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후/BL] 노인과 청년 / 백업

[태후/BL] 노인과 청년 (前) 43

-out

다음날 의료진 귀국을 위해 45인승 버스가 메디큐브 앞에 정차했다.

환자들과 의료진을 공항까지 데려다 줄 버스의 문이 열리자마자 진소장이 가장 먼저 뛰어들어갔지만 환자들은 제 몸 추스르기에 급급한데다가 의료진은 우르크에 남는 동료들에게 인사를 하느라 분주했기에 버스에 올라타는 이들 중에 그를 신경쓰는 이는 없었다.

하지만 버스가 출발하고 메디큐브에 남은 동료들은 그런 진소장에 대해 치훈의 자리를 뺏어갔다는 둥, 저런 인간에게 티켓을 줘야한다는 것이 싫었다면서 떠들어 댔다.

하지만 그 내용의 중심인 진소장과 치훈은 각자의 상황에 대해 자신을 추스르기에 급급했기에 그들의 이야기는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리고 그들 사이에 서있던 윤슬은 환자에서 의사로서 움직이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고 시진은 오늘 부대 방문 예정이 있는 옐로 타이거, 즉 윤길준 중장의 맞이를 위해 분주히 병사들에게 명령을 내리고 있었다.

하지만 최중사가 들고온 소식에 얼굴을 굳히고 윤중장의 의도가 무엇인지 생각하느라 머리 속이 엉망이 되었다.

"대신 대대장님이랑 들어오시랍니다. 한윤슬 선생님도 모시고. 부중대장은 윤군의관과 준비중입니다."

"한선생님을? 의료팀장인 강선생도 아니고?"

"예, 자세한 설명은 못 들었는데 사령관님 호출이라고 하셨습니다."

그 외에도 대영와 명주를 부른 윤중령의 호출에 대해 머리 속이 더 복잡해진 시진은 윤슬에게는 직접 말하겠다고 하면서 움직이는 병사들을 본래 자리로 돌아가라는 명을 내리고 몸을 돌렸고 최중사는 경례를 하고 몸을 돌렸다.

메디큐브로 발걸음을 옮긴 시진은 시간을 한번 더 확인하고는 한쪽에서 환자들의 상태 체크중인 윤슬에게로 다가갔다.

"한선생님. 죄송하지만 잠시 시간 좀 비워주시겠습니까."

"무슨 일 있습니까?"

어제의 대화를 한 사이라는 게 안 믿겨질 정도로 태연하게 말을 주고 받은 두 사람이지만 윤슬의 시선이 평소와 달리 무감각하다는 것을 알아차린 시진은 잠시 멈칫했지만 덤덤하게 말을 이었다.

"사령관님 호출입니다. 잠시 동행해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알겠습니다. 송선생님, 여기 이 환자들 체크만 부탁드립니다."

"예예-"

상현이 자신이 체크하던 환자까지 마무리 하고는 윤슬에게 와서 윤슬이 들고 있던 차트들을 들고 갔고 윤슬은 그제서야 시진에게로 돌려서 가자고 했다.

그렇게 대영와 명주까지 총 네 명은 사령관인 윤중장의 맞이를 위해 우르크에 있는 본진으로 향했고 사단장을 비롯한 지휘관 신분인 이들이 각 잡고 서자 윤슬도 익숙하게 그들의 대열에 합류했다.

조용한 시간이 흐르는 동안 윤중장이 그들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고 지휘관들과 한 명씩 악수를 하면서 걸어오던 윤중장이 곧 끝에 서있던 윤슬을 보고 자리에 멈춰섰다.

그는 더이상 윤중장의 직속 부하는 아니었지만 반가움의 의미로 윤중장은 그에게 악수를 건넸다.

그리고 윤슬은 익숙하게 각잡힌 자세로 그의 악수을 받아들였다.

그들이 2열로 윤중장을 따라 걸음을 옮기다가 집무실로 들어서기전 복도에 멈춰선 윤중장은 자신의 바로 뒤 서있던 사단장을 향해 말문을 열었다.

"사단장. 브리핑 전에 자네 집무실을 30분만 쓸까 하는데, 사적으로."

"예, 알겠습니다."

깔끔한 사단장의 답에 바로 2열로 서있던 군인들의 가장 뒤에 서있던 이들을 향해 시선을 돌린 윤중장은 빠르고 정확하게 네 사람을 불렀다.

"유시진이, 서대영이, 윤명주. 그리고 한윤슬 선생은 잠깐 좀 봅시다."

윤중장의 말에 앞에 서있던 군인들이 그들이 지나갈 수 있도록 몸을 돌려 벽으로 붙었고 그에게 불린 네 사람은 조용히 그들의 사이를 지나서 사단장 집무실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자, 다들 앉지."

"괜찮습니다."

집무실에 들어온 다섯 명중 윤중장이 그리 말하면서 자리에 앉자 열중 쉬어 자세로 서있던 세 사람과 본래 차렷 자세였던 한 사람을 포함한 네 명은 동일한 차렷 자세를 취하더니 한 목소리로 답했다.

하지만 그게 익숙한 윤중장은 별다른 제지의 말없이 바로 자신의 용건을 이었다.

"오랜만이군, 한윤슬 소장. 이런 곳에서 이렇게 만나게 되서 반갑다."

"저도 이렇게 사령관님을 다시 만나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덤덤하지만 힘이 있는 윤슬의 목소리를 처음 듣는 시진과 대영은 눈가를 움찔했지만 그 목소리를 아는 윤중장과 명주는 어떠한 반응도 내비치지 않았다.

"이번 아랍 의장님 수술을 집도하고 쓰러졌다는 소식에 놀랐다. 그렇게 무리하는 사람이 아니었던 걸로 아는데."

"사령관님께서 걱정하실 만한 일은 아니었습니다."

"그래. 그리고 이번에 발전소 붕괴 현장에서 가장 먼저 대처하고 움직였다는 말에 한윤슬 소장의 복귀를 잠깐 생각했었는데, 역시 그건 우리들의 욕심이라 생각했네. 그래도 그동안 어찌 지내는지 궁금했는데 이렇게라도 소식을 들을 수 있어서 반가웠다는 인사를 하고 싶었다. 앞으로 건강하고, 또 만날 일 있다면 또 만날 수 있길 바란다."

"예. 단결."

"단결."

처음으로 윤슬의 경례를 들은 시진은 느리게 눈을 내리 깔았다가 윤슬이 집무실을 나가자 다시금 시선을 올려서 정면을 바라봤다.

이제는 군인인 그들과 사령관의 시간이었다.

아니, 명주 아버지인 남자와 복잡하게 얽힌 삼각관계를 가지고 있는 세 사람의 시간이었다.

카테고리
#2차창작
페어
#BL

댓글 0



추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