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후/BL] 노인과 청년 / 백업

[태후/BL] 노인과 청년 (前) 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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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회진을 끝내고 시진을 찾아서 걸음을 옮기던 모연은 연변장을 돌던 시진을 보고 멈춰섰고 시진도 모연을 보고 달리던걸 멈추고 모연에게로 걸어갔다.

"박중령님이 유대위님한테 명단 작성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 들으라던데."

"아, 해성병원에서 모레 오후에 의료팀 귀국 비행기를 보낸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그래서 비행기 탑승자 명단을 작성해서 알려주시면 됩니다."

"아… 그렇군요."

"…예."

"그럼 귀국진 명단은 좀 이따 드릴게요."

"혹시 그 명단에, 한선생님이 계실까요?"

"…아마 없을 거예요."

"아마, 입니까."

"정 궁금하시면 직접 물어보세요. 그럼 전 이만 회의 가봐야 해서."

"아, 네."

모연이 시진을 잠시 쳐다보다가 몸을 돌려서 가버리는 걸 가만히 쳐다보던 시진은 한숨을 내쉬면서 다시금 연변장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모연은 의료진 앞에서 말문을 열었다.

"다 모이셨죠. 모레 오후에 의료진 귀국을 위한 인천에 항공편이 잡혔어요. 봉사기간은 이미 끝났고 여러분은 당연히 돌아갈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남을 수도 있죠. 이번이 아니면 다음 비행기는 언제가 될지 모르겠어요. 어제까진 정신없이 겪었지만 오늘은 선택할 수 있습니다. 남을 분 손들어 주세요."

덤덤한 모연의 설명과 달리 의료진 사이에서는 불편한 기색과 눈치 보는 기색이 있었는데 그들의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은 자애가 모연과 눈을 마주치면서 말을 이었다.

"8번 베드 뇌진탕 환자 정밀 MRI가 필요해요. 제 자린 그 환자 한국으로 후송하는데 써주세요."

그렇게 말한 자애는 자신의 할일은 더이상 없다듯이 자리를 정리해서 일어났고 그런 자애의 행동에 상현이 당황하면서 그녀를 쳐다봤지만 자애의 시선은 그에게로 돌아오지 않았다.

"야 하자애. 너 어디다 손을 드는거야 지그음~!"

"제 자린, 10번 베드 환자에게 부탁드려요. 저 지금 체크해야할 환자가 있어서, 가볼게요."

자애에 이어 민지까지 그렇게 말하고 자리에서 일어서자 상현이 불만스럽다듯이 말했다.

"왜들이래? 아니, 저러코 가면 우리는 뭐가 되냐?"

그리고 계속해서 고민하는듯한 기색이던 의국장이 드디어 결심했다듯이 말문을 열면서 모연을 쳐다봤다.

"교수님, 정말 죄송한데… 전 가고 싶습니다."

"그래 가야 돼. 가자 우리, 응?"

"전혀 죄송할 일 아냐. 나머지 분들도 마찬가지 입니다. 마음 무겁게 가지지 마세요. 지금까지 필요 이상으로 너무 고생 많으셨어요. 귀국하실 분, 편하게 손들어주세요."

모연의 말에 남은 의료진 중에서고민을 하던 이들이 전부 손을 들었고 그 중에서 상현만이 손을 안 들자 모연이 그를 쳐다보면서 말했다.

"선배님도 손드셔도 되세요."

"너 왜 나 콕 찝어서 얘기해? 안 가! 이씨…."

들고 있던 펜을 탁 내려 놓으면서 자리에서 일어난 상현은 나가기전 모연에게 나지막하게 말했다.

"내 자린 걍 비워놔. 내 소울이 앉을거야."

그렇게 말하고 나가는 상현의 뒷모습을 가만히 웃으면서 쳐다보던 모연은 그제서야 빈자리가 윤슬말고도 한 명이 더 있음을 알았다.

"이치훈 선생은 왜 안 보여요?"

그 시각 치훈은 구조된 강민재 환자가 보이는 곳에 서서 그를 보고 있었다.

두려움을 이기지 못하고 자신에게 뻗은 손을 버리고 말았던 증거가 자신의 앞에 있었다.

아직 그에게 어떠한 말도, 어떠한 시선도 받지 않았지만 치훈은 스스로의 죄악감에 머리 속이 엉망진창이었다.

의사도 아닌 사람이었다. 자신은-

그 생각에 치훈은 미쳐 돌아버릴 것만 같았다.

그렇다고 생사에 기로에 있던 환자에게 자신은 어떠한 것도 할 수는 없었다.

마치 서있던 길이 무너진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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