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후/BL] 노인과 청년 / 백업

[태후/BL] 노인과 청년 (前) 24

04. 절벽

-out

시진이 아구스와 대치하던 그 시각 윤슬과 모연은 절벽에 매달려 있었다.

모연이 직접 상태를 체크하고 싶다는 말에 블래키 마을로 가기 위해 윤슬이 모연과 함께 부대 내에 있던 지프차를 끌고 마을로 향했다.

모연이 아이들의 상태를 체크하는 동안 아이들에게 챙겨왔던 간식들을 소소하게 챙겨준 윤슬은 모연이 돌아가자는 말에 운전석에 올라탔고 모연은 집을 정리해야 한다면서 올 때와 달리 뒷자리에 앉았다.

"그건 그렇고 선배는 여기 지리 잘 아시나 보네요. 저번에 다운타운에 갔을 때도 그렇고."

"…기회가 있어서 왔던 적이 있습니다."

"진짜요? 선배 진짜 많은데 다니셨구나."

"그렇죠 뭐."

마을을 나가기 위해 시동을 걸고 차를 출발시킨 윤슬은 절벽지대를 벗어나기 전까지 안전 전정을 한다고 했는데 길의 일부가 무너졌는지 맞은 편에서 오던 차량을 비켜서다가 절벽지대로 차가 빨려들어가듯이 추락하기 시작했다.

"아무거나 꽉 잡아요!!"

"으아악!!!"

모연은 윤슬의 외침에 차 시트를 끌어안듯이 꽉 붙잡았고 윤슬은 사이드 브레이크를 올리고 브레이크를 계속 밟았지만 바위산이다보니 굴러가기 보단 튕겨서 점점 아래로 추락하는 것에 이를 악물었다.

그리고 그 추락은 절벽 끝에 앞 바퀴가 간신히 걸리는 것으로 멈췄고 모연은 차가 멈춤에 고개를 천천히 들어올렸다가 전방에 펼쳐진 풍경에 눈에 눈물이 고였다.

패닉에 빠진 모연과 달리 침착한 기색인 윤슬은 지금 이 순간이 마지막 기회라고 판단하고 모연에게 고개를 돌려서 말했다.

"강선생님 뒷좌석에서 짐칸으로 넘어갈 수 있겠습니까?"

그들이 타고있는 차량은 뒤쪽 트렁크 쪽이 열리는 형태였기 때문에 위험한 옆쪽보다 뒷쪽으로 말한 윤슬은 벌벌 떨면서도 좌석을 넘어가는 모연에게 자신의 핸드폰을 던져주었고 모연은 얼떨떨한 얼굴로 핸드폰을 받아서 윤슬을 쳐다봤다.

"일단 트렁크 문 열어서 내려요. 그리고 윗쪽으로 올라가서 부대에 연락 좀 해주세요."

"그럼 선배는요?"

"일단 둘이 여기 있는 것보다 하나가 가서 구조 요청하는 게 구조 확률이 높으니까. 어서!"

"…알겠어요."

모연이 트렁크 문을 힘겹게 열고 내림과 동시에 차 안에 있던 윤슬은 차가 앞 족으로 쏠림을 느꼈지만 어떠한 반응도 내보이지 않은 채 모연에게 웃으면서 말했다.

"그럼 구조요청 좀 부탁하겠습니다. 후배님."

"…."

윤슬의 모습에 불안감을 느낌 모연이었지만 지금 이 순간의 공포감이 더 크게 느껴졌기에 휴대폰을 꼭 움켜 쥔 채로 통신이 닿는 곳까지 이 악물고 기어 올라갔다.

그리고 간신히 연결음이 들리게 되자 활짝 얼굴이 폈던 모연이 몸을 돌려서 차 쪽을 바라봤다가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

간신히 절벽 위에 걸려 있던 지프가 절벽 아래로 추락하는 것이 보인 것이었다.

"선배!!!!"

-"여보세요…… 강 ……무슨……"

"차가, 차가 절벽에서, 그 안에 선배가 있는데…."

-"강선생, …들립니까?"

"유대위님 도와주세요!"

모연은 이제 자신이 울고 있는 것인지 비명을 지르고 있는 것인지 모를 상태로 허망하게 절벽을 바라봤고 전화가 끊긴지도 모른 채로 그렇게 주저앉아있던 모연은 순간 자신의 어깨를 감싸오는 손길에 그 쪽을 쳐다봤다.

"최중사님…. 선배가, 선배가 절벽에서…."

"걱정하지 마세요. 중대장님이 바다 쪽 수색 나가셨습니다. 저희가 꼭 찾아내겠습니다."

맨몸으로 절벽을 기어 올라온 터라 모연의 상태도 꽤나 엉망이었는데 우근은 그런 모연에게 챙겨왔던 모포를 둘러주고는 차에 태웠고 운전석에 타고 있던 다른 병사가 곧 차를 출발시켰다.

그리고 모연의 연락을 받은 시진은 윤슬이 절벽에서 추락했다는 말에 그곳이 어디인지 추락하면 어디쯤일지 추측하면서 차를 몰았고 분노에 휩싸여서 거칠게 차를 몰았던 오전과 달리 걱정으로 물든 초조함을 담아 거칠게 차를 몰았다.

가장 예상 추락지점과 가까운 해변에 도착한 시진은 바다 속에서 몸을 질질 끌면서 나오는 이의 모습을 보고 바로 그쪽으로 달려갔다.

"한선생!!"

"…유대위님이 여긴 어떻게 알고 오셨습니까."

온몸이 물에 젖은 윤슬은 그날처럼 젖은 머리를 쓸어 넘겼지만 그 날과 달리 윤슬의 눈은 덤덤했기 때문에 시진은 더이상 윤슬에게 다가서지 않았다.

"…걱정했습니다."

"큰 문제 없습니다. 다행히 암초와 부딪히지도 않았고."

"난, 한선생이 죽었을까봐,"

무엇인가 말하고 싶은 얼굴이지만 결국 말문을 잇지 못한 시진은 윤슬에게 부대로 데려다 주겠다는 말을 끝으로 말문을 닫았고 윤슬도 말없이 시진의 뒤를 따를 뿐이었다.

차 안에 있던 모포를 꺼내 윤슬에게 둘러준 시진은 굳은 얼굴로 차를 출발 시켰고 올 때와 달리 차량은 조용히 부대로 향했다.

시진의 차가 부대에 도착하자 상처 치료도 하지 않은 채 불안한 기색으로 서있던 모연이 한달음에 윤슬에게 달려와서 끌어안았는데 윤슬은 그런 모연의 행동에 흐릿하게 웃으면서 그녀를 토닥였다.

"많이 안 다쳤습니까?"

"…선배는, 선배는 괜찮은거예요?"

윤슬의 말에 윤슬에게서 떨어진 모연은 윤슬의 상태를 살폈고 윤슬은 웃으면서 그런 그녀의 어깨를 토닥였다.

"전 괜찮습니다. 저는 다친 데 없으니까 강선생님이야 말로 치료 받고 쉬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알겠어요. 하지만 다음엔, 이러지 마세요. 제 심장이 남아나지 않으니까."

"…쉬세요."

모연의 말에 답하지 않은 윤슬은 그저 웃으면서 모연을 메디큐브 쪽으로 보냈고 가만히 뒤에 서있던 시진은 굳은 얼굴로 몸을 돌리려 했다.

"오늘, 달려와줘서 고맙습니다. 그리고 걱정끼쳐서 죄송합니다."

하지만 윤슬의 말에 멈춰선 시진이 다시금 윤슬을 돌아보자 윤슬이 시진을 보면서 서있는 게 눈에 들어왔고 윤슬은 그런 시진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가끔은 기댈 사람이 있다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슨 뜻입니까?"

"희망이라는거, 한 번 믿어볼려고 합니다."

"…그 희망이, 나와 관련된 겁니까?"

"글쎄요."

그렇게 말하면서 웃는 윤슬의 모습에 눈을 뗄 수 없었던 시진은 그 순간 다니엘이 예화를 위해 1초도 망설임없이 혼인신고를 했던 감정이 바로 자신이 떠올렸던 감정과 비슷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하고 말았다.

그가 살아있을 수만 있다면, 이라고 생각해던 시진은 윤슬의 말에 그의 기둥이 되줄 수 있을까하는 욕심이 생겨났고 윤슬의 미소에서 그 가능성을 엿본 시진은 오늘 하루의 피곤이 날아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악몽이 찾아올 것이라 예상했던 하루였지만 그 날 밤은 평온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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