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후/BL] 노인과 청년 (前) 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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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으로 나와서 잠시 대기하는데 갑자기 병실에서 휴대폰을 들고 나온 강선생님이 다급한 얼굴로 말을 내뱉었다.
"어떻게 하죠! 예방백신하고 함께 오기로 한 치료제가 있는 차량이 오던 도중에 차량 채로 강탈 됐다고 연락이 왔어요. 윤중위는 한시간 내로 그 약이 필요한데, 시티 병원에 다시 받으려면 최소 네 시간이라…."
안절부절 못하는 그녀의 모습에 뭐라 말하려던 나는 곧 나타난 유대위님과 서상사님으로 인해 입을 다물었다.
"훔쳐간 새끼를 잡아야죠. 강탈당한 위치가 어딥니까?"
"둘 다 하죠. 강선생은 시티 병원에 요청을 해요. 전 다니엘과 통화해 볼 테니까."
서상사님의 분노가 가득찬 말과 대응되는 침착한 상태로 말문을 연 유대위님의 말에 나는 문득 내가 휴대폰을 지니고 있지 않다는 것이 떠올랐다.
그래서 몸을 돌리려던 나는 곧 걸려온 전화를 받은 유대위님의 기색이 완연하게 바뀌는 것을 보고 멈춰섰다.
"명주 치료약 어디 있는지 알 것 같습니다."
서상사처럼 분노로 물든 목소리에 그를 가만히 쳐다본 나는 그가 전화를 하면서 나가버리자 가만히 생각해봤다.
그 누가 메디큐브로 이동하던 약품 차량을 강탈하였을까 하고, 이 우루크에서 그 정도의 인력과 영향력을 가진 이로 단 한명의 이름만이 떠오른 나는 설마하는 마음이었지만 곧 유대위님이 돌아와서 전달하는 이야기를 듣고 미간을 찌뿌렸다.
차량을 강탈한 것은 아구스 패밀리, 진소장의 배 속에서 꺼낸 다이아몬드 원석을 주는 댓가로 차량을 돌려주겠다는 거래를 제시해왔다 했고 그 말에 모연이 다이아몬드를 가지러 자리를 비우자 그의 시선이 나에게 닿았다.
"…한선생님 혹시 아구스와, 아닙니다. 못 들은 걸로 해주셨으면 합니다."
그가 그리 말하고 모연에게서 다이아몬드를 받아 가는 것을 지켜보던 나는 그제서야 모연의 주머니에서 울리는 휴대폰이 신경쓰였다.
"강선생님 휴대폰,"
"예?"
그녀가 들고 있던 휴대폰은 오른쪽에 넣었음을 봤던 나는 어째서인지 왼쪽에서 들려오는 진동음에 그곳을 가르키며 말했고 그런 나의 지적에 그녀는 곧 무엇인가 깨달았다는 듯이 왼쪽 주머니에서 익숙한 휴대폰을 꺼내들었다.
"한쌤 휴대폰이에요."
"그걸 왜 강선생님이?"
"어디 두자니 애매해서 주머니에 넣어두었다가 잊어버렸거든요…."
"그렇습니까…."
그녀에게서 받아든 휴대폰을 확인한 나는 등록되지 않은 번호들로 도배가 된 부재중 기록을 바라보다가 그녀에게 윤중위를 잘 부탁한다는 말을 남긴 뒤 메디큐브를 빠져나왔다.
그리고 내가 메디큐브를 빠져나왔다는 것을 알았는지 금세 휴대폰에서 진동음이 울려대기 시작해서 휴대폰을 확인한 나는 전화한 이의 번호가 부재중 목록에 도배되어 있던 것임을 알고 바로 통화버튼을 눌렀다.
"여보세요."
-"[헤이, 오랜만이지? 닥터 닐.]"
"…아구스."
-"[오우, 나를 기억해주다니. 역시 닥터인가.]"
거진 십여년에 가까운 시간동안 만난 적도 없는 상대가 이렇게 나에게 연락을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깊이 고민하던 나는 곧이어 그의 입에 담긴 이름에 이를 으득 갈아버렸다.
-"[닥터, 너의 친구가 여기서 기다리고 있는데. 아마, 하트(Heart)라 했던가?]"
"[누구?]"
-"[그렇게 말하면 알거라고 하던데, 아닌가 봐?]"
"하, 그 자식이 거기 있다고?"
Heart.
그것은 말 그대로 강마음 상사에 대한 콜사인이었다.
내가 그토록 죽이고 싶어하던, 배신자.
-"[오, 닥터. 부디 내가 알아들을 수 있는 말로 해주겠어?]"
"[물론, 어려운 일은 아니지.]"
그런 그의 행방을 알았다는 사실이 꽤나 유쾌하면서도 고작 우리들을 배신한 그가 찾아간 이가 아구스라는 점이 웃겼다.
"[그래서 나에게 연락한 이유가 뭐야.]"
-"[지금쯤이면, 닥터가 그렇게도 아끼던 여자가 내 손에 들어왔을텐데.]"
"[뭐?]"
그의 말에 나는 인적이 드문 위치에서 곧장 메디큐브로 달려갔고 그러자 그곳에 있던 최선생님이 나에게 강선생님은 파티마와 함께 현지 경찰들과 경찰서에 갔다는 말을 전해주었다.
"[네 짓이야?]"
-"[물론. 원래라면 캡틴만 부를 생각이었지만 내 친우가 하도 닥터를 보고 싶다해서 말이야.]"
"[캡틴?]"
-"[그건 닥터와 상관없으니 신경쓰지 않아도 되고. 이것만 알아둬. 내일 밤 우리는 이곳을 떠날거야. 만약 친구를 보고 싶다면 이쪽으로 와. 기다릴테니.]"
"하, 그 배신자에게 친구라, [그 녀석에게 잘 전해줘. 이번엔, 그 끝을 보자고.]"
-"[물론이지. 닥터, 우리는 내일로 넘어가는 그때 이곳에서 떠날거야. 부디 그때까지 올 수 있길 바래.]"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전화는 끊어졌고 나는 가만히 휴대폰을 들고있는 손에 들어가는 힘을 애써 빼려고 노력하면서도 잊히지 않는 얼굴들이 눈 앞을 맴도는 듯한 감각을 무시하지 않았다.
"이번이 마지막이야."
네가 죽는지, 내가 죽는지.
궁금하네.
강마음 상사.
아니. 배신자, 하트(Heart).
더이상 나에게서 내 사람을 앗아가려 하지마….
내 사람을 앗아가려 한다면, 내가 먼저 네 목숨을 앗아갈테니.
나는 오랜만에 내 입가에 지어지는 미소가 비릿한 비소임을 보지 않아도 예상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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