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후/BL] 죽지 못한 이의 삶

[태후/BL] 죽지 못한 이의 삶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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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잠시 시간이 나서 옥상에 올라온 나는 담배를 피고 있는 상현과 마주칠 수 있었다.

"어? 선배, 벌써 수술 끝났어요?"

"아아, 다행히 큰 문제 없이 마무리 됐어요. 근데 아직도 담배 피는 겁니까? 하 선생님이 안 좋아하실 것 같은데."

"…아, 그럴려나요?"

"아무래도 여러모로 좋은 것은 아니잖습니까. 몸도 안 좋고, 구취도 심해질테고…."

내 말에 심각한 얼굴을 하는 상현을 가만히 응시하던 나는 상현의 손에 들린 담배를 집어서 내 입에 가져다 물었다. 그런 나의 행동에 상현은 기겁을 하면서 빼앗으려 했지만 나는 익숙하게 상현의 손을 피해 물러났다.

"자, 이제 담배 친구가 생겨버렸네요. 즐겁지 않습니까."

내가 빨아들였던 연기를 고개를 돌려 내뱉은 뒤 태연한 얼굴로 말하자 상현이 질렸다는 듯한 얼굴을 하면서 내가 이렇게 담배를 피는 것을 볼 바에는 자신이 끊는게 가장 이로울 것 같다고 답했다.

상현의 말대로 내가 담배를 하기엔 몸상태가 그리 좋은 것도 아닌데 더 망쳤다가는 모연이나 상현이나 자신을 가만두지 않을 것 같았다. 뭐, 그것을 알기에 할 수 있는 일탈이기도 했지만 말이다.

가만히 옥상 난간 벽에 기댄 나는 가만히 담배의 연기를 마셨다가 내뱉으면서 말문을 열었다.

"송 선생님."

"왜요?"

"절대 잡아서는 안되는 사람이 내 눈 앞에 나타났을 때, 너라면 어떤 선택을 할거 같아?"

갑작스러운 나의 반말에 놀란 것인지 상현은 한동안 답이 없었지만 곧 익숙한 목소리로 나의 질문에 되묻는 질문을 던졌다.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데요?"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사람, 그리고 내가 가장 그리워하고 이해할 수 있는 일을 하는 사람."

내 말을 들은 상현은 한동안 아무 말도 없었고 나도 거의 타들어가 더이상 필 수 없는 담배 꽁초를 치우기 위해 벽에 기대고 있던 몸을 바로 세웠다가 나를 응시하는 상현을 볼 수 있었다. 상현은 내 손에 들린 꽁초를 자신이 들고있던 휴대용 재떨이에 밀어넣고는 다시금 나를 쳐다보면서 말했다.

"잡을 수 있을 때 잡아요.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다면 살아있을 때 열심히 붙잡고 있으면 되는 거잖아요. 뭐 우리들이야 말로 가장 죽음을 가까이에 두고 사는 이들이지만."

평소처럼 장난기를 담아서 말하는 상현의 모습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던 나는 곧 덧붙이는 상현의 말에 어색하게 웃을 수 밖에 없었다.

"우리들한테도 곁을 안 주던 선배가 잡고 싶은 사람이라니 강모연이나 저나 그냥은 안 넘어갑니다."

상현이 옥상에서 내려간 뒤에도 나는 한동안 옥상에서 가만히 하늘을 응시하며 서있었다. 상현의 말대로 나는 그렇게 아꼈던 후배인 모연과 상현에게 단 한 번도 내 상황에 대해 이야기하거나 털어놓은 적이 없었다. 애초에 발설 자체가 불가한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그들에게 기대려 하지 않았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었다.

지금에서야 한 명의 의사로서 제 본분을 잘 해내고 있는 이들이지만 나에게 있어서 그들은 언제나 내가 아끼고 소중하게 생각했던 진짜 후배들이었으니까. 그래서 그들이 힘들어 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 입을 다문 것도 있었다.

하지만 저런 식으로 그들을 곁에 두지 하지 않았다는 것을 듣고 나서 그에 대해 생각하려니까 마음이 울렁이는 것 같았다. 소중함을 따지자면 당연히 후배들 쪽이었고, 그 사람은 나에게 있어 그저 이해할 수 있는 존재일 뿐이었다.

나의 삶에 대해 이해를 원한다면 그것은 같은 특전사였던 형들에게 바래도 되는 것이었지만 그는 무엇인가 달랐다. 아무런 끈도 없기에 나는 그가 계속해서 신경쓰일 수 밖에 없는 것 같았다.

혈육도 아니고, 직속 후배도 아니고, 직속 선배나 상사도 아닌 존재. 하지만 그의 삶을 이해할 수 있고, 그의 삶이 익숙하고, 그로 인해 나의 삶을 잊지 않도록 만들어 주는 존재.

하지만 여전히 나는 그의 존재가 나에게 그리 가치가 있는지 판단할 수 없었다.

잃는 것이 당연했던 삶.

무엇인가를 얻어야겠다는 성취감 보다는 현실에 순응하는 게 더 쉬웠던 삶.

그렇기에 나는 내 앞에 앉아있는 이를 향해 어떠한 답을 주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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