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후/BL] 노인과 청년 (前) 63
-out
저택에 들어선 알파팀은 아구스가 빼돌렸던 도깨비 마을의 아이들을 발견할 수 있었고 그 아이들을 해치기 위해 어디선가 나타나는 이들을 처리하면서도 착실하게 아이들을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켰다.
그리고 그런 그들과 달리 다른 행보를 걷는 윤슬은 가만히 자신의 앞에 나타난 강마음을 가만히 응시했다.
"와주셨네요. 한소장님."
"…이제 끝을 보는 게 어떻겠습니까."
"끝- 네, 끝을 볼 때가 됐죠. 당신을 만날 날만을 바라고 또 바랬습니다. 날 죽일 수 있는 사람은, 한윤슬 부팀장님. 당신 뿐이니까. 어참피 마지막이 될텐데 얼굴 정도는 보여주시는 게 어떻습니까."
윤슬은 그의 말에도 동요 한 점 드러내지 않은 채 복면은 풀어내자 냉랭한 윤슬의 눈빛과 매치가 잘 되는 굳은 안색을 한 얼굴이 그러났다.
일자로 굳게 다물린 입은 쉬이 열리지 않았고 그에 반해 웃는 낯을 한 강마음 상사는 나긋나긋한 목소리를 흉내내듯이 조용히 말을 이어나갔다.
"부팀장님. 그 날의 진실을 알고 싶지 않으십니까?"
"진실. 그것을 내가 알면 뭔가 달라집니까?"
"아뇨, 달라질 건 없습니다. 난 배신자고. 팀장님과 팀원들은 더이상 볼 수 없는 곳으로 떠났습니다. 그리고 당신의 손에 나는 그곳으로 떠나게 될겁니다."
덤덤하게 말을 잇는 그의 행동에 윤슬은 조용히 품 안에서 하나의 총을 꺼내들었다.
보지 않고도 탄창을 끼우고 장전을 한 뒤 서늘한 시선의 끝에 있는 그를 향해 총구를 겨눈 윤슬은 그런 자신의 모습을 보고 미소를 지워내는 그의 모습을 두 눈에 담아 냈다.
"…한윤슬 부팀장님. 마지막으로 한가지만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아니. 하지마. 안 들을거야."
단호한 윤슬의 말에 오히려 다시금 미소를 지어보인 그는 곧 자신의 앞에 하나의 편지 봉투를 내려놓았다.
"그래서 써왔어요. 안 들을거 아니까… 그래도, 고맙습니다. 나를 죽이러 와줘서."
그렇게 말하는 그의 눈가는 물기로 젖어가고 있었지만 그를 바라보는 윤슬의 눈빛은 한치의 흔들림도 보이지 않았다.
"부디, 행복하세요. 선배님."
그리고 강마음 상사가 품 안에서 꺼내든 총을 빠르게 장전해서 윤슬을 향해 겨누고 격발하는 순간, 윤슬 또한 강마은 상사에게 탄환을 박아 넣었다.
하지만 두 탄환이 박혀든 위치는 서로 달랐다.
강마음 상사가 쏜 탄환은 윤슬의 등 뒤로 저격을 노리던 적에게 박혀들어갔고, 윤슬이 쏜 탄환은 정확하게 강마음 상사의 미간에 박혀들었다.
그것을 확인한 윤슬은 처음으로 두 눈에 혼란이라는 감정을 내비췄다.
"…어째서,"
하지만 생각을 할 틈도 없이 위에서 들려오는 헬기 소리에 쓰러진 그의 앞에 놓여져 있던 편지봉투만을 집어든 채 그 자리를 박차고 벗어났다.
그렇게 윤슬이 옥상에 도착했을 때 보인 광경에 윤슬은 머리속이 서늘하게 식어간다는 감각과 함께 가슴 속 한 구석에서 자신을 좀 먹어가는 감각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강선생님."
"한쌤…."
폭탄조끼를 입은 모연의 모습에 당장이라도 웃으며 자신을 쳐다보는 아구스를 날려버리고 싶은 마음이 들었던 윤슬은 침착하게 시진 쪽으로 걸음을 옮겼고 조용히 그를 향해 말을 걸었다.
"상황보고가 필요합니다."
"…지금 아구스가 들고 있는 게 기폭장치고 아구스의 손에서 떨어지는 순간 폭탄도 폭발합니다."
"기폭장치의 신호가 전달되는 송신기가 있을 겁니다. 그 부분을 노리면 그건 해결할 수 있습니다."
"왼쪽 어깨 이음새 부분, 오른쪽 어깨 희미한 초록불 보입니다."
알파팀원 중 한 명인 최중사의 말에 윤슬은 빠르게 모연의 폭탄조끼 어깨부분을 확인했고 곧 윤슬 또한 초록불을 확인한 뒤 모연을 향해 총구를 돌렸다.
윤슬의 행동에 시진과 최중사는 놀랐지만 그보다 놀란 것은 모연이었다.
처음 보는 눈빛을 한 채로 죽음이라는 것에 한 걸음 다가가게 만드는 무기인 총을 망설임없이 자신을 향해 겨누었다는 것이 충격적이었지만 그 안에 담긴 결의가 느껴져 곧 침착하게 그를 응시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그 옆에서 그것을 보는 아구스의 입장에서는 그런 윤슬의 행동이 의심스러울 뿐이었다.
"[뭐하는 거야?]"
하지만 아구스가 낌새를 눈치채기도 전 윤슬은 모연을 향해 총을 쐈고, 그로 인해 기폭장치와 연결된 송신기가 맞고 날아갔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시진은 알파팀에 사격명령을 하달했고 직후 어디선가 날라온 총알이 아구스의 허벅지를 관통하는 것을 시작으로 이곳저곳에 총알이 날아들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윤슬은 모연을 보호하기 위해 달려갔고 그 주변을 시진이 엄호했다.
이후 윤슬의 품 안에 들어온 모연이 입고 있는 폭탄조끼는 아구스가 쓰러지면서 기폭장치를 놓쳤음에도 폭발하지 않았다.
하지만 상황이 일단락 되었을 무렵 품 안에 있던 모연이 윤슬의 옷 자락을 부여잡는 것으로 윤슬은 모연의 이상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켜졌어요……."
모연은 이가 맞부딪칠 정도로 덜덜 떨고 있었는데 그 이유는 그녀가 입고 있는 폭탄조끼의 스위치가 켜짐과 동시에 카운트 다운이 시작 되었기 때문이었다.
남은 시간은 1분 30초였고 그 시간이 줄어가는 것을 보면서 그녀는 더욱 불안에 찬 상태로 조끼의 버클을 풀려고 했지만 곧 최중사가 그녀의 행동을 저지하는 말과 함께 달려오는 것에 윤슬이 모연의 손을 잡은 뒤 끌어내렸다.
"얼마나 걸려."
"1분. 1분이면 됩니다. 1분안에 해체할 수 있습니다. 움직이지만 마십시오."
시진의 말에 최중사가 말하며 조끼를 해체해 나가는 것을 보면서도 모연은 떨리는 몸을 주체하지 못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리고 그런 모연의 심정을 알기라도 하듯이 모연의 손을 두 손으로 모연의 볼을 감싸서 그녀의 시선을 자신에게로 돌렸다.
"강선생님. 날 보세요. 우린 무사히 이곳을 나갈 거예요. 나, 이래 보여도 생존의 아이콘입니다."
"알아요, 아는데… 이제 50초 남았어요… 세 분이라도 멀리 가요. 얼른……."
눈물을 가득 머금은 채로 말하는 모연의 모습에도 그저 부드럽게 그녀를 안심시키기 위한 미소를 지어보인 윤슬은 덤덤하게 말을 이었다.
"50초 안에 우리가 도망갈 수 있다면 최우근 중사님도 해낼 수 있을 겁니다. 그러니까, 믿어봐요."
"됐습니다. 벗깁니다."
최중사의 말에 모연의 얼굴에 올리고 있던 손을 내린 윤슬은 최중사가 조심스럽게 조끼를 벗겨내는 것을 가만히 두 눈에 담아냈다.
"조끼 해체는 성공했지만 타이머 멈추는 덴 실패했습니다. 폭파 해체 합니다. 다들 숙이십시오!"
하지만 곧 최중사가 폭탄조끼를 인적 없는 구석으로 집어던지며 소리치는 말에 윤슬은 모연을 품 안으로 끌어당겼고 그런 윤슬을 시진이 끌어안으면서 몸을 반대 방향으로 날렸다.
그러자 곧 폭발 굉음이 울리더니 옥상 난간이 부서져 내렸다.
-"빅보스, 9시 방향!"
시진이 무전기를 통해 돌려오는 소리에 몸을 반쯤 일으켜서 뒷 쪽을 확인하자 쓰러져 있던 아구스가 바닥에 떨어져있던 총을 하나 집어들어 그를 향해 겨누는 게 보였고 아구스가 총을 발포하는 순간 시진의 몸이 누군가의 아래로 끌어당겨졌다.
"큭,"
시진은 곧 자신의 뒤에서 들려오는 신음소리의 주인이 누구인지 알아차리고 고개를 들어올릴려 했지만 억센 힘으로 눌러지는 탓에 곧 이어지는 발포음이 끝날 때까지 제대로 된 상황을 파악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곧 축 늘어지듯이 힘이 풀어지는 것에 고개를 들어올렸던 시진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막아선 이가 윤슬이라는 것과 그가 다신해서 총을 맞았다는 사실에 이를 악 물고 그대로 몸을 틀어 아구스를 향해 총구를 겨누고 방아쇠를 당겼다.
세 개의 탄환은 정확히 아구스의 급소에 박혔고 그대로 두 눈을 감은 시진은 아구스를 구조하다가 목숨을 다한 김진석 대위의 마지막 얼굴이 스냅사진처럼 떠올랐다.
그는 시진을 향해 희미하게 미소를 짓고 있었고, 시진의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내렸다.
하지만 곧 진정하고 자리에서 일어난 시진은 축 늘어졌던 윤슬이 정신을 차리고 힘겹게 몸을 일으키는 것을 도와준 뒤 모연의 상태를 한 번 확인하고는 상공에서 맴돌던 헬기를 향해 착륙지시를 내렸다.
이제 그들에게는 복귀할 일만 남아있었다.
헬기 내에서 윤슬은 쉬기 위해서인지 파리한 안색으로 두 눈을 지긋이 감은 채로 좌석에 기댄 채였고 모연은 그런 윤슬을 가만히 응시했다.
그리고 그런 그들을 살피던 시진은 걸려온 전화를 받은 뒤 전화를 건 특전사령관, 윤중장에게 보고를 했다.
그런데 보고가 끝날 무렵 시진이 의문을 담은 말을 내뱉었다.
"예? 한윤슬 선생님, 말입니까?"
시진은 그 말을 내뱉은 뒤 조용히 윤슬에게로 시선을 주었고 그러자 언제부터인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는지 모를 윤슬과 정확히 시선을 마주할 수 있었다.
"전화, 바꿔주시겠습니까."
윤중장의 요구를 듣기라도 했다듯이 그리 말하는 윤슬의 말에 전화를 바꾸겠다는 말을 끝으로 휴대폰을 윤슬에게로 건넨 시진은 곧 윤슬이 말하는 것들을 귀에 담았다.
"단결, 전화 바꿨습니다."
-"단결. 한윤슬 소장, 이번 작전에서 강마음 상사를 접촉했다고 들었다. 자세한 상황보고가 필요하다."
"사망, 확인했습니다."
-"…직접 사살한건가?"
"예."
-"……알겠다."
"단결."
-"단결."
윤슬은 그것을 끝으로 전화를 끊었고 그 휴대폰은 곧 시진에게로 돌아갔다.
그 뒤로 헬기는 무사히 모우루 중대에 도착했고 모연은 물론 윤슬 또한 곧장 메디큐브로 가야했다.
하지만 윤슬의 상태를 아는 시진은 그들의 뒤를 따라갈 수 없었다.
그렇기에 모연의 상처 봉합이 끝날 때까지 입을 꾹 다문 채로 서있던 윤슬의 모습을 아무도 이상하다 여기지 않았다.
"선배."
"……."
모연의 부름에도 느리게 시선을 움직일 뿐 어떠한 말도 내뱉지 않는 윤슬의 모습에 모연의 상처를 봉합하고 드레싱까지 마무리한 자애와 상현은 물론 민지까지 윤슬을 돌아봤지만 모연만이 그의 이상을 알 수 있었다.
모연은 자리에서 일어나 바로 윤슬에게로 걸어갔고 윤슬은 그저 가만히 모연을 응시하다가 그녀가 자신을 끌어안는 행동에 얼굴을 찡그렸다.
"송쌤. 당장 수술실 준비해주세요."
"어? 뭐? 왜?"
벙진 얼굴을 하면서 그렇게 묻던 상현은 곧 윤슬의 몸이 모연을 향해 기우뚱하는 것을 보고 다급하게 윤슬에게 달려와 그를 부축했고 그러다가 팔에서 느껴지는 축축함에 고개를 돌려 윤슬의 등을 감쌌던 팔을 쳐다봤다.
그렇게 쳐다본 상현의 팔은 붉게 물들어 있었고 그 붉음의 정체가 피라는 것을 알아차리는 데에는 큰 시간이 소요되지 않았다.
상현은 곧장 자애와 함께 윤슬을 부축해 베드에 눕힌 뒤 수술실로 향했고 그런 그들의 모습을 보는 이는 다행히도 아무도 없었다.
그렇게 수술실로 이동한 윤슬의 상태를 확인한 상현은 상처보다 과다출혈 쇼크가 더 위험한 상태였기 때문에 먼저 수혈부터 지시한 다음 수술을 진행했다.
총상은 두곳으로 위치는 오른쪽 어깨와 왼쪽 옆구리였는데 두곳 모두 탄환이 박힌 채여서 적출이 필요했다.
다행히 적출은 어렵지 않았고 수술 또한 수월하게 마무리 되었다.
그렇게 모연과 윤슬은 병실에 입원해야 했으며 수술 이후 윤슬은 한동안 깨어나지 않았다.
시진은 그런 윤슬의 면회를 와서 복잡한 얼굴로 바라봤었지만 윤슬이 깨어났다는 소식이 들려온 뒤로는 단 한 번도 윤슬을 찾아오지 않았다.
또한 윤슬도 시진보다는 모연을 먼저 찾아갔다.
"…미안합니다. 강선생님."
깨어나자마자 자신에게 사죄를 하러 온 윤슬의 행동에 모연은 그가 깨어나기 전까지만해도 복잡하던 머리 속이 정리되는 듯한 느낌이 들어 무릎을 꿇으려 드는 것을 간신히 막아 의자에 앉혀둔 윤슬을 바라봤다.
"……선배. 나는 선배가 무사해서 다행이에요."
"…."
윤슬은 자신의 손을 잡아오면서 말하는 모연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봤고 그런 윤슬의 모습에 모연은 평소와 다름없는 미소를 지어보이면서 말했다.
"선배가 나를 구하기 위해 그랬다는거 알아요.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는 것도 알아요. 그러니까, 자책하지 말아요."
윤슬은 모연의 말에 고개를 푹 숙였다.
"날 구하러 와줘서 정말 고마워요. 그리고 이렇게 깨어나줘서, 고마워요."
"……감사합니다. 강선생님."
윤슬의 말에 모연은 진심을 담아 웃을 수 있었고 그런 모연을 향해 윤슬은 울음이 섞인 미소를 지어보였다.
하지만 그 미소는 정말이지 진심을 담고 있어서 이상하지 않았다.
댓글 0
추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