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후/BL] 노인과 청년 / 백업

[태후/BL] 노인과 청년 (前) 01

00. 인연의 시작

-out

한 두 명도 아니고 여러명이 모인 집단에서 구타당하고 있는 이들이 있었는데 그 장소는 병원부지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장례식장 뒷쪽인 탓에 우연치 않게 지나가던 인물들에 의해 발견되었다.

"어이- 거기 형님들! Everybody 동작 그만-"

깔끔하게 무채색으로 이루어진 세미정장 차림의 남자가 그렇게 말문을 열면서 패거리로 보이는 이들을 향해 걸음을 옮기자 뒤에 서있던 캐주얼 차림의 남자도 그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그런 두 남자의 행동에 사람 두명을 집단 구타하던 모든 이들이 그쪽으로 시선을 돌렸고 그들 중에서 두 남자를 알아본 이가 한 명 있었다.

"늬들은 또 뭐세요. 그냥 가던 거 쭉 지나가세요. 괜히 장례식장와서 객기 부리지 마시구요."

리더 격으로 보이는 이가 두 남자들에게 비꼬듯이 말했지만 캐주얼 차림의 남자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구타당하던 인물들 중 한명에게 다가가더니 시선은 자신을 알아본 듯한 소년에게 고정한 채로 말을 이었다.

"우리가 얘한테 볼일이 좀 있거든."

"볼일 있으면 줄서. 지나가던 십장생놈아."

그렇게 말을 받아치고는 낄낄거리면서 패거리들이 웃었지만 남자는 변함없는 얼굴로 소년을 쳐다봤고 그에 소년은 남자에게 매달리면서 살려달라고 빌기 시작했다.

눈은 부어서 떠지지도 않고 피부가 찢어진건지 피가 흘러내려 엉망이 된 소년은 자신의 상태를 살피기보다는 이 상황을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더 강한 것인지 남자에게 간절하게 부탁했다.

살려달라고. 도와달라고.

그에 남자는 소년과 시선을 맞추기 위해 다리를 굽혀서 몸을 낮추더니 덤덤하게 소년에게 이유를 물었다.

하지만 소년은 그저 살려달라고 폰은 돌려주겠다면서 빌 뿐이었고 그에 세미정장 차림의 남자가 뭐라 투덜거렸지만 정작 질문을 던진 남자가 원한 답은 옆에 무릎을 꿇은 채로 앉아있던 소년에게서 나왔다.

"기범이가 써클 탈퇴한다니까 탈퇴비 내야한다 해서… 500만원이요…."

그에 그들을 쳐다보던 이들은 어이없다듯이 웃었고 정장차림의 남자는 경악스럽다듯이 소년과 시선을 맞추기 위해 다리를 굽힌 채 앉아있던 남자를 툭툭 치면서 원래 이런거냐면서 질문을 던졌다.

그에 다리를 펴고 일어난 남자는 덤덤하게 그의 질문에 답할 뿐이었다.

"물가가 많이 올랐지 말입니다."

남자의 말을 들은 패거리들의 얼굴은 싹 바뀌었고 그 중 리더격으로 보이는 인물은 자신이 앉아있던 곳에 내려서면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동종업계 분이셨구나. 그럼 쟤 뒤져봐야 개털인데 그쪽이랑 나랑 해결해볼까?"

"좋은 생각이야. 나랑 해결하자. 돈이 문제면 돈으로 해결해야지. 형이 돈이 좀 많아. 자신있는 놈 있음, 이 지갑 가져가봐. 그럼 다 줄게."

"진짜냐?"

"진짜죠?"

단호하면서도 담담한 말투로 말을 잇는 남자가 자신의 지갑을 꺼내들어서 하는 말에 리더격으로 보이는 이는 물론 그의 옆에 있던 남자 또한 사실여부를 물었는데 그에 남자는 조용히 옆에 있는 이에게 빠지라는 말을 하고는 다시금 패거리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진짜. 내가 얘 형이야. 이름이 뭐라고?"

"…기범이요. 김기범."

"기범이 형이야. 이 지갑 가져가면 탈퇴비 쏜다. 가져가 봐."

"어우…."

남자의 말에 패거리들 중 일부는 나이프를 꺼내들면서 다가서기 시작했고 옆에 있던 남자는 한걸음 물러서면서 그에게서 멀어졌다.

"빈 지갑이면 죽는다. 이씨…."

"에이씨!"

그 순간 나이프를 들고있던 인물들 중 하나가 나이프를 든 손을 휘두르면서 먼저 남자에게 달려들었고 남자는 변함없는 무표정으로 들고 있던 지갑을 무기 삼아 그들을 제압했다.

"야아… 너네 칼도 갖고 다녀? 어? 참, 안되겠다 니네. 이 조직 못 쓰겠다. 해체하자 오늘. 칼있는 놈들 칼 다 꺼내고 총있는 놈들 총도 다 꺼내. 한꺼번에 덤벼"

뒤로 물러서 있던 남자가 바닥에 떨어진 나이프를 주워 들어서 살피면서 말하더니 곧 나이프를 뒤로 던지면서 말을 이었고 그에 패거리들 모두가 품에 있던 나이프를 꺼내들어 공격할 자세를 취했다.

"야, 쪽수로 밀면 우리가 이겨."

리더 격으로 보이는 인물이 그렇게 말하면서 달려들려는 순간 그곳에서 가장 낯선 목소리가 그들 틈에 끼어들었다.

"쪽수로 밀기엔 실력차이가 너무 심해보이는데… 판단력이 흐려진건지 대장이 내리는 명령이 매우 부당한 것 같습니다?"

장난스러운 말투지만 목소리 자체가 낮아 질책하는 듯한 말에 그곳에 있던 모두가 그 목소리가 들린 방향을 쳐다봤고 그곳에는 새하얀 가운에 달린 주머니에 양손을 찔러넣은 의사가 서있었다.

"음지의 인간들이 왜 양지에 나와서 행패질인지는 모르겠지만 여기 해성병원 부지 내에서 폭력사태라. 가드 분들은 대체 뭘 하시는지 참 궁금해지는 순간입니다."

"당신은 또 뭐야?"

"안과 좀 가보시는 게 좋겠습니다. 눈에 맺히는 상을 뇌가 인식을 못 하는 듯 싶으니 말입니다."

"뭐? 이 자식이-?!"

욱한 것인지 얼굴이 일그러진 이를 향해 한걸음 한걸음 다가온 그는 서늘한 회안을 빛내면서 나지막하게 말을 이었다

"난 의사고, 당신보다 사람들이 어딜 찔리면 아파하고 어딜 찌르면 죽는지 쯤은 잘 알고 있습니다."

"…"

"내가 손을 뻗는 게 빠를 것 같습니까. 당신이 나에게 손을 뻗는 게 빠를 것 같습니까."

"…야, 가자."

잠시 그와 눈 싸움을 하듯이 시선을 마주치고 있던 이가 말문을 열자 흉흉한 기색이던 이들이 곧 어리둥절한 얼굴을 했지만 곧 버럭 소리 치는 목소리에 주춤하면서 뒤로 물러섰다.

"다시 만나는 곳이 수술대 위가 아니길 바라겠습니다."

"…"

싱긋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맑게 웃어보이는 그의 행동에 얼굴을 와그작 구긴 그는 곧 패거리와 함께 모습을 감췄고 그것을 확인한 그는 웃음을 거두고 몸을 돌려서 상처로 뒤덮힌 두 소년을 쳐다봤다.

"거기 군인분들 환자 좀 옮깁시다."

"예?"

정장차림의 남자가 되묻자 가운 차림의 그가 남자를 향해 눈동자만을 굴려 쳐다보면서 말을 이었다.

"환자 좀 옮기자고 말했습니다만 귀에 문제가 있으신 겁니까? 진료를 받으셔야 하는 거라면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아, 아뇨. 됐습니다."

"전 이 쪽을 맡겠습니다."

"예? 예. 알겠습니다."

캐주얼 차림의 남자가 기범이라고 했던 소년을 부축하면서 말하자 정장 차림인 남자는 떨떠름한 얼굴로 그 옆에 앉아있던 소년을 일으켰는데 순간 소년이 휘청거리는 것을 붙잡아 주면서 남자가 움찔했다.

그들의 행동을 눈 여겨 쳐다보던 의사로 추정되는 남자는 그 때까지 주머니에 넣어두었던 자신의 손을 꺼내면서 소년을 부축하려는 남자를 뒤로 물리고 자신이 소년을 부축하고는 걸음을 옮겼다.

"엑? 뭡니까? 아니, 제가 그렇게 못 미더운 겁니까?"

황당하다듯이 말하면서도 남자는 그들의 뒤를 잠자코 따라서 걸음을 옮겼고 그들이 응급실 내부에 모습을 드러내자 몇몇 사람들이 놀라면서 그들에게 달려왔다.

"한쌤! 무슨 일이에요?"

"폭행중이던 이들 사이에서 잡아왔습니다."

그리고 다른 소년을 부축하고 있던 남자는 그들 중에서 한 사람을 보고는 멈춰섰는데 그 이유로 추정되는 인물은 바로 군복 차림인 여성이었다.

그 상황에서 가만히 서있던 다른 남자가 소년을 대신 부축하면서 응급실 안 쪽으로 걸음을 옮겼고 여성과 마주한 남자는 여성의 말에 따라 다른 쪽으로 모습을 감췄다.

그리고 응급실 안에서는 한쌤이라고 불린 남자의 말에 옆에 와서 두 환자를 확인하던 또 다른 의사가 그에게 얼굴을 찌뿌리면서 말했다.

"범인은 이 사람들이죠?!"

"예?! 아닙니다. 저희들은 이 녀석들 구해준 선량한 시민이지 말입니다?"

정장을 입은 남자가 웃으면서 하는 말에도 그들을 의심하는 눈을 거두지 않은 의사는 곧 옆에서 환자의 상태를 확인하던 한쌤이라 불린 이의 중재로 조금이지만 누그러진 얼굴을 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가 현장에 있었습니다. 저 사람들, 선량한 시민 맞습니다."

그렇게 말하면서도 환자에게 필요한 응급처치와 검사할 항목을 체크한 그는 곧 서있던 정장 차림의 남자를 쳐다보면서 말을 이었다.

"부대 복귀 언제이십니까?"

"저, 말입니까?"

"제가 쳐다보는 사람이 당신 말고 더 있습니까?"

"아…, 오늘 휴가이지 말입니다?"

"그럼 잠시 시간 좀 내주셨음 좋겠는데 괜찮으시겠습니까?"

"이거 작업입니까?"

웃으면서 장난끼 가득한 말투로 묻는 그를 아무말없이 그가 쳐다보자 모든 이들이 그를 묘하게 쳐다봤고 그 분위기에 어색하게 웃은 남자는 버럭 소리 지듯이 장난이라면서 그 상황을 무마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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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몰입하는 페가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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