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후/BL] 죽지 못한 이의 삶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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귓가에 울려퍼지는 다수의 총성음들은 점차 고조되어가는 긴장감 속에서 고통 소리와 함께 했다. 하지만 그 모든 소리는 곧 이어지는 폭격음 소리들에 의해 잠식되어 버렸다. 그 모든 소리가 정적이라는 말에 어울릴 법한 정도로 고요해지는 것은 오래 가지 않아 찾아왔다.
이리저리 널브러진 붉은 핏빛으로 물든 시체들은 그 고요함을 일부 삼아 자리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 사이 사이를 거침없이 걸어나가는 무장한 복면인들은 그런 시체들을 망설임없이 헤집고 다녔고 그들 사이에서 생존자가 없음을 확인하고 나서야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시간이 흐르고 나서 그들이 떠나고 남은 그 자리에 시체들이 입은 것들과 같은 복색을 한 무장군인들이 나타났고 그들은 그 광경을 바라보면서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그들은 곧 침착함을 유지하면서 이곳 저곳에 널브러진 시체들을 한 구씩 거두어 가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한 쪽에서 시체를 들어올렸던 군인 한 명이 지휘관으로 보이는 이를 향해 외쳤다.
"생존자입니다!"
그 소리에 모든 이들의 시선이 그쪽으로 향했고 급하게 그쪽으로 달려간 이들 중 두어명이 시체 아래에 깔려있던 남성 한 명을 조심스럽게 들것 위에 눕혔는데 그 모습은 생존자라고 말하기 의심스러울 정도로 상태가 엉망이었다. 몸의 일부분마다 화상을 입은 것처럼 군복이 불에 그을려 있는 데다가 멀쩡한 쪽도 총상 자국이 두어개 자리하고 있어 희미하게 잡히는 맥박만 아니라면 시체라고 칭해도 이상할 것이 없었다. 하지만 그 희미하게 잡히는 맥박을 희망 삼아 일부 인원은 들것에 올린 존재를 서둘러 후송했다.
그렇게 참혹한 현장 속에서 유일하게 생존한 상태로 후송된 이는 대한민국 육군 특수전 사령부 대령 임서준이었다.
단 한 명을 제외한 모든 이들이 전사한 그 작전은 이후 적들의 정보와 무기 정보를 보고한 임서준 덕분에 다음 작전에 적들을 일망타진할 수 있었다. 이 때 전사한 이들과 중상으로 인해 군병원에서 곧바로 대형병원으로 이송되어 3번의 수술을 거쳤지만 복귀불가 판정을 받아 의병 전역을 해야만 했던 임서준 대령은 상부 결정에 의해 2계급 특진을 하였지만 그 영광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는 이는 없었다.
하루하루 고통과 악몽 속에서 살아가는 그가 다시금 메스를 들고 민간인의 신분으로 육군 특전사로 복무 중인 유시진을 만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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