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후/BL] 노인과 청년 / 백업

[태후/BL] 노인과 청년 (前)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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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두 사람은 따로 자리를 옮겼고 베드에서 기다리라는 말을 하고 잠시 자리를 비웠던 한쌤이라 불린 이는 베드에 앉아있던 이에게 차트를 들고 돌아왔는데 간단하게 신상정보 체크를 한 그는 유시진이라고 소개하는 이에게 간단하게 물었다.

"상처 치료해드리려고 하는데 만약에 필요 없으시다면 수납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어떻게 해드리는 게 좋겠습니까?"

"…제가 다친 건 어떻게 아신 겁니까?"

"그냥 찍은 겁니다. 아니라면 넘기셔도 된다고 한 건 그것 때문입니다."

덤덤한 얼굴인 그를 가만히 쳐다보던 시진은 기입한 정보를 들고는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보조의자에 앉은 그에게 말했다.

"수납하고 오겠습니다. 의사 선생님 여기로 오면 계신 겁니까."

"호출이 없다면 여기서 기다리겠습니다."

"그럼 빨리 다녀와야겠네요."

씩 웃으면서 베드를 벗어나는 시진의 뒷모습을 가만히 쳐다보던 그는 의료용키트를 꺼냈고 잠시후 수납을 끝냈는지 베드로 돌아온 시진을 쳐다봤다. 

"왼쪽 옆구리 맞습니까."

"…예, 맞습니다."

그렇게 말하면서 베드에 앉으라 손짓한 그는 베드 주변에 커튼을 치고는 겉옷을 벗은 시진의 티를 걷어올렸다.

그러자 피로 인해 붉게 물든 거즈가 드러났고 그걸 봤음에도 그는 아무런 감흥도 없는 얼굴로 거즈를 조심스럽게 떼어내더니 살짝 벌어진 살갗 사이로 시간이 지나 늘러붙은 피와 방금 흘러내린 게 분명한 선명한 핏자국이 남아있었다.

"아픕니까?"

"…그럼 안 아플 것 같습니까."

"살아있는 생물이라면 모두 고통을 느끼니 아플 겁니다."

"…허, 당신 재밌네요."

"그렇습니까?"

덤덤하게 대꾸한 그는 떼어낸 거즈를 쓰레기통에 버리면서 말을 이었다.

"상처가 벌어져서 꿰매야 할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까."

"마취하고 꿰매드리겠습니다."

"…예."

덤덤하게 말한 그는 의료키트 외에 옆 쪽에 놓여져 있던 주사기와 액체가 들어있는 유리병을 집어 들었다.

포장되어 있던 주사기를 뜯어서 바늘 뚜껑을 연 그는 유리병 입구에 꽃아 넣었고 느릿하게 주사기 뒷부분을 잡아 당기는 걸로 병 안에 있던 액체를 주사기 안으로 끌어 넣었다.

일정량을 담은 그는 유리병에서 주사기를 빼고는 주사기 안에 함께 들어간 공기를 거꾸로 들어서 빼내고 나서 상처 부위 주변에 찔러넣었다.

"그런데 의사 선생 성함은 어떻게 되십니까?"

"…한윤슬입니다."

주사기를 내려놓은 그는 나지막하게 답하더니 옆에 꺼내두었던 키트를 펼치고 나서 옆에 놓여져 있던 라텍스 장갑을 꼈고 핀셋을 들어서 상처부위를 소독약으로 물든 솜으로 가볍게 닦아냈다.

그리고 나서 붉은 소독약이 물든 솜으로 상처 주변에 도포하는 윤슬을 가만히 바라보던 시진은 그게 핀셋을 내려놓자 조용히 물었다.

"그런데 혹시 한가지 물어봐도 됩니까?"

"무엇을 말입니까?"

"저희가 군인인 건 어떻게 아신 겁니까? 따로 말한 적이 없는 것 같은데 말이죠."

"지금 입고 있는 이거 군복 티셔츠 아니십니까?"

"맞습니다만…. 그렇게 티납니까?"

놀랐다는 듯한 기색인 시진을 덤덤하게 쳐다본 윤슬은 아무말없이 상처부위 부근을 한번 눌러보고는 반응이 없는 그의 기색에 미리 준비해두었던 봉합용 바늘을 핀셋으로 집어들었다.

"아뇨, 티 안 납니다. 민간인들은 잘 모를 겁니다."

"마치 한선생은 아니라는 듯이 들리네요."

"…그렇습니까."

시진의 말에 잠시 멈칫 했던 윤슬의 손은 다시금 상처 봉합을 위해 움직였고 시진은 그런 윤슬의 행동을 지켜보고 있었기에 아닌 척하는 듯한 그의 모습을 그저 바라봤다.

"한선생은 나이가 어떻게 되십니까?"

"…갑자기 그건 왜 묻습니까?"

뜬금없는 시진의 물음에 상처를 쳐다보던 시선을 시진의 얼굴로 옮긴 윤슬은 느리게 눈을 깜빡였고 시진은 그저 웃으면서 윤슬을 쳐다볼 뿐이었다.

그런 시진의 반응에 다시금 상처로 시선을 돌린 윤슬은 덤덤하게 답했다.

"서른여덟입니다."

"그렇게 안 보이시는데 저보다 형이시네요."

"그게 이 상황에서 중요한 겁니까."

"그건 아니지만 제가 궁금한 건 못 참는 성격이라서 말입니다."

장난끼가 가득한 말투로 답하는 시진의 말에 별다른 대꾸를 하지 않은 윤슬은 봉합을 끝낸 것인지 실을 정리했는데 그런 윤슬의 손길은 정확하면서도 빨랐기에 가만히 윤슬의 손을 보던 시진은 감탄사를 표했다.

"봉합은 다시 해드렸지만 함부로 움직이시면 터질 수 있습니다. 그러니 조심해주시고, 소독은 이틀 뒤부터 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소독은 여기로 받으러 와도 되는 겁니까?"

"부대에 의무대 있지 않습니까. 자주 다치시는 일 하시는 거 보니까 의무대랑 친하실 것 같은데 그쪽으로 가시면 될 것 같습니다."

"제가 의무대랑 친할 것 같습니까?"

금시초문이라는 듯한 얼굴을 하면서 묻는 시진의 모습에 윤슬은 끼고 있던 장갑을 벗어서 쓰레기통에 집어던지고는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말했다.

"총에 맞으신 적도 있고, 칼에 베이신 적도 있고, 살이 터졌다가 아무신 흉터도 있으신 걸 보니 의무대랑 친하실 것 같아서 한 말입니다."

"…그런 걸, 어떻게 아십니까?"

"이 상황에서는 별로 중요한 이야기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럼 소독 잘 하시길 바랍니다."

"저, 잠시만요."

몸을 돌려서 가려는 윤슬을 불러세운 시진은 의문을 품은 윤슬의 얼굴을 마주하면서 말을 고르는 것인지 입술을 몇번 달싹이다가 느릿하게 말문을 열었다.

"그래도 혹시 시간이 된다면 한선생에게 소독 받으러 오고 싶은데 와도 됩니까?"

"…죄송하지만 외래진료는 안 받습니다."

"예? 어째서요?"

"응급실에서 지내면서 외래진료환자를 받는 게 더 드문 케이스입니다. 주치의가 필요하다면 다른 분 소개시켜드리겠습니다"

"한선생이 안 된다면 어쩔 수 없죠."

웃으면서 자리에서 일어난 시진이 벗어두었던 자켓을 손에 들었고 그걸 확인한 윤슬은 쳐두었던 커텐을 밀어서 열고는 어디론가로 사라졌고 시진은 그런 윤슬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아까 부축해두었던 이의 베드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거기엔 환자만 있었고 시진과 함께였던 남자는 없었다.

그에 시진은 한숨을 내뱉으면서 응급실을 벗어나서 아까 남자가 여성을 따라서 사라졌던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다.

한참을 헤매듯이 돌아다니던 시진은 저 멀리서 경례자세로 서있는 남자와 그런 남자를 울 것 같은 눈으로 노려보듯이 서있는 여성을 보고 그쪽으로 다가가서 경례를 하고 있던 남자의 팔을 내리고는 여성을 향해 말했다.

"너 임마, 이거 가혹행위야."

"비겁한 군인 정신교육입니다. 무슨일이십니까."

"하도 안 돌아와서 찾으러 왔다."

"그렇습니까. 그럼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굳은 듯이 서있던 남자를 노려보듯이 쳐다보고는 몸을 돌려서 가는 이를 내버려둔 시진은 남자를 돌아봤고 시진의 모습을 한번 쳐다본 남자는 고개를 푹 숙이고는 곧 시진을 보면서 말을 이었다.

"저는 저녀석 확인하고 부대복귀하겠습니다."

"…그럼 전 먼저 부대 복귀하겠습니다."

"예, 그럼."

남자가 몸을 돌려서 가는 걸 보던 시진은 서로 반대로 걸어나가는 두사람을 생각하면서 한숨을 내쉬었고 그런 시진의 모습을 멀리서 보는 이가 있었다.

하지만 그 시선은 시진이 알아차리기도 전에 거두어졌고 시진이 자리를 떠날 무렵 그 시선의 주인공 또한 주머니에서 울리는 벨소리와 함께 그 자리에서 모습을 감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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