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후/BL] 노인과 청년 / 백업

[태후/BL] 노인과 청년 (前) 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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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주와 진소장이 M3 바이러스 감염 확진 판정을 받자마자 상현은 격리 조치를 받았고 윤슬은 자애의 채혈을 받고 나서 가만히 베드에 몸을 눕혔다.

우르크에 오고 나서 여러 일을 겪었지만 윤슬은 유독 베드에 눕게 되는 일이 많다고 느끼면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한선생님."

격리 조치를 내린 윤슬에게 찾아온 시진은 마스크에 보호장구를 찬 상태였는데 그런 시진의 모습에 윤슬은 흐릿하게 웃어보였다.

"여긴 무슨 일이십니까?"

"…걱정되서, 찾아왔습니다. 괜찮습니까?"

"네. 아직 이상현상도 없고, 멀쩡한데 아픈 사람 취급을 받으니까 기분이 묘하긴 합니다."

"…명주는 확진 판정 받았고, 강선생은 다행히 격리 해제 됐습니다."

"…."

윤슬에게는 두 사람 모두 소중한 후배들이다 보니 시진의 말에 윤슬은 웃지도, 울지도 못 했다.

윤슬도 M3 바이러스에 대한 위험성을 잘 알고 있었지만, 진소장은 몰라도 20~30대에 해당되는 명주는 위험성을 한 가지 더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어떤 반응도 내보일 수 없었다.

그 위험성은 바로 면역과잉반응, 즉 면역폭풍이라 부르는 증상이었다.

낯선 바이러스가 인간의 몸에 침투했을 때 건강한 신체가 과도한 면역물질을 내보내 감염된 세포만이 아닌 정상 세포까지 공격할 가능성이 있는 이 증상은 다른 조직과 장기에 심각한 해를 끼칠 수 있었다.

가령 폐를 공격했을 때, 기도가 막혀 사망하는 사례가 있었다.

그래서 윤슬은 명주의 감염 소식이 그닥 달갑지 않았다.

군의관인 명주의 면역력은 높은 편이라고 예상되고, 그건 바로 명주에게 면역폭풍이 찾아올 가능성도 매우 높다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아직 괜찮습니까?"

"명주라면 아직은 괜찮습니다."

"…그럼 제가 없는 동안 잘 좀 지켜봐 주셨으면 합니다."

"…."

시진은 윤슬의 말에 한동안 말이 없었고 그런 시진의 행동에 윤슬은 시진에게로 시선을 돌렸다가 느리게 눈을 깜빡였다.

아무리 봐도 시진은 윤슬의 말에 상처를 받은 듯한 눈빛이었고 그에 윤슬은 한숨을 내쉬면서 베드에서 일어나 시진에게 다가갔다.

"제 걱정 했습니까?"

"…예. 그리고 지금도 하고 있습니다."

"미안합니다. 내 생각이 짧았습니다."

"하아, 괜찮습니다."

눈을 감았다 뜨는 걸로 평소의 눈빛으로 돌아온 시진이 덤덤하게 말했지만 윤슬은 그렇게 말하는 시진이 전혀 괜찮지 않음을 눈치채고 조심스럽게 시진의 마스크 위에 손을 가져다 댔다.

마스크가 없었다면 시진의 볼 위에 닿았을 그 손은 사랑스러운 무언가를 다루는 것처럼 조심스럽게 움직였고 그런 윤슬의 손길에 시진은 울컥하고 올라오는 감정들을 누르지 못하고 고개를 푹 숙여서 감정들이 드러났을 자신의 얼굴을 감췄다.

"괜찮을 겁니다. 바이러스와의 싸움은 의사들의 전쟁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이곳에 함께하는 그들은 결코 약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이 상황도 금방 종료될 겁니다."

"그 안에, 한선생님도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억눌린 듯한 목소리가 힘겹게 이어지자 픽 웃어보인 윤슬은 시진의 둥근 머리 위에 자신의 손을 올릴려다가 느리게 그 손을 거뒀다.

그의 약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자신이라는 점에서 윤슬은 복잡미묘한 감정을 느꼈지만 지금은 그를 위로 해줄 수 없었다.

자신이라는 존재 때문에 그가 아픈 건 싫었으니까 말이다.

그러니까,

"이만 나가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윤슬은 시진의 마스크 위에 올렸던 손도 내린 뒤 시진에게서 한걸음 멀어졌고 시진은 그런 윤슬의 행동에 느리게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어올렸다.

"…꼭, 건강하게 다시 만나고 싶습니다."

"물론입니다."

시진의 말에 미소를 지어보이면서 답한 윤슬은 시진이 몸을 돌려서 나가는 것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다시금 베드에 몸을 눕혔다.

이제 의사들의 전쟁이 시작될 시간이었다.

메디큐브는 M3 바이러스 치료를 위한 거점 의료시설로 지정되었으며, 집중치료병동은 이제 확진자 치료를 위한 격리병동으로 운용될 것이다.

열이 나거나 기침을 하는 등, M3 바이러스와 유사한 증상이 있는 의심환자들도 따로 격리 치료가 시작되었는데 그것은 바로 감기 기운만 있어도 격리 조치가 된다는 소리기도 했다.

바리케이드가 메디큐브를 둘러싸고, 마스크를 쓴 무장 군인들이 바리케이드 앞을 지키며 의료진 외의 출입을 통제했다.

그리고 태백부대는 유엔과 협력하여 1차 감염자인 진소장의 동선과 접촉자들 파악에 총력을 기울이면서도 접촉자들은 곧 의심환자로 분리되어 미군 병원에 격리 조치하기로 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전염병과의 싸움이었으며, 이것은 실전 상황이었다.

원칙을 지키지 않으면 누구도 안전할 수 없지만, 규칙을 준수하고 개인 위생을 철저히 하면 추가 감염은 막을 수 있었다.

한마디로 방심도 금물이지만 너무 두려워할 필요도 없다는 소리였다.

그 안에 흐르는 정적 속에 몸을 맡긴 윤슬은 복잡한 생각들을 정리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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