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후/BL] 노인과 청년 / 백업

[태후/BL] 노인과 청년 (前) 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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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며 누워있던 나는 달칵하는 소리와 함께 열리는 문에 느리게 그쪽을 향해 시선을 돌렸고 그 시선의 끝에는 방역복을 입은 유대위님이 서있는 것을 보고 누워있던 몸을 일으켰다.

"검사 결과 나왔습니다."

"그렇군요. 그래서 결과는 어떻게 되나요?"

"전원 음성으로 나왔습니다."

그의 말에 나는 속으로 불안해하던 마음이 조금이나마 나아지는 것을 느끼고 입가에 미소를 머금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가 무어라 말하려는 순간 그의 허리춤에 있는 듯한 무전기를 통해 다급한 목소리로 무전이 들려왔고 그 의미를 알고 있는 그는 곧장 얼굴을 굳히더니 잠시 실례하겠다는 말을 끝으로 병실을 박차고 나갔다.

하지만 군인이었던 자신이었기에 그게 무슨 의미를 뜻하는지 쯤은 예상이 됐다. 그저, 무전 암호가 바뀌어 다른 의미일 경우도 있기에 먼저 움직이지 않은 것 뿐이었다.

"문제발생이라…."

수액의 양을 확인한 나는 망설임없이 더이상 수액이 내려오지 못하게 막은 뒤 링거바늘을 고정한 것을 떼어냈다.

마지막으로 바늘을 뺀 부분은 서랍 위에 올려져 있던 소독 약품 사이에 있던 거즈를 통해 압박을 한 다음 대충 테이핑을 해두었다.

음성 판정을 받았기에 공식적인 격리해제이기도 했고 무엇보다 감염되었다는 후배, 윤중위의 상태를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

병실 앞에 도착한 나는 안에서 들려오는 그녀의 목소리에 선듯 안쪽으로 들어갈 수가 없었다.

"의학에서 반반이면 엄청난 확률입니다. 저 안 져요. 꼭 견뎌낼게요. 걱정 마세요. 아빠."

의학은 절대적으로 백퍼센트라는 상황이 없었고 아무리 좋지 않은 상황이어도 좋은 결과가 나올수도 있고 아무리 좋은 상태여도 급작스럽게 악화될 수 있기 때문에 의료진은 환자의 상태에 예민해야 하고 언제나 최선을 다해 그들을 치료할 수 밖에 없었다.

"대신 제 부탁 두 개만 들어주세요. 첫 번째는, 저 좀 용서해 주세요. 아빠. 파병 오기 전에, 중위 윤명주, 딸 윤명주 모두 잃을 거라고 협박했던 거… 잘못했어요. 아빠… 정말 죄송해요."

그녀의 목소리에 울음이 섞이는 것에 나는 천천히 고개를 숙일 수 밖에 없었다.

"두번째는, 나 다 나으면… 나 진짜 안 죽으면… 서상사 군복 벗기지 마세요. 그러지 마요. 아빠…… 음? ……나 그 때 다 들었어. 근데 둘이 같이 있는 게 너무 좋아서 모른 척 했어요. 미안해, 아빠…… 아빤 내 걱정 하는데 나는 그 사람 걱정해서……."

죽음을 눈 앞에 둔 이들이 가족들을 향해 유언과 같은 말을 남길 때면 나는 어떠한 말도 건네줄 수 없었다.

당신을 살릴테니 그런 말은 하지 말라는 건 결국 그 사람을 살리지 못한 나는 그가 전하려 했던 어느 것도 전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었고 가만히 지켜보는 것은 환자가 살 마음을 잃어가기에 그냥 두고 볼 수도 없었다.

"또 전화드릴게요. 아빠. 네, 걱정 마세요. 끊을게요."

하지만 저렇게 애써 힘내려 하는 그녀의 목소리를 듣고 있으면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의 통화가 거의 마무리 된 듯 싶어 천천히 벽에 기대고 있던 몸을 일으켜 문앞으로 다가간 나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기울어지는 그녀의 모습에 황급히 문을 열고 그녀에게로 달려가 베드 아래로 추락하려던 그녀의 몸을 잡았다.

분명 장갑을 꼈음에도 확연하게 느껴지는 열기에 인상을 찌뿌린 나는 곧장 그녀의 동공반응을 확인하고 열을 체크한 뒤 먼저 해열제부터 처방했다.

하지만 알고 있었다.

이것은 바이러스에 의한 면역폭풍 반응이라는 것을.

해열제로는 열 한 줌 잡아내지 못할 것이었다.

치료제가 필요했다.

M3바이러스에 대한 치료제가.

자신의 주변인이 이렇게 떠나가게 둘 수는 없었다.

"한쌤! 윤중위는,"

"면역폭풍 반응인 것 같습니다."

"일단 송쌤이 찾아낸 치료제 신청해뒀으니까 그게 들기 바래야죠."

"그 전에 열부터 어떻게 해야될 것 같습니다. 이 정도 고열이면 몸에 이상이 올 수도 있습니다"

"그럼 물 준비해올테니 여자들만 남아주세요."

강선생님의 말에 나는 물을 가져오는 이들에게 30도 전후의 미지근한 물이어야 한다고 몇번이나 강조한 뒤 병실을 벗어났다.

이제 병실에 남은 이들은 물수건을 통해 목, 등, 겨드랑이, 사타구니를 닦아주며 열을 내리면서 유지하고자 할 것이었다.

열은 사실 몸에 들어온 유해물질과 싸우는 환경을 만들었다는 것과 다름없는 것 억지로 내릴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저 고열 상태를 유지시키는 것도 예후를 생각한다면 그리 좋지만도 않았다.

부디 송선생님이 찾아낸 치료제가 그녀에게 잘 맞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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