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후/BL] 노인과 청년 / 백업

[태후/BL] 노인과 청년 (前) 66

-out

무너진 자리는 수복시킬 수 없지만 새로운 것을 통해 새로 쌓아올릴 수는 있었기 때문에 시진은 다시금 일어설 수 있었다.

자신을 숨겨주는 윤슬의 행동이 기꺼우면서도 이 순간이 끝나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 시진은 윤슬의 옷자락을 손에 쥐었고 그런 시진의 행동을 알기라도 하듯이 윤슬은 아무말없이 시진을 끌어안아주었다.

그렇기에 시진은 윤슬보다 먼저 말문을 열 수 밖에 없었다.

자신이 지키고 싶어하는 이 시간을 유지해주는 윤슬의 행동이 좋았지만 그에 비례하게 그가 환자라는 생각이 머리 속에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한선생님,"

"예."

"…이만 돌아가는 게 좋겠습니다."

"이제 괜찮은 겁니까?"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그럼 왜…,"

"더 무리하면 상처가 벌어질 겁니다."

시진이 윤슬에게 떨어지면서 하는 말에 윤슬은 문득 욱신거려오는 통증을 깨달았다.

"아…."

하지만 시진의 염려와는 다르에 이미 윤슬의 상처는 벌어진 상태였고 그 탓에 윤슬은 등 뒤가 축축해져 오는 감각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이미 늦은 것 같습니다."

"…예?"

덤덤한 윤슬의 말에 잠시 말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던 시진은 곧 그 말의 의미를 알아차리고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경악을 내비추더니 곧 윤슬의 상태를 살폈다.

윤슬은 그런 시진의 모습에 웃으면서 안절부절 못하는 시진에게 진정하라는 의미로 어깨를 두어번 두드려 주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 정도는 괜찮아요."

"아, 아니. 제가 안 괜찮습니다. 한선생님 그렇게 돌아오고나서 메디큐브에 있던 사람들이 얼마나 험악했는지 아십니까."

그렇게 말하면서 자신에게 등을 내보이는 시진의 행동에 가만히 시진의 등을 응시하던 윤슬은 그가 고개만을 돌려 자신을 쳐다보면서 하는 말에 느리게 두 눈을 깜빡였다.

"업히세요. 메디큐브까지 데려다 드릴게요."

"……."

"한선생님?"

"……오랜만이네요. 제게 업히라고 말하는 사람은."

시진은 그렇게 말하는 윤슬의 목소리가 흐릿하다는 느낌을 받았고 그렇기에 몸을 틀어 그를 제대로 마주 보려 했지만 곧 그의 등에 닿아오는 온기와 무게감에 그대로 굳었다.

생각보다 낮은 체온을 가진 윤슬은 시진에게 따뜻함을 전해줄 수는 없었지만 살아있는 존재라는 흔적 정도는 남겨주었고 체격과 키에 비해 가벼운 무게에 놀라움을 전해주었다.

"부탁하겠습니다."

"…예."

시진은 안정적인 자세로 윤슬을 업은 채로 몸을 일으켰고 윤슬은 그런 시진의 등에 업힌 채로 가만히 낯선 이 감각을 되새길 뿐이었다.

누군가에게 업히는 것은, 생각이상으로 낯선 느낌이었다.

윤슬은 그리 생각하면서도 안정감 있는 시진의 등에 그대로 두 눈을 감았다.

한 걸음, 한걸음 그가 발을 내딪을 때면 느껴진은 진동이 윤슬에게는 마치 요람같았고, 그의 숨소리와 어우러지는 자연의 소리는 마치 자장가와 같은 느낌이었다.

그렇기에 시진이 윤슬을 업고 메디큐브에 돌아왔을 때 윤슬은 깉은 잠에 빠져든 상태일 수 있었다.

"상처가 터지신 것 같은데 한 번 확인 부탁드리겠습니다."

메디큐브에 돌아오자마자 지나가는 길이었던 걸로 보이는 상현과 마주친 시진이 조용히 그렇게 말하자 윤슬이 잠들어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 상현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수긍을 표한 뒤 시진을 도와 윤슬을 조심스럽게 베드에 눕혔다.

상현은 시진에게 양해를 구해서 병실에서 내보낸 뒤 자애를 불러 상처를 확인했는데 다행히 크게 벌어진 것은 아니었지만 재봉합이 필요했기 때문에 상현은 곧바로 윤슬의 상처를 봉합하기 위한 준비를 했다.

수많은 흉터와 상처로 물들어 있는 윤슬의 몸을 아무렇지도 않게 바라볼 수 있는 이가 몇 없었지만 상현은 그 사실이 꽤나 슬프게 느껴졌다.

그 흉터들은 결국 자신이 아닌 타인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의 몸을 던져서 얻게 된 것들이었으니까 말이다.

지금 이 총상도 모연을 구하기 위해서였다는 것은 전해들은 상현은 그저 침잠한 얼굴을 한 채로 봉합을 마무리했다.

윤슬의 동료인 그들은 그가 이곳 우르크에 와서 매번 다치고 쓰러지고 고통을 감수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윤슬이라는 사람이 어서 이곳을 떠나 한국으로 돌아가길 내심 바랬지만 그 시간은 아직이었기 때문에 그저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더이상 그가 다치지 않기를-

그리고, 그가 더이상 고통받아하지 않기를-

그런 그들의 바람을 알기라도 하듯이 메디큐브 환자들과 의료진의 귀국날짜가 그들에게 전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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