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후/BL] 노인과 청년 / 백업

[태후/BL] 노인과 청년 (前) 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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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르크에 온 이후로 조용한 말 없이 지낸다는 생각을 문득 했던 윤슬은 시진이 데려온 진소장의 상태를 보고 그 생각을 확신하고 말았다.

흐릿한 눈빛에 창백한 안색을 한 진소장은 손목을 베드에 묶인 채 잔기침을 내뱉으면서 누워있었는데 모연이 엑스레이 사진을 확인하러 간 동안 윤슬은 가만히 진소장의 상태를 체크했다.

"당신이 갖고 있는 다이아, 아구스 겁니까?"

"…다이아? 무슨 다이아? 빤쓰 바람으로 끌려온 사람이 뭐! 뭐 있다고!"

"똑바로 말해. 아구스가 당신을 얼마짜리로 생각하는지 알아야 너 같은 새끼도 보호해야 하는 나 역시 계산이 선다고……!"

"아…… 나 아파요…… 아파……."

시진이 매의 눈초리로 진소장을 바라보면서 이를 갈면서 말하는 것에도 배를 배배 꼬면서 사정하는 진소장의 행동에 시진은 냉정하게 무시했지만 윤슬은 진소장에게 다가가 동공 반응을 확인하고 청진기를 손에 들었다.

"대위님 찾는 건 내가 찾은 거 같고. 돌 씹어 드실 나인 지나신 거 같은데."

그리고 모연이 엑스레이 사진을 들고 들어오면서 하는 말에 시진은 진소장에게서 시선을 뗐다.

그리고 엑스레이 사진에 선명하게 찍힌 하얀색 고형 물체를 본 시진은 다시금 진소장에게 시선을 돌렸다가 경악을 했다.

갑자기 각혈을 하는 진소장과 그 각혈을 뒤집어쓴 윤슬이 눈에 비췄기 때문이었다.

그에 모연도 베드로 한걸음 다가왔는데 윤슬이 침착하게 말을 이었다.

"호흡이 약합니다. 맥박도 약하고. 배 속의 다이아가 장출혈을 일으킨 것 같습니다. 응급 수술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상처가 아물고 있긴 하지만 굳이 멀쩡한 의사들을 두고 자신이 나설 필요를 못 느낀 윤슬은 그렇게 모연에게 수술의 집도를 맡기고는 피를 씻어내기 위해 샤워실로 갔는데 그 시각 수술실에는 상현이 아닌 명주가 어시로 들어왔다.

그렇게 새벽 2시에 메디큐브에서 응급수술이 시작되었고 그 안에는 모연이 집도의로서, 명주가 어시로서 자리하고 있었다.

"출혈 심해요. 근데 이 환자 진짜 다이아몬드를 삼켰어요?"

"어, 진짜 블러드 다이아몬드 보게 생겼어. 안이 엉망이네. 여기 좀 잡아줘."

모연의 말에 명주가 집은 순간 혈관이 터지면서 수술대 바로 앞에 서있던 모연과 명주는 혈액에 의해 오염되었지만 모연은 침착하게 터진 혈관을 잡았고 명주는 자신이 실수한 부위를 확인하기 위해 두 눈을 환부에 고정했다.

"죄송해요. 제가 혈관 잘못 건들인 것 같아요."

"내가 잡았어."

하지만 진지하게 환부를 살피던 모연은 명주가 건들인 것이 혈관이 아님을 눈치챘고 가만히 머리 속을 정리했다.

"혈관 아니고 림프절에 있던 종양이 터졌어."

"장출혈은 다이아 때문이라지만, 림프절 비대는 뭐죠?"

"기침과 호흡곤란이 꾀병이 아니었다면, …전부 멈춰요. 손 놓고 수술대에서 떨어져요. 얼른!"

생각을 정리하던 모연은 순간 떠오른 가정에 서둘러 말했고 그 말에 수술대 옆에 있던 모두가 한걸음씩 뒤로 물러섰다.

그러자 모연은 냉정하게 자신의 가정에 대해 설명했다.

"기침과 호흡곤란, 위점막 출혈, 림프절 비대까지. 모든 증상을 종합해 볼 때 이 환자, 바이러스성 열성 감염 증상을 보이고 있어요. M형 바이러스에 의한 악성 페스틸런스로 추정됩니다. 정확한 검사 결과 나올 때까진 수술실은, 폐쇄 격리 조치할게요. 이미 오염된 나와 윤중위 제외하고는 다들 나가세요."

"수술은요?"

"마무리는 우리 둘이 해야할 것 같은데?"

자애의 물음에 모연이 명주를 바라보면서 말하자 명주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고 그것을 신호로 모든 의료진은 뒤로 물러서면서 수술실을 빠져나갔다.

그리고 그 소식은 밖에 있던 이들에게도 전해졌고 그 소식이 전해짐과 동시에 가장 먼저 피에 오염 되었던 윤슬도 병동 한쪽에 격리 조치 되었다.

윤슬의 소식까지 전해들은 시진은 그 소식을 자신들에게 전해준 상현에게 물었다.

"M형 바이러스가 뭡니까? 자세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WHO 감시 대상 전염병 중 하난데, M2냐 M3냐는 PCR검사를 해봐야 하는 거고."

"뭐가 다른 겁니까?"

"M2면 독감보다 좀 심한거고, M3면 에볼라보단 좀 나은거고."

상현의 덤덤한 설명과 달리 시진과 대영의 얼굴은 백짓장처럼 하얘졌다.

그들은 '에볼라' 가 얼마나 많은 생명을 앗아갔는지 기억하는 이들이었고, 그것보단 좀 낫다는 말은 그것과는 별 다를 바 없을 정도로 생명에 위독하다는 소리였기 때문이다.

그제서야 심각성을 인지한 두 사람은 곧바로 폐쇄 조치된 수술실로 달려갔지만 안으로는 들어갈 수 없었고 마스크와 보호장구를 착용한 자애가 두 사람의 피를 채혈하는 것이 보였다.

시진은 진짜로 이것이 M3 바이러스면 먼저 오염이 되었던 윤슬도 위험하 것이라는 생각에, 대영은 그동안 도망칠 수 밖에 없었던 자신이 사랑하는 이를 잃을 두려움에 그들을 바라봤다.

"윤명주!"

"그래도 기특하지 말입니다. 스튜디어스 소포 받았을 때보단 더 빨리 달려온 거 같지 않습니까?"

명주가 킥킥 거리면서 하는 말에 모연은 절레절레 고개를 저으면서도 희미하게 웃었다.

"괜찮냐고!"

"우와. 나 지금 서대영을 쫄게 한 겁니까?"

그리고 그런 두 사람과는 달리 대영은 잔뜩 굳은 얼굴로 목소리를 높였지만 명주의 태도는 변함없었다.

"괜찮아요?"

시진의 걱정 어린 물음에 모연은 그를 마주하면서 미소 지었다.

"한쌤은, 괜찮아요?"

"…한선생님도 격리 조치됐습니다."

"…그렇구나."

모연의 미소가 지워지고 슬픔이 얼핏 떠올랐지만 곧 모연은 진지한 얼굴로 시진에게 말했다.

"한쌤 곁에 있어주세요. 꼭."

"…."

"유대위님."

"…알겠습니다."

"우리 죽었네 죽었어. 우리가 하는 얘긴 다 유언인가 봅니다. 얼굴 좀 펴십시오 둘 다. 안 죽을테니까."

그런 모연과 시진은 본 명주가 그리 말하면서 자리에서 일어서자 뒤이어 자애가 말을 이었다.

"그럼요. 다 됐어요. 근데 PCR검사할 실험실 있는 병원이 근처에 있을까요?"

"20분 거리 미군 부대에 병리학 실험실이 하나 있긴 해요. 근데 협조가 될지는……."

"그 문제는 내가 해결할 수 있어."

"이동 차량 준비하겠습니다."

명주의 확신할 수 없다는 듯한 말에 시진이 확신을 담은 목소리로 말하자 끝까지 명주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던 대영이 그렇게 말하고는 밖으로 뛰쳐나갔다.

미군 주둔지 생화학부대 실험실에 위장 잠입해 있다는 조던에게 연락한 시진은 두말도 하지 않고 부탁을 들어줄 것이라 믿었고 그것은 확신이 되었다.

자애에게서 진소장을 포함한 3명 분의 채혈이 담긴 상자를 든 시진과 대영은 미군 주둔지 생화학부대로 바로 출발했다.

이들이 진짜 감염이 되었다면, 윤슬도 감염 위험이 컸기 때문에 시진은 쉬이 안심할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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