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후/BL] 노인과 청년 (前) 30
-out
선발대와 후발대가 정해지고 선발대에 속한 모연과 상현은 후발대에 속한 윤슬에게 다른이들을 잘 부탁한다면서 떠났는데 선발대가 공항으로 떠나는 그 때 우르크에 7.5의 강진이 발생했다.
헬기 안에 있던 이들은 에메랄드 빛 바다가 벌떠 일어나 땅을 집어삼키고, 초록 산은 허물을 벗듯 무너졌으며, 전신주는 도미노처럼 쓰러지는 광경 아래에 해안선을 달리던 차들은 땅에서 튕겨 바다로 추락했다.
땅에서 흙 줄기가 두더지처럼 솟구쳐 오르고, 건물들은 먼지를 일으키며 바닥으로 꺼지면서 땅은 살아있는 존재처럼 벌떡 일어나 요동쳤다.
그결과로 마을은 사라졌고, 산이 무너져 길을 지웠으며, 땅을 지배한다 생각했던 인간은 순식간에 땅의 노예가 되어 죽어나갔다.
그런 모습을 생생하게 바라보는 선발대에 속한 이들은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
그것은 30년의 긴 내란으로 이미 피폐해진 우르크에 이제 겨우 '평화'라는 이름의 희망이 움트기 시작한 3년의 노력을 순식간에 흙더미 아래로 깔아버린 자연재해라는 이름의 재앙이었다.
그리고 최중사는 그들을 인솔하는 임무를 받은 군인으로 금방 평정을 되찾아 선발대에게는 귀국을 권유했지만 선발대들은 단번에 그 말을 거절했다.
단호하고도 정직한 말로 최중사에서 아무런 반박도 못하게 말뚝을 박아버린 모연은 자애를 걱정하는 상현처럼 그자리에 남은 이들 중 유독 윤슬의 모습이 아른거리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선발대는 다시금 모우루 중대로 돌아가는 헬기에 탑승했다.
그렇게 도착한 모우루 중대에는 큰 피해는 없는 듯 사람을 치료할 메디큐브와 병사들이 지낼 성당 막사는 무사했다.
군인들은 강진 피해로 엉망이 된 실내를 정리하고 있었고 의료진은 다친 군인들을 치료하고 있었다.
"다들 괜찮아요? 다친 사람 없어요?"
"다행히요. 꽤 흔들렸는데 마침 다들 밖에 있었어요."
모연의 걱정어린 질문에 병사의 다친 팔뚝을 소독하던 자애가 그리 말하자 그 옆에서 서포트하던 민지가 눈물을 그렁그렁 달고는 말을 이었다.
"전화도 안 터지고 연락고 안 되고 무서워 죽는 줄 알았어요."
"울지마. 괜찮아. 다들 무사해서 다행이에요. 일단 흩어지지 말고 여기서 대기해요. 서울이랑 연락부터 취해볼테니까."
"막사 쪽 인원들은 큰 부상 없습니다. 근데 왜 다시 오셨습니까? 공항 쪽이 더 심각합니까?"
지뢰 제거 작업을 하다 부상당한 병사들을 치료하던 명주가 모연의 말에 그녀를 바라보면서 묻는 말에 의국장을 비롯한 의료진이 눈을 크게 뜨고 모연을 쳐다봤다.
"아니야. 공항 쪽은 큰 피해 없어. 늬들 어찌 됐는지 연락도 안되는데, 우리끼리 어떻게 가. 그래서 헬기 돌렸어. 근데, 한쌤은 어디갔어?"
모연이 그제서야 그들 사이에 익숙한 인물이 없음을 알아차리고 붇자 의료진 중 한명이 답하려는 순간 명주가 들고 있던 무전기에서 익숙한 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긴 해성 발,지직… 메디큐브. 메디큐브. 지직… 붕괴. 발전소 붕괴.지직…청. 지원요청. 오바.
중간 중간 말이 끊겼지만 두번씩 복창하는 목소리 덕에 내용 전달에는 무리가 없었다.
그 목소리의 주인이 윤슬임을 알아차린 이들은 서로 눈빛을 교환했고 무전기를 들고 있던 명주는 침착하게 답했다.
"수신 양호. 지금 바로 가겠습니다."
"지금 한쌤 발전소 붕괴현장에 계신거예요…?"
절망으로 물든 의료진 사이에서 의국장의 말에 모연과 상현은 물론 다른 이들의 얼굴도 새하얗게 탈색되었다.
"우리도 갈게."
모연이 서둘러 메디큐브를 나서려는 명주의 팔을 붙잡았고 두 사람의 시선이 잠시 교차하다가 곧 명주의 끄덕임을 본 모연은 의료진을 향해 오더를 내렸다.
"마취과랑 내과는 여기서 대기하고 나머진 응급키트 있는 대로 다 챙겨서 현장으로 갑니다. 서둘러 주세요."
그리고 모든 의료진은 모연의 말에 일제히 대답을 하고 분주히 자신의 할일을 하러 움직였다.
그리고 모연도 그들 속에서 굳은 얼굴로 발전소로 향하는 차량에 몸을 실었다.
지금 이 순간 현장에서 고통받고 있는 이들보다도 그 현장에 있는 윤슬이 너무 걱정되어서 모연은 떨리는 두 손을 움켜쥐었다.
'제발, 무사해야 해요. 선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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