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후/BL] 노인과 청년 / 백업

[태후/BL] 노인과 청년 (前) 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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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슬이 소포를 확인하고 있는데 벌컥하는 소리와 함께 명주가 나타나더니 대영에게 온 소포를 보고는 상자 겉면에 씌여진 '오빠 힘내세요♡ 보고 싶어요 오빠♡'라는 문구를 짜증을 그득 담은 목소리로 읽었다.

윤슬은 당연하게도 심각성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기 때문에 명주가 왜그리 화를 내는지 알 수 없었고 결국 그녀가 택배의 테이핑을 뜯고 상자를 여는 것을 그저 관망할 수 밖에 없었다.

그녀가 저리 화를 내는 데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고 그 이유가 바로 저 상자에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이기도 했다.

윤슬이 가만히 있자 그 안에 담긴 편지 봉투를 꺼낸 명주가 봉투 안에 담긴 편지와 사진을 꺼내보더니 어이가 없다는 듯한 얼굴을 했다.

"한소장님, 이걸 어쩔까요."

그리 말하면서 명주가 보여준 사진에는 시진과 대영이 아리따운 스튜어디스 두명이 함께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명주가 그것을 윤슬에게 보여준 순간 시진과 대영이 달려들어왔고 그 중에서 먼저 들어온 대영이 다급한 목소리로 외쳤다.

"오해입니다!"

"오해가 확실합니다!"

시진이 대영의 옆에 딱 붙어서면서 외치자 명주는 윤슬에게 보여주던 사진을 그들에게 보여주듯이 내밀면서 비꼬듯이 말했다.

"오해? 암수가 서로 이렇게 정다운데 오해에?"

"사촌 여동생입니다. 아시잖습니까. 제 사촌 여동생 비행기 타는 거."

명주의 화가 섞인 말에 대영이 변명하듯이 말하니까 그제서야 윤슬의 말문이 열였다.

"사촌 여동생한테 소포가 왔는데, 왜 두 분이 세트로 오신 겁니까?"

"세트로 놀았으니까요."

윤슬의 말에 답하듯이 말한 명주는 곧 사진을 두 사람에게 보여주면서 질문을 던졌다.

"둘 중에 누가 사촌동생입니까? 둘이 동시에 대답합니다. 서상사 오른쪽인지 왼쪽인지. 하나 둘 셋!"

시진과 대영은 명주의 말에 말 잘 듣는 학생처럼 잽싸게 대답했지만 둘의 대답이 서로 달랐다.

"전 중대장님께 소개팅을 주선했을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대영이 단호하게 말하자 시진이 그런 대영을 흘겨보았는데 그 말에 누가 뭐라 할 틈도 없이 윤슬이 그들에게 말했다.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이 상황에서 자신은 전혀 관련이 없다는 듯한 윤슬의 태도에 더 황당해한 것은 명주였는데 명주가 시진을 쳐다보자 시진은 그저 좌절한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아니, 한소장님은 아무렇지도 않으십니까?"

"…제가 여기서 무슨 관련이 있습니까?"

정말 모르겠다는 듯한 윤슬의 반응에 결국 시진은 그 자리에 주저 앉았으면서 머리를 쥐어잡았고 명주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화낼 기운도 없어진 명주는 탁하는 소리와 함께 사진과 편지를 내려놓고는 윤슬을 끌고 막사를 나가버렸고 그 자리에 남은 대영과 시진은 어색한 정적 속에 놓였다.

"…중대장님. 무슨 상황인겁니까."

"…고백했는데 차이고 지금 예전에 소개팅 했던 사람이 나타나서 복잡해진 상황입니다."

"고백하시긴 하신 겁니까."

"…이씨."

주저 앉아있던 시진이 고개를 들어 대영을 노려보듯이 쳐다보고는 자리에서 일어섰고 대영은 한숨을 내쉬면서 소포를 정리했다.

더이상 연락하지 말라고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화난 명주를 어떻게 달래야 할지 생각하던 대영은 가차없이 배제당한 시진의 처지를 안타깝게 여겼지만 곧 상대가 상대라는 것이 떠올라서 그 생각을 접었다.

시진이 함부로 명함을 내밀만한 상대가 아니긴 했다.

그리고 그 시각 명주에게 끌려서 막사를 나온 윤슬은 명주와 함께 회랑에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한소장님은 대체 시진 선배를 어떻게 생각하시는 거예요?"

"미지의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예?"

"저에게 유대위님은 알 수 없는 사람이라서 말입니다. 곁에 둬서는 안 된다고는 생각하지만 곁에 있으면 편하다고 생각해서, 잘 모르겠습니다."

"…왜 곁에 두면 안 됩니까?"

"윤중위, 제 곁에 있다가 죽은 사람이 몇인지 아십니까?"

명주는 뜬금없는 윤슬의 질문에 섣불리 뭐라 답할 수 없었다.

"그럼, 살아남은 사람은 몇인지 아십니까?"

그 질문에도 명주는 답할 수 없었다.

그리고 윤슬은 그 질문에 대해 답해주지 않은 채 그저 미소 지었다.

명주는 그런 윤슬의 미소가 슬프게 느껴져 더이상 어떠한 말도 할 수 없었다.

어째서 군 내에서 윤슬에 대해 잘 아는 이가 아무도 없는지에 대해 고민해본 적 없었던 명주였지만 지금 이 순간 만큼은 그 사실에 대해 의문이 들었다.

왜, 군 내에서 윤슬을 아는 이가 몇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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