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후/BL] 죽지 못한 이의 삶

[태후/BL] 죽지 못한 이의 삶 06

-

통화를 끝내고 인사만 하고 돌아가려던 나는 갑자기 들어온 교통사고 환자에 의해 분주해지는 상황에 바로 한 쪽으로 들어가 상황을 확인했다. 급박한 상황이다보니 다들 오더에 맞춰 분주히 움직였고 CT와 X-ray를 찍고 상태를 체크하고 나자 수술방이 준비됐다는 말에 바로 환자를 수술방으로 옮겼다. 그렇게 또 다시 나는 삶과 죽음의 경계선에 선 이를 살리기 위해 메스를 손에 들었다.

장기들의 손상으로 인해 내부는 엉망이었고 그것들을 하나 하나 정리하면서 파열되고 찢긴 상태의 장기들을 이어붙이는 과정은 고도의 집중을 요구했기에 수술이 끝나고 나자 옅은 피로감이 찾아왔다. 하지만 환자의 수술 경과를 체크하고 다른 환자들의 진료를 보고 나니까 날은 밝아왔고 그것은 곧 출근한 다른 동료 선생님들이 보고 나를 익숙하게 응급실에서 쫓아내버렸다.

그에 황당해하면서도 피로했던 것은 사실이었기 때문에 잠시 잠을 청하기 위해 당직실로 걸음을 옮겼다. 당직실에 있는 2층 침대가 그리 편하지만은 않았지만 어차피 잠깐 눈만 붙일 생각이었기 때문에 그것은 그리 문제가 되지 않았다.

지금 시간은 오전 7시. 특별한 일이 없다면 2시간 정도는 잘 수 있을 것 같았다.

물론 그런 나의 생각은 한시간 만에 울리는 콜에 의해 무너졌지만 말이다.

-"임쌤 바로 응급실로 와주셔야 될 것 같아요!"

"예, 바로 가겠습니다."

마른 세수를 하면서 일어난 나는 바로 옆에 내려놨던 가운을 걸치면서 당직실을 나섰고 내가 응급실에 도착하자 CPR(심폐소생술)을 하고 있는 모연과 그 아래에 누워있는 환자를 보고 바로 옆에 누워있는 다른 환자를 확인했다.

내가 환자에게 다가가서 상태를 체크하는데 CPR을 하던 환자의 심박수가 돌아온 것인지 뒤에서 분주해지는 것이 들렸지만 무시했다. 나에게는 살펴야 하는 환자가 있었으니까. 일단 내가 맡은 환자의 상태는 혈압은 느리지만 확실하게 떨어지는 중이었다. 그 원인으로 추정되는 몸에 5센치정도 되는 자상이 두군데 확인되었고 다행히 앞 쪽으로만 찔린 것인지 등에서는 핏자국이 발견되지 않았다.

하지만 혹시 모르는 내부 출혈을 확인하기 위해 들어갔던 검사의 결과를 확인한 나는 바로 봉합 수술을 위해 배정된 환자를 수술실로 옮겼다. 빠른 확인과 조치 덕분에 그 환자는 수술 이후 큰 문제없이 입원 처리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함께 왔던 환자는 중환자실에서 아직 일반 병동으로 이동할 수는 없었지만 경과가 좋다는 말을 모연에게 전해들었다.

"방금 자러갔다는 사람을 불러서 미안해요. 그래도 선배 덕분에 살았어요."

"급한 일인데 당연한 겁니다."

"…이런 건 당연해지면 안 되는데, 어쩔 수 없네요."

모연의 말에 씁쓸하게 미소를 지어보인 나는 그 말에 부정을 할 수 없는 이 현실을 그저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이걸 알아도 바꿀 수 있는 이들이 바꾸려 들지 않으면 결국 이 상황은 끝까지 변함이 없을 테니까.

뭐, 나의 경우엔 내가 자초한 것도 있으니 할말이 없기도 하지만 말이다.

그렇게 오늘도 우리들의 하루는 이어지고 있었다.

카테고리
#2차창작
페어
#BL

댓글 0



추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