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후/BL] 노인과 청년 / 백업

[태후/BL] 노인과 청년 (前) 33

-out

윤슬은 상황실 텐트에서 링거맞는 환자를 살피고 있었는데 현장에서 구조요원인 군인들에게 지시를 내리던 시진은 윤슬을 찾아왔다.

"한선생님. 잠시 건물 안쪽에 좀 가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알겠습니다."

잠시 옆에 내려두었던 응급키트를 어깨에 걸친 윤슬은 망설임없이 자리에서 일어났고 시진은 그런 윤슬을 어두운 얼굴로 쳐다보다가 그대로 몸을 돌려 건물 안 쪽으로 윤슬을 안내했다.

잘못 건드리면 균형을 잃은 건물이 와르르 무너져 내릴 수 있기 때문에 쉽사리 안쪽으로 파고들지 못하는 상황이었지만 무엇보다 강진이 지나간 자리에는 여진이 찾아올 확률이 높아 다들 잔뜩 긴장한 상태였다.

제대로 쉬지 못한 의료진과 군인들은 많이 지친 상태에다가 구조하다가 다친인원도 꽤 되서 거의 모든 이들이 거의 의지로 버티는 중이었다.

그리고 그들 중에서는 굳은 얼굴로 환자를 살피는 윤슬과 시진도 포함되어 있었다.

지금 윤슬이 살피고 있는 환자는 콘크리트 벽에 하체가 깔린 이였는데 이미 발쪽은 괴사가 시작되어 생체반응이 없었고 피부는 검게 물든 상태였지만 아직 살아있는 환자였다.

그리고 시진이 윤슬을 부른 이유는 철골 프레임이 어깨를 관통한 환자 때문이었다.

"지금 양쪽의 상황이 연결되어 있어서 콘트리트 더미에 깔리 환자를 구출하기 위해 더미를 들어올리면 철골 프레임이 휘어져서 반대편 환자의 몸이 절단 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반대로 철골프레임을 먼저 자르면 콘트리트 더미에 깔리 환자가 압박되는 상황인겁니까."

덤덤한 얼굴로 지금 상황을 파악한 윤슬은 시진의 눈을 마주 했고 시진은 그런 윤슬의 모습에 한박자 느리게 고개를 끄덕이는 걸로 윤슬의 말에 수긍했다.

"유대위님이 저를 부른 이유는 생존 확률이 높은 구조자를 판단해달라고 하기 위해서 입니까."

"예."

"지금 콘트리트 더미 쪽에 지지대를 설치해서 하중의 분산을 잠시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은 불가능합니까?"

"가능하더라도 성공할 확률은 적습니다."

"그럼 시도라도 해보심이 좋을 것 같습니다. 두 쪽 다 살확률이 희박합니다만 지금 상황에서 살 확률이 높은건 철골 프레임이 관통된 환자입니다. 하지만 철골 프레임을 자른 순간, 그 순간만 하중을 버틸 수 있다면 아래쪽 환자도 구조 가능할 수 있습니다."

"…일단 말씀하신대로 하겠지만 건물 내부 상황이 그리 좋지 않아 좋은 결과를 바라기는 힘들 겁니다."

"유대위님. 그건 잘 알고 있습니다. 구조 현장에서는 수칙을 따라 움직여 해결하는 방법 뿐입니다. 그게 좋은 일이던, 좋지 않은 일이던 그렇지 않으면 이 상황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알겠습니다."

윤슬의 말에 시진은 짧게 숨을 내쉬면서 답했고 그 뒤로 구조 준비는 빠르게 진행되었다.

윤슬의 발대로 최대한 콘크리트 더미 쪽 아래에 지지지대 역할로 다른 콘크리트들을 끼워넣어 공간을 만들었고 그와 동시에 철골 프레임 절단 작업을 진행했다.

철골 프레임이 잘리는 그 순간 철골 프레임에 연결해둔 로프를 군인들이 양쪽으로 잡아당길 것이고 더미 쪽은 다른 이들이 들어올리는 작업을 진행해야만이 환자를 구출할 수 있었다.

그래서 현장 내부의 누구도 긴장을 놓을 수 없었다.

툭-

철골 프레임이 잘리는 순간 군인들인 신속하게 자신들의 자리에서 움직였다.

그리고 더미가 살짝 들어올려진 순간 군인들과 윤슬은 환자를 더미 아래에서 끌어 당겨서 꺼냈고 환자가 빠져나옴과 동시에 더미가 쿵하는 굉음과 함께 아래로 떨어졌다.

환자가 빠져나온 만큼의 공간이 더미에 깔려 윗 쪽에 있던 콘크리트가 아래로 추락했는데 그것을 위에서 누군가와 말다툼을 하던 시진이 한번 받아내고는 그 아래에 있던 윤슬에게로 추락했다.

그에 윤슬의 근처에 있던 군인들이 움직이려 한 순간 윤슬의 팔이 한번더 빨랐다.

응급키트를 방패 삼아 추락하는 충격을 받아낸 윤슬이 오로지 팔힘 만으로 더미를 밀어내듯이 쳐낸 것이었다.

"다친 사람 없어?!"

벌떡 자리에서 일어난 시진이 외치자 군인들은 빠릿하게 없다고 답했고 윤슬은 덤덤하게 환자의 상태를 살필 뿐이었다.

"환자 이송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윤슬의 옆에 있던 군인들은 멍한 기색이었다가 덤덤하게 말하는 윤슬의 태도에 정신을 차리고 환자를 들것에 옮겨서 들어올려 밖으로 걸음을 서둘러 움직였다.

그리고 윤슬은 얼마전 다시 전달 받은 무전기를 통해 메디큐브로 후송하는 두 환자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고는 함께 모연을 보냈다.

등을 다친 탓에 움직일 때마다 멈칫하는 몸의 반응 때문에 수술실에 들어갈 수 없었던 탓이었다.

그리고 모연은 그런 윤슬의 태도의 원인을 모르기 때문에 의아해하면서도 급박한 상태인 환자들 때문에 아무말없이 메디큐브로 환자를 후송하는 차량에 올라탔다.

차가 현장을 떠나자 윤슬은 다시금 현장으로 달려갔다.

이제 구조자가 몇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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