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후/BL] 노인과 청년 / 백업

[태후/BL] 노인과 청년 (前) 61

-out

세포탁심 주사를 맞은 명주는 의식을 되찾았고, 체온도 37도로 내려갔으며 피부에 올라왔던 수포도 가라앉았다.

밤새 명주의 머리맡을 지키던 대영은 그녀가 잠든 것을 확인하고 병실을 나와 연변장 주변을 산책하며 한숨을 돌리는데, 옆구리 한 쪽이 허전하는 것을 떠올리자 시진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도 떠올랐다.

시진에게 무전을 쳤지만 먹통이었고 대영은 순간 불길한 예감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것을 느꼈다.

그렇게 찾은 중대장실은 예상대로 텅 비어있었는 대신 시진의 피 묻은 군복이 각 잡힌 채 개켜져 있고, 그 뒤로 무전기와 권총, 탄띠, 군번줄이 가지런히 놓여있었다.

그것을 본 대영은 시진에게 뭔가 안 좋은 일이 벌어진 게 분명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생각하자 의료진 중에 모연과 윤슬 또한 행방이 묘연하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바로 상황실로 뛰어가 본진으로 전화를 건 대영은 통신병에게 대대장실에 연결해달라고 했고, 곧 전화선 너머로 박중령의 찢어지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박중령은 건방지게 여기가 어딘 줄 알고 전화를 하느냐며 잔소리를 하다가 대뜸 시진의 행방에 대한 힌트를 늘어놓기 시작했는데 그것을 가만히 듣고 있던 대영은 모든 상황을 파악한 후 박중령에게 경례를 외친 후 전화를 끊었다.

군대와 국가가 버린 전우를 구하러 가기 위해 대영은 알파팀원들에게 무전을 쳐 소집을 명령했다.

"지금부터 비승인 블랙작전을 시작한다. 무장한 갱단들과의 무력충돌이 예상되며 우리 외에 백업은 없다. 군복을 벗고 해야 하는 작전이고, 돌아올 수 없을지도 모른다. 빠질 인원은 빠져도 좋다. 열외 있나?"

상황실에 모여든 알파팀 대원들을 둘러보며 말하는 대영의 말에 최중사, 임중사, 공하사가 긴장된 눈빛을 서로 주고받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없습니다."

그들의 굳은 결의를 다지듯 묵직한 목소리로 외치는 그들의 모습에 대영은 흔들림없이 말을 이었다.

"좋다. 휴가는 끝났다. 현 시간 부로 전원, 알파팀으로 복귀한다."

대영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대원들은 일시에 흩어져 각자의 관사로 달려갔고 대영은 메디큐브로 향했다.

그리고 그 시각 시진은 서늘한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윤슬과 마주하고 있었다.

"대체 한선생님이 왜 여기에 있는 겁니까."

"제 개인적인 사유입니다. 그러는 유대위님은 왜 그런 차림으로 이곳을 찾으셨습니까."

서늘하게 가라앉은 눈으로 자신의 모습을 살피는 윤슬의 모습에 시진은 온몸의 신경세포가 일어서는 듯한 느낌이 들었지만 어떠한 반응도 하지 않았다.

"아구스가 말한 캡틴이 당신인가 보군요."

"…역시, 한선생님도 아구스와 아는 사이였습니까."

윤슬의 입에서 나온 낯익은 이름에 시진은 미간을 찌뿌렸고 윤슬은 그저 덤덤하게 시진을 응시할 뿐이었다.

"제 질문에 대해 먼저 답해주시겠습니까, 유시진 대위님."

"……아구스가 강선생을 납치했고 오늘 밤 거래가 끝난 후 00시 05분까지 탈출 경로를 만들라는 조건을 붙였습니다. 하지만 공식적으로는 인질구출작전 개시를 할 수 없었고, 그래서 비공식 인질구출작전을 혼자 개시할 생각이었습니다."

"…혹시 자세한 위치 알고 있습니까."

"예?"

"아구스 패밀리의 아지트 위치 말입니다."

"아, 일단 진소장을 탈환해왔던 그 건물부터 털어볼 생각입니다. 따로 위치는 알려주지 않았으니 그쪽이 유력합니다."

"탈출 방법은 어느 쪽을 노릴 것 같습니까."

"역시 하늘 쪽이지 않겠습니까."

"그럼 하늘 쪽을 노려야겠군요."

그렇게 말한 윤슬은 자신을 쳐다보던 발렌타인을 향해 시선을 주었지만 그녀는 그의 시선이 말하는 의미를 알아차린 것인지 고개를 좌우로 움직였고 그것을 본 윤슬은 미간을 찌뿌리며 품 안에서 휴대폰을 꺼냈다.

그리고 막힘없이 번호판을 누른 윤슬은 곧 귓가에 휴대폰을 가져다 댔고 얼마 흐르지 않아 나지막하게 말을 이었다.

"[닥터 닐입니다.]"

-"[예, 저희의 도움이 필요하신 일이 있으십니까.]"

"[헬기 하나 움직여 주실 수 있겠습니까.]"

-"[물론입니다.]"

"[위치는 따로 보낼 테니 정각까지 부탁드리겠습니다.]"

-"[닥터 닐의 부탁이라면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그렇게 윤슬은 전화를 끊자마자 자리에서 일어섰고 시진은 그런 윤슬이 움직이는 것을 가만히 쳐다봤다.

"괜찮다면 이번에 함께 움직여도 되겠습니까. 어차피 유대위님과 제 목표가 같은 듯 싶은 데 말입니다."

"…방해가 안 되게 잘 하겠습니다."

"저야말로 유대위님께 방해가 안 되게 조심하겠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옅게 웃어보인 윤슬은 총과 탄창들이 채워져 있는 숄더 홀스터를 차고 나서 가벼운 겉옷을 입었고 다리 한쪽에는 권총 홀스터를 채우고 반대쪽 다리주머니에는 탄창이 채워넣었다.

그리고 시진도 발레타인이 준비해준 가방을 어깨에 메고 윤슬과 가게를 나섰다.

그런 두 사람을 향해 발렌타인은 나지막하게 말했다.

"Good Luck(행운을 빌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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