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후/BL] 노인과 청년 / 백업

[태후/BL] 노인과 청년 (前)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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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슬의 절벽 추락사건으로 인해 연락이 닿지 않는 것에 대한 불안감이 생긴 시진은 다니엘에게 연락해서 의료진이 쓸 수 있는 무전기를 구해달라고 요청했는데 사정을 들은 다니엘은 흔쾌히 시진의 요청에 응했다.

미리 가지고 있던 것에서 사용할 수 있는 무전기를 추린 것인지 다니엘의 연락은 빠르게 돌아왔다.

무전기를 부탁하면서 지프차의 인양도 부탁했던 시진은 인양된 지프의 상태를 보고 얼굴을 굳힐 수 밖에 없었다.

차의 앞면은 거의 아작이 난 상태여서 고철과 다름없었고 안전 벨트는 깔끔하게 베어져서 잘려나간 상태였다.

그리고 트렁크 쪽 문과 창문이 모두 열린 상태를 본 시진은 윤슬이 일부러 차를 추락시켰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한 마디로 윤슬은 모연을 안전한 곳으로 보낸 뒤 자신의 안위는 도박했다는 소리였다.

"이 차에 타고있던 사람, 누굽니까?"

"이번에 의료 봉사 온 한윤슬 선생입니다."

다니엘의 물음에 시진은 덤덤하게 답했는데 다니엘은 시진에게 들은 이름에 순간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지금, 한윤슬 선생이라고 하신거 맞죠?"

"아는 분이십니까?"

"…역시 무소식이 희소식이군요."

흐릿하게 웃으면서 차를 쳐다본 다니엘은 의아해하는 시진에게 자신이 준비한 무전기가 담긴 상자를 건네면서 말했다.

"닥터에게 다니엘이 한 번 만나고 싶다고 전해주시겠습니까?"

"…뭐, 알겠습니다."

그렇게 시진은 의문과 함께 부대로 향했고 다니엘은 가만히 고철덩어리가 되어버린 차를 바라보면서 잊고 있었던 과거를 문득 떠올렸다.

'지금 환자 죽일 겁니까?! 정신 차리고 환자에게 집중하세요!!'

'오늘 고생 많았습니다. 다음에 만날 때는 이런 상황이 아닌 곳에서 만납시다.'

아직도 잊지 못하는 말들이 쓱 지나갔지만 다니엘은 입 밖으로 아무 말도 꺼내지 않았다.

그 날 이후로 자신은 환자 앞에서 당황하기 보다 자신의 지식을 이용해 움직이기 바빴고 만약 잠깐이라도 망설일 때면 문득 자신에게 충고하던 이의 목소리가 귓가에 맴도는 듯 했다.

"이번엔, 만날 수 있을까요."

시진과 달리 연락처도 모르는 그와는 만나기가 어려웠던 다니엘은 거의 그에 대해 잊어가고 있었는데 이 순간 다시금 나타난 이의 존재에 잊어가던 반가움이 샘솟았다.

자신이 만나러 갈 수는 없었지만 그라면은 자신을 만나러 올 수 있을 거라 생각한 다니엘은 그와 만나는 그 날을 고대했다.

그런 다니엘과 달리 의문을 가득 품은 채 부대로 돌아온 시진은 먼저 의료팀 팀장인 모연을 찾아가서 무전기에 대한 설명과 함께 휴대폰 대신 무전기를 꼭 들고 다니라는 말을 건넸고 모연은 그런 시진의 말에 알겠다고 답했다.

"어제, 고마웠습니다. 유대위님께도 말했어야 했는데 어제 잊은 것 같아서요."

"…아닙니다."

"한쌤은 저에게 오빠같은 존재이고 듬직한 선배였지만, 지금은 사라질까 두렵고 죽을까봐 걱정할 수 밖에 없는 사람이에요."

"…."

"한쌤은 자신의 몸을 소중히 하지 않아요. 유대위님이라면 이미 아실지도 모르겠지만요."

"잠시만, 잠시만요. 강선생이 왜 이런 말을 나에게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덤덤하게 말을 이어나가는 모연의 행동에 의아했던 시진은 그녀의 말을 들으면 들을수록 이런 말을 왜 자신에게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고 결국 모연의 말을 끊으면서 그 이유를 물었다.

그러자 모연은 고개를 들어 시진의 눈을 마주하면서 말했다.

"평범한 저보다는 한쌤처럼 비밀이 많고 비슷한 일을 하는 유대위님이라면 한쌤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될 것 같아서요."

"…그게 무슨,"

"자세한 건 저도 모릅니다. 하지만, 왠지 그런 느낌이 들었어요."

"…."

"그래서 말씀드린 거예요."

"강선생 미안하지만 나는,"

"강요는 안 할게요. 그냥, 말한 것 뿐이에요. 선택은 유대위님이 하시면 되세요."

그렇게 말하면서 웃어보이는 모연의 모습에 시진은 어떤 말도 할 수 없었고 모연이 무전기를 들고 나갈 때까지 그 자리에 멈춘 채로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밖에서는 모우루 중대 메디큐브로 의료지원을 나온 윤명주 중위와 윤슬이 마주 서있었다.

다른 특전사들은 잘 모른다고 해도 같은 군의관인 명주는 윤슬의 정체를 알고 있는 이들 중 한 명이었다.

"단결,"

"안 하셔도 됩니다. 윤명주 중위."

"…."

"이런 곳에서 이렇게 다시 만날 줄은 몰랐습니다."

"저도 한대령 아니, 한소장님께서 이곳에 계시다는 말씀은 전해 듣지 못하여 인사가 늦었습니다."

"전역한지가 언제인데 제 소식이 군에 전해지겠습니까."

"사령관님께서는 아직 기억하고 계십니다."

"…그렇습니까."

"잘 지내고 계십니까?"

명주는 그가 어떻게 전역하게 되었는지 알고 있기 때문에 그의 모습을 보면서도 믿기 힘들었지만 멀쩡해보이는 그의 모습이 반갑게 느껴졌다.

"예, 윤중위는 잘 지내고 있습니까?"

"그때와 별반 달라진 건 없습니다."

"여전히 응원하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명주에게서 러브스토리를 들어서 내용을 알고 있는 윤슬이지만 정작 그 상대가 시진의 부하인 대영임은 모르는 윤슬은 명주의 현재진행형이라는 말에 그저 응원한다는 말을 전할 뿐이었다.

그리고 명주 또한 그 부분에 대해서는 이야기 할 생각이 없었기에 그저 말뿐이라도 응원해준다는 윤슬의 말이 고마웠다.

과거 명주의 공부를 도와주고 의사로서 걸어나가는 길에 응원을 하고 도움을 줬던 윤슬이 임무 도중 중상을 입어 군병원에서는 해결할 수 없어 민간병원으로 이송되었다는 이야기와 함께 전역을 할 수 밖에 없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명주는 윤슬이 이렇게 살아서 아프지 않은 모습으로 자신의 앞에 서있다는 사실에 눈물이 핑 돌았지만 그저 그에게는 웃는 얼굴만을 보였다.

그게 그가 원하는 일일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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