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후/BL] 죽지 못한 이의 삶

[태후/BL] 죽지 못한 이의 삶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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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 약속했던 2주의 마지막 날. 나는 평소처럼 그와 저녁을 먹고 항상 갔던 카페에 마주보고 앉아 서로 생각에 빠져있었다. 그는 그대로, 나는 나대로.

"…유시진씨."

"…예?"

"제 질문에 대한 답을 찾으셨습니까."

"……잘 모르겠습니다."

복잡함이 느껴지는 얼굴을 가만히 응시하던 나는 천천히 말을 이었다.

"그럼 제가 먼저 답을 말해도 되겠습니까."

"예?"

"유시진씨가 생각해봐 달라했던 것, 그 답을 오늘 드리기로 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맞습니다. 임 선생님은 그 답을 찾으신 겁니까."

"예."

내 단호한 대답에 그는 탁자 위에 올려두었던 손을 거두더니 무엇인가를 각오했다는 듯한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그리고 나는 그런 그와는 달리 평소와 다름 없는 얼굴로 그의 시선을 피해 테이블을 응시하면서 말문을 열었다.

"저는 유시진씨가 저와 멀어진다면 달라질거라고 생각합니다. 유시진씨 입장에서 저라는 존재가 신기하고 호기심이 가는 인물이었을거라 생각합니다. 물론 그것만으로 저에게 접근하셨을리 없다고도 생각했지만, 역시 저는 유시진씨가 저보다 더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말은,"

"저는 유시진씨와 더 연을 이어갈 생각이 없습니다. 그동안 즐거웠습니다. 그리고 제 질문에 대한 답은 더이상 생각하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그저 스쳐지나가는 인연이었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더 하실 말이 없다면 먼저 일어나 보겠습니다."

"하나만, 하나만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다급한 그의 목소리에도 나는 태연하게 수긍을 표했다.

"임 선생님의 결정에 제 직업이 영향을 끼쳤습니까?"

"아뇨. 유시진씨 당신을 생각했기에 결정한 겁니다. 이 세상에는 저보다 더 좋은 환경에서 살아가는 이들이 많습니다. 저보다 더 좋은 이들도 많다는 점에 유시진씨가 저에게 시간을 소비하는 게 그리 좋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이거면 답이 되겠습니까."

"……예. 저도 그동안 즐거웠습니다."

"더 좋은 사람 만나시길 바라겠습니다."

나는 그 인사를 끝으로 카페를 나섰고 그대로 바로 병원으로 돌아갔다. 이제 다시금 나의 일상으로 돌아가야할 시간이었다. 더이상 나는 특전사 람다팀의 임서준이 아닌, 해성병원 의사인 임서준이니까.

그렇게 나는 다시금 생과 사를 오가는 응급실에서 바쁜 시간을 보내야 했다. 중간에 김은지 선생 대신 방송에 나갔던 모연이 교수 자리에 올라가게 되면서 특진병동을 담당하게 됐는데 그 과정에서 나는 모연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더 열심히 움직여야 했다.

그 과정에서 수면시간이 줄어든 것은 당연할 정도였는데 나에게는 그리 큰 문제로 다가오지 않았지만 주변에서 보기엔 아니었는지 시간만 나면은 나에게 자고 오라면서 떠미는 일이 늘어났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 일상이 변하는 일은 없었다. 그게 당연했다는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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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창작
페어
#BL

댓글 1


  • Nil 창작자

    이 세상에 살아가는 모든 이들은 행복을 찾아 나아갈 권리가 있습니다. 다만 그것이 남을 끌어내리거나 해를 가하는 일이 된다면 그것은 자신만의 행복으로 치부될 일이 아니게 됩니다. 자신의 행복을 찾되 그것은 타인에게 해가 되지 않는 일이어야 할 겁니다. 그렇기에 나는 유시진씨 당신이 내 곁에 있기에 걸맞지 않다는 생각만이 듭니다. 부디 당신이 더 나은 행복을 찾길 바랍니다. 아주 짧고도 소소한 시간이었지만, 나에게는 행복이었을지도 모르는 시간을 선사해주어 감사합니다. 내가 살아가는 시간 속에서 당신과 함께 했던 시간은 하찮은 것이라 칭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당신의 노력, 진심 그 모든 것은 나라는 사람에게 또 다른 행복을 알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그렇기에 나는 더더욱 당신을 놓아주고 싶습니다. 제발, 나에게서 떠나가 주세요. 유시진씨― 내가 당신이라는 사람을 망가트리기 전에. ―망가져버린 누군가의 혈육애(血肉愛), 동료애(同僚愛), 그것과 다른 애정(愛情)이라는 감정을 자각한 그 어느 날의 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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