는 사람이라고 했었습니다."

"…."

"근데 유대위님도 별로 달갑지는 않으셨나 봅니다."

시진의 얼굴을 가만히 쳐다보던 윤슬이 그렇게 말하자 어색하게 웃어보인 시진은 잠시 아무말이 없다가 주유를 정리하면서 말했다.

"명주는 친한 후배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거든요."

"그렇습니까."

"하지만 이제 사령관님 눈 밖에 났으니까 괜찮습니다."

"그래도 서상사님과 윤중위가 그리 밝은 미래를 가질 것 같진 않는데, 맞습니까?"

"…예, 항상 힘든 일은 서상사가…, 어?"

시진은 말하면서 주유비를 계산하기 위해 걸음을 옮기다가 가게에서 뛰쳐나오는 아이와 부딪혔고 뒤이어 안에서 가게 주인으로 추정되는 남자가 뛰어나와 아이의 멱살을 잡아챘다.

하지만 곧 아이에게 접근한 윤슬이 남자에게서 아이를 떼어내고 아이를 살피더니 단호한 음성으로 남자에게 물었다.

"[당신, 홍역 예방접종 받았어요?]"

"[뭐?]"

"[이 아이 홍역입니다. 접촉자인 당신이 만약 접종을 받지 않았다면 당신도 체크대상이라는 말입니다.]"

"[난, 받았는데….]"

"[그럼 당장 씻고 가게 내부 소독 하는 게 좋을 겁니다. 아이는 우리가 데리고 가겠습니다. 괜찮습니까?]"

윤슬의 단호한 말에 가게 주인으로 추정되는 남자는 수긍하면서 물러났고 약품은 윤슬이 자신들이 구매하는 것으로 할테니 가지고 돌아가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했다.

그렇게 시진이 값을 치르고 돌아올 동안 차량 뒷좌석에 아이를 눕힌 윤슬은 아무것도 안 가지고 온 탓에 시진에게 일단 메디큐브로 돌아가 의료키트와 함께 모연도 데리고 오자고 했고 시진은 알겠다는 말을 끝으로 차를 출발 시켰다.

이곳에 있는 이들 모두 예방백신 접종을 받은 상태이므로 감염 위험은 없었지만 혹시나 이곳을 찾아오는 아이들과 마주칠 것을 염려해 윤슬은 아이와 함께 차에서 내리지 않았고 시진만이 부대로 들어가 쉬고 있던 모연과 함께 의료키트를 들고 돌아왔다.

"안 쪽에 상황 설명은 가면서 하는 걸로 하고 바로 출발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조금만 더 늦으면 손 쓰기 힘들 수도 있을 것 같아서 말입니다."

"예, 그럼 출발하겠습니다."

모연은 차에 올라타자마자 시트 너머로 아이의 상태를 체크하고는 마을에 있을 다른 아이들의 상태도 걱정된다면서 시진에게 들어서 일단 필요한건 더 챙겨왔다면서 윤슬에게도 의료키트를 건네주었다.

일단 응급치료로 아이의 상태에 맞춰서 약을 처방한 윤슬은 차가 나아갈수록 호전되는 아이의 상태에 조금이지만 안도를 할 수 있었지만 곧 도착한 마을의 상태를 보고 얼굴을 굳히고는 내리기 전 두 사람에게 말했다.

"교전도 염려해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무슨 말이에요?"

"여기, 일반 마을이 아니라 인신매매를 위한 도깨미 마을일 확률이 높습니다."

"도깨비 마을, 말입니까?"

"예, 누가 관리하는 마을인지는 모르겠지만 한시라도 빨리 지원요청 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이 정도 인원의 아이들이 도망도 못 치고 이곳에 억류되어 있는 걸 보면 작은 세력은 아닌 것 같으니까 말입니다."

"…알겠습니다."

"저는, 어떻게 해야하죠?"

모연이 두려움에 질린 얼굴로 시진과 윤슬을 번갈아 쳐다봤고 그에 윤슬과 시진이 굳은 얼굴로 단호하게 말했다.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맞습니다. 저희가 지키겠습니다."

두 사람의 단호함에 점차 안정을 찾은 모연은 곧 의사로서의 얼굴을 하고 차에서 내리면서 말했다.

"믿을게요."

그런 모연의 말에 긴장으로 물들었던 시진과 윤슬의 얼굴에 작은 미소가 지어졌고 곧 시진은 무전을 남기고 차에서 내리고 윤슬은 아이를 품에 안은 채로 차에서 내렸다.

처음엔 낯선 이들의 등장에 긴장을 하던 아이들은 모연의 어깨에 메인 십자가 표시와 자신의 마을 아이가 품에 안긴 것을 보고 주춤 물러났다.

그에 모연과 윤슬은 시진의 시선 아래에 마을 안 쪽으로 걸음을 옮기다가 아픈 아이들이 누워있는 곳을 발견하고 그쪽으로 다가갔다.

윤슬이 조심스러운 손길로 그 아이들 곁에 아이를 눕히자 경계어린 시선으로 그들을 바라보던 아이들의 시선은 조금 누그러들었지만 그 안에 석인 경계심만은 거둬지지 않았다.

"[아이들, 언제부터, 아팠지?]"

시진이 우르크 현지어로 물었지만 아이들은 입을 꾹 다문채 눈치만을 보기 바빴는데 그것을 확인한 윤슬은 덤덤하게 말했다.

"입막음 당했나 봅니다. 절대 입을 열리가 없습니다."

"하아, 어쩌죠. 홍역이 확실한데."

"[외부 사람하고 말하면 3일을 굶어야 되거든.]"

그 때 그들의 뒤에 빨간 원피스를 곱게 입은 긴 머리의 소녀가 불쑥 끼어들자 그들의 시선이 전부 그 소녀에게로 향했다.

소녀의 말은 윤슬의 말처럼 입막음을 당했다는 말에 대한 증거가 되었고 그에 시진이 그 소녀를 의심어린 시선을 쳐다보면서 물었다.

"[넌 우리랑 말해도 괜찮아?]"

"[난 이제 상관없어.]"

소년의 말에 윤슬의 소녀의 상황에 대해 추측이 가능했고 무언가 설명하려는 모연의 앞을 막아섰다.

어차피 이런 상황 속에서 사는 아이들은 이곳에서 살 바에 죽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다반사임을 알고 있는 윤슬은 이 아이들에게는 설명보다는 거래를 하는 게 더 효율적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넌 군인을 믿나?]"

"[하? 군인을 믿냐고? 미쳤어?]"

"[그래. 좋아. 그럼 거래를 하나 하는 건 어때?]"

"[무슨 소리야.]"

"[네 말처럼 군인은 믿을 게 못 되지만, 의사는 믿을 만 하지 않아?]"

"[….]"

"[그니까 군인이 보호하는 울타리 속에 있는 우리 의사들이 너희를 보호하는 울타리가 되어 줄테니, 아이들을 치료할 수 있도록 도와줘.]"

그것은 군인이었으면서도 의사인 윤슬만이 할 수 있는 말이었다.

아무리 군인들이 등을 돌려도 의사들 만큼은 너희들을 절대적으로 보호해주는 울타리로서 남아주겠다는 그 말을 이해한 소녀는 윤슬의 말에 잠시 고민을 했지만 곧 윤슬의 거래에 응했다.

"[넌 오늘 이곳에서 떠날 차례인 게 맞지?]"

"[맞아. 오늘이 내 차례야.]"

"[그럼 오늘 너를 데리러 이곳의 주인이 올거야. 그럼 넌 아무것도 하지말고 저 사람 뒤에 숨어.]"

"[…왜?]"

"[그래야 우리가 너를 제대로 보호할 수 있어.]"

"[…노력해볼게.]"

"[좋아. 그럼 이제 아이들을 모아줘.]"

윤슬의 말에 소녀는 아이들에게 상황을 설명했고 아이들은 잠시 술렁이다가 조용히 그들의 말대로 아픈 아이들을 모아주었고 그 외에 이곳 저곳에 퍼져있던 아이들도 불러 모아줬다.

한시라도 빨리 이 아이들을 이곳에서 데리고 나가야만 했다.

절대 이곳을 관리하는 주인이 좋은 이가 아님이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운명은 그리 쉽게 바뀌는 것이 아니었다.

만날 이들은 결국, 만날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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