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후/BL] 노인과 청년 / 백업

[태후/BL] 노인과 청년 (前)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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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을 하던 나는 울리는 진동에 바지 주머니에 넣어두었던 휴대폰을 꺼내서 잊고 있던 이를 향해 문자를 전송했다.

『 오늘 도착했어. 조만간 찾아갈게.

                             -0- 』

"…."

문자를 보낸 나는 무표정으로 화면을 껐고 곧장 막사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이쪽 지리는 변하지 않았다면 그대로일 테니까 차만 빌려서 다운타운에 들리면 될 것 같았다.

급하게 연락하긴 했지만 전쟁이 끝난지 좀 됐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터라여기서 지내다가 갈 생각이었던 나는 저릿한 감각이 느껴지는 왼손을 두어번 쥐었다 펴면서 우연히 지나가던 유시진 대위를 보고 그를 불러세웠다.

"혹시 차 좀 빌릴 수 있습니까?"

"차, 말입니까? 무슨 일이십니까?"

"근처 다운타운에 가봐야 할 것 같아서 말입니다."

내 말에 가만히 나를 바라보던 그는 곧 뒤에서 달려오는 강선생님을 쳐다보고는 나에게 말했다.

"강선생도 다운타운에 가야한다고 하셔서 데려다 드릴 생각인데 같이 가시겠습니까?"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어? 선배는 무슨 일이세요?"

"강선생님이야 말로 다운타운엔 무슨 일로 가십니까?"

"와이파이 좀 쓸려고요."

"와이파이, 말씀이십니까?"

내가 의아함을 담아서 묻자 강선생는 유시진 대위가 가르킨 차로 걸어가더니 익숙하게 뒷좌석 문을 열고는 말했다.

"계좌이체 좀 해야할 일이 생겨서요. 선배는 앞에 타세요. 나중에 고생하시지 마시고."

"…알겠습니다."

"그럼 출발하겠습니다."

유시진 대위까지 올라탄 차는 느리게 출발했지만 곧 아스팔트로 포장된 도로가 나오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아, 여보세요. 네, 방금 연락 드렸던 사람입니다. 지금 해결되서 연락드렸어요. 네, 지금 바로 계약금 걸 수 있어요. 외국이긴 한데 폰으로 인테넷뱅킹 되거든요. 네, 그럼 한 시간 안에 보내고 문자 드릴게요."

빠르고 전화를 끝낸 강선생님이었지만 대충 내용이 짐작이 된 나는 멍하니 앞을 바라보면서 말문을 열었다.

"이사하십니까?"

"아뇨, 병원 때려치울려고요. 그 사람 밑에서 더이상 일하기 싫어서요."

"…그렇습니까."

"뭐 일단 계획중인거고 안 되면 계속 다녀야죠."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사람, 더이상 강선생님에게 손 못 댈테니까요."

"그러고보니 선배가 이사장한테 할말 뭐예요? 전 선배가 그렇게 말 놓는 거 처음 봤는데."

강 선생님이 뒤에서 시트에 묻고 있던 몸을 앞좌석에 기대면서 하는 말에 나는 느리게 눈을 깜빡이면서 나지막하게 말했다.

"아무리 이사장이라해도 급이 다른 이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중 한 분이 저희 아버지입니다. 뭐, 그 외에도 석원이 형이 꼼짝 못하는 분들이 몇분 계시긴 하지만 별로 중요한 이야기는 아닙니다."

"흐응- 신기하네요. 선배에게 그런 빽이 있을 줄이야."

다시금 뒷좌석에 몸을 기대는 강선생님의 말에 자조적인 웃음을 내뱉은 나는 말문을 닫았고 그 뒤로 나는 강선생님의 말에 움찔할 수 밖에 없었다.

"어? 저기는 어디예요?"

정적 속에서 들린 말에 반사적으로 창밖으로 고개를 돌렸던 나는 지나가면서 스치듯이 봤지만 그녀가 어디를 가르키는 것인지를 알 수 있었고 조용히 숨을 들이켰다가 내뱉으면서 그녀가 가르켰던 표지판에 적힌 장소를 머리 속에 떠올렸다.

'나바지오 해변'

아름답다고 칭해지는 장소이지만 접근하기 힘든 장소에 있어서 아는 사람들만 간다는 그 장소는, 더이상 나에게는 유쾌하지 않은 장소였다.

다시 가야하지만 갈 수 없는, 그런 곳이기 때문에.

그런 생각을 되새기면서 빈 손을 움켜쥔 나는 잠시 가라앉았던 두통이 다시금 올라오는 느낌에 미간을 찌뿌리면서 정면을 바라볼 뿐이었다.

옆에서 툴툴거리는 두사람의 목소리는 더이상 나의 귓가에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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