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후/BL] 노인과 청년 / 백업

[태후/BL] 노인과 청년 (前) 56

07. 인질구출작전

-in

아구스와의 연락이 끊긴 뒤 내가 가장 먼저 한 일은 발렌타인에게 연락하는 것이었다.

"[발렌타인.]"

-"[닐? 이 시간에 무슨 일이야?]"

"[부탁 하나만 해도 될까.]"

-"[닐의 부탁인데, 당연하지. 그래서 뭐가 필요해?]"

웃음기를 머금은 그녀의 목소리를 귀에 담은 나는 침착하게 그녀에게 필요한 물건에 대해 말했고 그러자 그녀는 내 말을 전부 들은 뒤 흔쾌히 내일 아침까지 준비해놓겠다고 답했다.

"[고마워, 발렌타인.]"

-"[나야말로 닐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니 기뻐. 그럼 내일 봐.]"

"[응.]"

일단 강선생님도 중요하지만 지금 저 안에서 바이러스와 싸우고 있는 윤중위도 걱정이 되었던 나는 차량을 찾으러 떠난 그들이 한시라도 빨리 돌아오길 바랬다.

강선생님도, 윤중위도, 소중한 사람들이었다.

두 사람 모두 무사하기를, 빌고 또 빈다.

메디큐브 안으로 들어간 나는 방역복을 입고 마스크까지 착용한 뒤 격리병동 안으로 들어갔고 다른 의료진이 사투를 벌이는 윤중위의 병실 상태를 한번 확인하고는 중환자실로 향했다.

본래라면 본국으로 귀환하면 이 자에 대한 처분을 할 생각이었지만 이번 일로 인해 진소장에 대한 악행은 만연하에 드러났고 그로 인한 피해도 확연했기에 그가 본국에 귀환하면 내가 굳이 손을 쓰지 않더라도 자연스레 법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었다.

"당신으로 인해 받은 피해, 확실하게 보상 받을 겁니다. 당신이 법의 심판을 받지 못한다면, 내가 당신에게 그 심판을 받게 만들테니 빠져나갈 생각이라면 거두시길 바라겠습니다."

의식조차 차리지 못한 이였지만 만약 그곳에서 내가 돌아오지 못하게 된다면, 이 말을 하지 못한 것을 후회할 것 같았다.

저릿해오는 손을 움켜쥐었다 펴기를 반복하면서도 그의 상태를 체크한 나는 곧 밖이 소란스러워지는 것을 듣고 마무리 체크까지 끝낸 뒤 몸을 돌려 중환자실을 빠져나왔다.

"무슨 일입니까? 윤중위 상태가 악화된 겁니까?"

내가 지나가던 하선생님을 향해 묻자 그녀는 눈꼬리를 휘면서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뇨, 약이 도착했어요!"

그 말에 나도 웃을 수 있었다.

이제부터는 그 약이 부디 바이러스를 잡아낼 수 있는 진정한 치료제이기만을 바라는 것이 우리 의료진이 할 일이었다.

치료법조차 알 수 없는 바이러스는 의료진에게조차도 난제와 같은 것이었기에 만약 이것이 성공적으로 통한다면 한 시름 놓을 수 있었다.

이후의 경과 체크 및 예후 확인 정도는 우리 의료진이라면 충분히 잘 해나갈테니까 말이다.

나는 곧 격리병동 앞까지 달려온 서상사님을 보고 준비되어있던 방역복과 마스크를 건네주었다.

"입고 안으로 들어가보시는게 어떻습니까. 들어가시기 전에 옆에 놓인 장갑도 끼시는 것 잊지 마시고, 아직 바이러스의 전염이 없다고는 확언하지 못 하는 상황이니 말입니다."

"…감사합니다."

그가 방역복을 입고 마스크와 장갑까지 갖춘 것을 확인한 나는 그에게 윤중위가 있는 병실로 들어가는 것을 막지 않았다.

환자의 살고자 하는 의지가 기적을 일으키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었으니까….

그토록 사랑하는 이가 곁에 있다면, 그녀도 살고자 하는 의지가 더 일어날 것이라 판단한 나는 가만히 굳게 닫힌 병실의 문을 바라보다가 나를 응시하는 시선에 그쪽으로 시선을 돌렸다가 유대위님과 눈을 마주쳤다.

"한선생님은, 안 들어가보시는 겁니까?"

"제가 없더라도 그들은 유능한 의료진입니다. 그리고 사사로운 감정으로 인해 환자를 제대로 돌보지 못하는 의사는, 그 곁에 가지 않는 것이 맞습니다."

"…제가 봐왔던 한선생님은 결코 그런 의사가 아니셨습니다."

단호한 그의 말에 나는 또 다시 저릿해져 오는 손을 쥐었다 피면서 그의 시선을 피했다.

"타인이 판단하는 제가, 온전히 저라고는 말할 수 없으니 그 말은 동의할 수 없습니다."

"그럼 제가 봐온 한선생님이 가짜인 겁니까."

"…그런 것 같습니까?"

"아뇨, 제가 봐온 한선생님도 한선생님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다시금 그를 응시하면서 말하자 그 또한 올곧은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면서 그리 말했고 그런 그의 모습에 나는 마음 속 한 구석에서 도망치던 나 자신을 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렇다면, 그것도 제가 맞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저, 그 뒤에 도망치려 하던 내가 있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저렇게 올곧은 시선으로 나를 마주하는 이를 보니까 도망치던 나의 모습이 부끄러웠다.

이제 도망치는 것도, 그만두는 내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

저런 눈빛으로 나를 바라봐주는 이가 있는데 나 스스로가 부끄러워서는 안 되지 않겠는가.

"고맙습니다. 유대위님."

"예? 제가 무슨 일을 했다고 그런말을 하십니까."

"…당신의 그 말이 나에게는 꽤나 중요한 전환점을 만들어 줘서 그렇습니다."

그리 말하면서 나는 어째서인지 사사로운 감정 하나 없이 유쾌하게 웃을 수 있었다.

그렇게 웃을 수 있는 것은 그동안 마음 속에 묵직하게 얹혀있던 돌 하나가 사라진 가벼운 상태였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이제 내가 할 일은 강선생님을 구하고, 배신자인 그를 제거하는 것이었다.

윤중위는, 우리 해성병원 의료진을 믿기에 안심할 수 있었다.

무사히 눈을 뜨고 평소처럼 자신의 사랑을 이야기 하는 그녀로 돌아오길 바라며 나는 밤새 병실 앞을 지켰다.

아침이 되면 이 자리도 비어버릴 테니까.

카테고리
#2차창작
페어
#BL

댓글 0



추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