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후/BL] 노인과 청년 (前) 41
06. 전염병
-out
윤슬은 모든 연락을 끝난 후 한동안 하늘만을 바라보면서 시간을 보내다가 지신을 찾으러 나온 자애에게 끌려서 다시 메디큐브 안으로 들어갔다.
안으로 끌려서 들어간 윤슬은 자애의 감시 아래에 베드에 앉았고 자애는 익숙하게 드레싱할 준비를 했다.
"상의 좀 내려주세요."
"아, 네."
자애를 등진 채 상의를 풀어내린 윤슬은 팔은 그대로 꿰고 있는 채로 등만을 드러냈는데 다행히도 그 정도만 내려도 윤슬의 상처를 소독하는 데에 무리가 없었다.
"어쩌다가 다치신 거예요?"
"…글쎄요."
"몸 함부로 다루지 말라니까 말 정말 안 들으시네요. 한선생님은."
"하하…."
붕대를 풀고 드레싱 밴드를 떼고 소독을 시작하자 따끔하고 욱신거리고 쑤시는 아픔에도 윤슬의 표정은 변함이 없었고 자애는 그저 보기만해도 아파보이는 등을 보면서 울상을 지었다.
물론 그런 자애의 얼굴을 볼 수 있는 사람은 없었지만 말이다.
"이 등에 더 생길 흉도 있다는 걸 이번에야 알았네요."
"…."
"강선생님이 걱정하실만 해요."
"그래서 항상 미안합니다."
윤슬의 말에 자애는 드레싱 밴드를 붙인 뒤 모연이 감았던 것처럼 붕대를 감아주었고 마무리 테이프까지 붙이자 윤슬이 알아서 겉옷을 끌어올려 입었다.
"고맙습니다."
"그럼 쉬세요."
"…예."
자애가 정리해서 자리를 비우자 베드에 제대로 몸을 눕힌 윤슬은 눈을 감았는데 자신의 주변을 치고 있는 커튼이 흔들리는 소리에 눈을 뜨자 한쪽에서 얼굴을 빼꼼 내밀고 있는 이를 볼 수 있었다.
그래서 눕혔던 몸을 일으켜 앉은 윤슬은 자신을 쳐다보는 이를 향해 말을 걸었다.
"할 말 있어서 온 거 아닙니까? 이리 와서 앉아도 됩니다."
"아 진짜요? 아니 다들 쉬게 두라고 하셔서…."
"대화 좀 한다고 상태가 나빠지거나 하지는 않으니까 괜찮습니다."
"그럼 잠깐만 실례할게요."
어색해보이는 말투지만 나름 예의를 차린답치고 말하는 말에 윤슬은 그저 웃으면서 완전히 커튼 안으로 들어온 강군을 향해 보조의자를 밀어주었다.
"그래서 무슨 일입니까. 크게 아파보이지는 않고."
"그냥 의사 선생님이 실려와서 궁금했어요. 근데 다들 쉬게 두라고 해서."
"…그런 이유라면 다행입니다. 어디 크게 아픈 게 이유라면 곤란했던 터라."
"음, 왜요?"
"저도 주치의인 의사 선생님께 혼나는 상태라 함부로 움직일 수가 없어서 말입니다."
"헤에, 의사선생님도 의사쌤한테 혼나는구나…."
"저도 아프면 의사가 아니라 환자의 입장이니까 말입니다."
"아. 그러고보니까 그때 저 버리고 갔던 의사 선생 봤어요. 의사 선생님 말처럼 엄청 무서워하더라고요."
강군의 말에 잊고 있던 이가 떠오른 윤슬은 아, 하는 소리와 함께 커튼 너머에 있을 누군가를 찾았지만 곧 강군의 말에 강군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래서 원망할 수가 없었어요. 그 사람도 나처럼 무서워 할 줄 아는 사람이라서, 차라리 당당하게 모르쇠를 했으면 원망했을지도 모르겠는데… 그런 사람을 원망할 수가 없더라고요."
"그렇습니까."
"근데, 제가 아니라도 그 사람 안 괜찮아 보였어요."
"…흠,"
"그 사람 그렇게 의사가 아니게 되는 걸까요?"
강군의 물음에 윤슬은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의사가 의사인 것도, 의사가 의사가 아니게 되는 것도, 모두 누구의 판단이냐에 따라 다른 판단을 내릴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건 아무도 모른 일입니다. 두려움에 휩싸여 자신이 가진 의사로서의 면모를 드러내지 못하고 있는 걸수도 있으니까 말입니다."
"뭐, 그렇다면 다행이지만요."
어깨를 으쓱이면서 답한 강군은 그 뒤로도 소소하게 잡담을 나누다가 자리로 돌아갔는데 윤슬은 강군이 돌아가기 전까지 가만히 이야기를 들어줬다.
그래서 환자로서의 하루가 빠르게 흐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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