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후/BL] 노인과 청년 (前) 64
-out
아침 점호를 마치자마자 메디큐브에 온 시진은 모연의 병실에 윤슬이 있는 것을 보고 떨어진 곳에서 기다리다가 윤슬이 자신의 병실로 돌아가는 걸 확인한 뒤에야 모연의 병실 문을 노크했다.
"잠깐 들어가겠습니다."
모연은 시진의 방문에도 어떠한 반응도 내비치지 않았는데 그런 모연의 모습에 시진은 조심스럽게 모연에게 편지봉투 하나를 내밀었다.
겉 봉투에는 핏자국에 묻은 그것을 모연이 응시하자 시진이 나지막하게 말문을 열었다.
"한선생님에게 전달해주세요. 한선생님이 입고 계시던 옷에서 나온 것인데 겉에 적힌 이름을 보고 저한테 전달해주셔서 보관하고 있었습니다."
시진의 말대로 겉 봉투에는 모연도 잘 아는 이름이 적혀있었다.
「강마음 상사」
"…그럼 한쌤에게 바로 가져다 주시지 이걸 왜 저한테,"
"아무래도 제가 전달하는 것보다 강선생이 전달하는 게 가장 이상하지 않을 것 같아서 말입니다."
그렇게 말하는 시진을 응시하던 모연은 조용히 말을 이었다.
"유시진 대위님. 한 가지만 물어봐도 될까요?"
"예."
"도깨비 마을 아이들 잘 인계했다고 들었는데, 그 아이들이 왜 거기 있었나요."
시진은 모연의 질문에 올 게 왔다는 듯한 얼굴을 하면서 눈을 내리 깔았고 그런 시진의 모습에 모연은 앉아있던 자리에서 일어나 시진에게 한걸음 다가갔다.
"…거짓말한 건 미안합니다. 괜한 걱정을 드리는 거라 생각해서 그랬습니다."
"…그렇군요. 역시 유대위님과 한쌤은 닮아있네요. 그런 점까지."
그렇게 말하는 모연의 얼굴은 얼핏보면 화가 난 것 같아보였지만 자세히 본다면 울음을 참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얼굴이었다.
"유대위님의 마음이 어떤지는 잘 모르겠지만 진심이라면, 피하지 마세요. 한쌤은 피해서는 절대 가까이 할 수 없어요."
모연이 편지를 시진의 손에 다시금 쥐어주면서 하는 말에 시진은 아무말도 이을 수 없었고 그저 자신의 손에 들린 편지를 조용히 내려다 봤다.
"한쌤이 아파하면 유대위님도 가만두지 않을 겁니다."
무력적으로는 시진이 모연보다 위였지만 무엇인가를 결심한 듯한 눈빛을 한 모연이 하는 말에 시진은 주춤할 수 밖에 없었다.
그렇기엔 시진은 모연의 떠밀림에 의해 병실에서 나올 수 밖에 없었고 그런 시진의 손에는 강마음 상사가 쓴 편지봉투가 들려있었다.
"하아……."
한숨을 내쉰 시진이 몸을 돌려 걸음을 옮기려 하는 그 때 한쪽 벽 쪽에 서있던 윤슬이 시진의 눈에 들어왔다.
수혈을 받은 덕인지 파리했던 안색에 혈색이 도는 느낌이 들었지만 피로한 느낌은 여전히 남아있어 환자라는 게 확연히 드러났다.
"…."
시진이 아무말 없이 서있자 윤슬이 으리게 시진을 향해 시선을 주었는데 그런 윤슬의 시선에 시진은 반사적으로 편지를 든 손을 등 뒤로 감추고는 속으로 아차했다.
하지만 그런 시진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윤슬은 덤덤한 기색으로 시진에게 다가왔다.
"…괜찮습니까?"
시진이 입을 열기도 전 먼저 윤슬의 입을 통해 나온 그 말에 시진은 멈칫하고 말았다.
어느 누구도 시진에게 괜찮냐고 묻지 않았다.
괜찮아야만 했으니까.
안 괜찮은 게 이상한 거니까.
그렇기에 시진은 그런 윤슬의 질문에 기묘하게 일그러진 표정을 지어보일 수 밖에 없었고 그런 시진의 모습에 윤슬은 이해한다는 듯한 얼굴을 하면서 시진에게 다가와 물었다.
"시간 괜찮으시면 잠시 산책 어떠십니까."
"…예."
고개를 푹 숙이고는 답한 시진은 곧 자신보다 앞서 걸음을 옮기는 윤슬의 뒤를 그저 발만을 보면서 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두 사람이 나가는 모습을 본 의료진은 시진이 윤슬에게 무엇인가 잘못한 것이라는 오해 아닌 오해를 했지만 그것을 두 사람은 알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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