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후/BL] 노인과 청년 / 백업

[태후/BL] 노인과 청년 (前) 60

-out

"[우르크에선 좋은 기억이 많아. 당신은 마지막 밤에 어울리는 여자고.]"

아구스가 음흉한 눈빛으로 모연을 바라보며 능청스럽게 말하자 모연은 온몸에 파충류가 달라붙는 듯 소름이 끼치는 듯한 감각이 느껴졌다.

하지만 그렇기에 모연은 죽을 힘을 다해 눈물을 꾹 참고 그를 쏘아보았다.

손과 발은 묶여 있는 데다가 입에는 테이프가 붙어있어 그것이 그녀가 할 수 있는 가장 큰 반항이었다.

그런 그녀를 가만히 한참동안 내려다보던 아구스는 그녀의 입에 붙여놓은 테이프를 확 뜯어냈고 그 탓에 모연은 피부가 찢어지는 것 같은 통증을 느껴야만 했다.

"[고생 많았어 닥터. 필요한 거 있음 얘기하고.]"

"그럼 좀 조용히 해봐. 컨셉을 어떻게 잡아야 할지 생각 중이니까. 뭔 인질을 해봤어야 알지."

"[모국어 뒤로 숨는 건 캡틴과 똑같네?]"

"히포크라테스 오지랖 진짜. 뭐 이런 새끼도 살리라고. 말이면 단 줄 아나."

"[생명의 은인한테 할 소린 아닌데, 죽고 싶지 않으면 영어로 얘기해.]"

서로 맞물리지 않는 대화의 끝은 결국 아구스의 불편한 심기로 인해 모연을 향해 총구를 들이미는 위협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그런 아구스의 행동따위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모연은 전혀 겁먹지 않은 얼굴로 오히려 비웃음을 지어보이며 말을 이었다.

"날 왜 데려 왔는진 모르겠지만 몸값 요구할 생각이면 맘 접어. 난 돈보다 빚이 더 많은 여자야."

그런 모연의 행동에 아구스는 들고있던 권총 손잡이로 그녀의 얼굴을 가격했고, 그라자 그녀는 의자에 묶인 채로 바닥에 쓰러졌다.

"그를 도발하려고 하는 거라면 그만두는 게 좋아요."

그녀의 의자를 세워주는 이가 유창한 한국어를 구사하는 것을 들은 모연은 처음으로 동요를 내비췄다.

"그는 꽤나 인내심이 깊지 않거든요. 당신을 그토록 아끼는 한소장님을 위해서라도 살아는 있어야지 않겠어요?"

"…당신도 저 인간이랑 다를 바 없어."

"맞아요. 난 내가 착하다 말한 적은 없는데,"

모연의 의자를 세워준 남자는 아구스가 하트라고 지칭했던 강마음 상사였고, 그는 자연스럽게 그녀를 지나쳐 아구스에게로 걸어가 그의 옆에 서서 그렇게 말하며 웃어보였다.

"말했잖아요. 당신이 아니더라도 그는 나라는 존재를 없애기 위해서라도 올거라고. 부디 오해는 하지 말아줘요. 당신은 유시진 대위를 불러내기 위한 미끼일 뿐이니까."

모연은 살아 생전 처음으로 인간이라는 존재에게 살의라는 것을 처음으로 느꼈고 지금 자신의 눈 앞에 있는 두 남자를 당장이라도 죽이고 싶을 정도로 싫고 미웠다.

특히, 아구스의 옆에 서있는 그가 모연은 가장 저주스러웠다.

아구스가 윤슬을 불러내기 위한 연락을 할 때 그는 우르크 경찰들에게서 자신을 인계받아 자신들의 아지트로 끌고 왔고 그곳에서 그는 자신에게 윤슬의 과거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강모연 교수님, 이라고 하더군요. 아, 대답은 못하실테니 굳이 질문은 안 할게요. 그냥, 마지막일 것 같아서 당신에게 말해볼려고요. 그 날의 진실을 아는 이는 전부 죽었어요. 살아남은 이라고는 저와 한소장님 둘 뿐이죠. 아, 한소장님은 한윤슬 선생님을 말하는 겁니다. 제 직속상관이셨죠."

그리 말하는 하트의 모습에 모연은 그저 그를 쳐다볼 뿐이었고 그른 모연의 시선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는 계속 해서 말을 이었다.

"그는 나를 배신자로 알고 있어요. 그리고 그건 사실입니다. 난 정보를 팔아넘긴 조국의 배신자거든요. 근데, 그들을 그런 상황 속으로 빠트릴 생각은 아니었어요. 그들을 존경하고, 좋아했던 건… 진심이었으니까요."

그렇게 말하는 그의 얼굴은 무엇인가를 그리워하는 듯한 표정이라 모연은 눈가를 찌뿌렸지만 곧 싹 얼굴을 바꾸는 그의 모습에 미간을 찌뿌렸다.

"하지만 지나간 일, 되돌리는 것은 불가능. 그러니 끝은 내가 마무리 지을 겁니다. 그러니 당신에게 부탁 하나만 합시다."

유일하게 표현을 내비칠 수 있는 두 눈을 지긋이 감았다 뜬 모연은 어디 한 번 말해봐라 라는 눈빛으로 그를 쳐다봤고 그에 하트는 픽 웃으면서 말했다.

"그의 앞을 막지 말아요. 그가 무슨 일을 할려고 한다 해도, 당신은 그 앞을 막아서면 안됩니다."

그렇게 말하는 그의 눈빛은 서늘하게 내려앉아 있어 모연은 잠시 쫄았지만 곧 그가 웃으면서 그 눈빛을 거둬서 착각인가 하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곧 이어지는 그의 말에 그것이 착각이 아니라는 것을 되새길 수 있었다.

"내가 죽게 되더라도, 그가 죽게 되더라도, 당신은 그 앞을 막아설 자격이 없습니다. 강모연 교수."

그는, 경고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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