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후/BL] 노인과 청년 / 백업

[태후/BL] 노인과 청년 (前)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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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주가 중대장실로 가고 나서 본래 목적인 산책을 위해 발걸음을 옮기려던 윤슬은 뒤에서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멈춰섰다.

"선배!"

"강선생님?"

"지금 유대위님이 의료진이 사용할 무전기 나눠주셨는데 설명필요하시면 같이 메디큐브로 가실래요?"

"채널은 몇번 입니까?"

"의료진은 7번으로 세팅하셨다고 들었어요."

"그럼 그냥 제 무전기만 따로 챙겨가겠습니다. 산책 좀 가고 싶어서 말입니다."

"무슨 일 있으면 바로 연락주세요. 걱정되니까요."

"알겠습니다."

윤슬은 웃으면서 답하고는 상자 안에 있던 무전기 중 하나를 꺼내 상태 체크를 한번 하고 나서 몸을 돌렸는데 모연은 그런 윤슬의 등을 가만히 바라볼 뿐이었다.

그렇게 윤슬이 산책을 위해 사라지고 나서 명주와 만난 시진은 그녀와 중대장실에서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눴는데 그 중에서는 윤슬에 대한 이야기도 섞여있었다.

"한선생이면, 그 한윤슬 소장님 말씀하시는겁니까?"

"소장?"

"예, 그 분 대령이셨다가 전역 직전에 특진하셔서 소장 계급으로 전역하셨습니다."

시진은 명주에게서 전해 들은 그의 직급에 두 눈에 지진이 일어난 것 마냥 갈 곳을 잃은 채 굴러다녔는데 그것을 본 명주가 시진을 빤히 쳐다보면서 물었다.

"설마 선배, 그 분에게 무슨 실례를 저지르신 건 아니죠?"

"에이, 야 무슨, 근데 진짜면 나 어떻게 해야하는 거지."

태연하게 부정하려던 시진이 진지하게 고민하는 투로 말하는 것에 명주는 웃음을 터트렸고 그런 명주의 모습에 시진은 진지하게 불안한 기색으로 웃을 일이 아니라면서 타박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 분 그렇게 위계질서에 빡빡하신 분 아닙니다. 하지만 능력이 없으면 빡빡하게 구시기는 하십니다."

"…그게 더 불안한 말인데."

"그리고 소장님이 먼저 언급 안 하셨으면 위계질서로 누를 생각은 없으시다는 거니까 그냥 앞으로 행실이나 잘 하시는 게 어떻습니까."

"하아…."

묘한 감정을 일으키는 존재가 알고보니 자신보다 몇 계급이나 높은 머나먼 인물이었다는 사실이 시진에게는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물론 그가 말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핑계는 생기지만 그의 위치를 알고나니까 그와의 거리가 멀게 느껴졌다.

마치 함부로 다가서면 안 되는 판도라의 상자의 안을 살짝 엿본 느낌이었다.

"그건 그렇고 선배가 그렇게 신경쓴다니 신기하네요."

"뭐, 그냥…."

이유는 없었다. 어느새 보니 그에게 시선이 가있었고, 그러다보니 그에 대해 알고 싶었고, 그렇게 그에 대해 알게 됐다.

하지만 진실은 생각보다 무거웠고 시진은 그가 감추고 있는 비밀들이 궁금하면서도 자신보다 더욱 무거운 것들을 끌어안고 있을까봐 걱정되었다.

홀로 무거운 짐 속에 파묻히고 있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 때문에 시진은 그에게 묻고 싶었지만 시진은 그에게서 돌아올 대답이 무엇일지 너무 잘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기밀사항입니다.'

자신이 항상 하는 말이다보니 그 말의 의미 또한 너무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가끔 그와 마주하는 순간만큼은 아무것도 모르는 민간인이었다면, 그렇다면 질문이라도 던질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명주에게 들은 그의 2계급 특진 아래에 있었을 임무 내용이 과연 자신이 감당할 수 있을까 싶은 마음에 결국 다시금 그 생각을 삼킬 수 밖에 없었다.

자신이 감당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그것을 감당하고 있는 이에게 그 과거를 다시금 되새기게 하는 것은 고문과 다름없다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만약에 그 사람에게 호기심으로 접근한거면 그만둬요. 생각 이상으로 무서운 분이니까."

"내가 당할까?"

"당연한 이야기는 그만합니다."

"당연할 정도냐."

시진의 웃음에 명주는 가만히 그를 쳐다봤다.

명주에게는 시진은 친오빠같은 존재였고, 윤슬은 존경하는 상관이었다.

그리고 그 사실은 지금도 변함없었다.

그렇기에 명주는 두 사람을 잃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제발 두 사람에게 어떤 안 좋은 일도 찾아오지 않기를 바라는 게 명주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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