옮는거 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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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차란 무엇인가. 보편적으로 휴가 기간 동안 일을 한 것으로 취급하는 유급 휴

가를 말하지만, 그냥 결과적으로 돈은 돈대로 받지만 공식적으로

주어진 휴가다. 쉬고 싶을 때, 여행 가고 싶을 때, 여름휴가를 위하여 그리고

가끔은 아플 때. 아코락이 연차를 썼다. 아침에 퇴근해서 집에 온 메르의 상태가 좋지 않았다. 나른한

표정에 붉어진 얼굴. 어디서 딴 놈이랑 붙어먹었나 생각할 정도로 화끈해 보이는

얼굴이었다. 아니 진짜 뜨거웠다. 열이 났다. 메르는 제대로 방에도 못 들어가고 거실 소파에 무너지듯 앉

았다. 헉헉, 거친 숨을 쉬는 데 숨결이 데일 정도로 뜨거웠다. 감기

였다. 춥고 떨리고, 머리가 아프고 열이 난다. 콜록거리는 기침은 덤

이었다. 몸살감기라고 말하는 메르를 보며 급히 부엌에서 상비약을 챙

겨 왔다. 종합감기약을 먼저 꺼내 먹이고 쿨시트를 꺼내 이마에 붙여줬

다.여전히 숨이 거칠었다. 환자를 혼자 두고 출근하는 건 안 될 일 같아서 급히 팀장에

게 전화했다. 연차를 요청하자 사유를 묻기에 몸살감기라고 말했다.

[목소리가 건강한데?] “목소리로 판단하는 게 어딨습니까. 아픕니다.”

당당했다.

[하, 본인 연차 본인이 쓴다니까 일단 하지만. 다음부터는 당

일 연차는 반려야.]

반은 억지인 연차를 성공시키고, 다시 메르에게 시선을 돌렸

다. 일어날 힘도 없는 것인지 소파에 누워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 소파가 아무리 넓어도 방 침대에 눕는 것과는 분명 달랐다. 멀

쩡한 몸도 아니었고. 일단 방에 눕히고 나서 후를 생각하려고 했는데 뜨거운 열기

에 몽롱한 표정으로 비틀비틀 거리며 메르는 일어날 기미가 없

었다. “일어날 수 있겠어?”

하지만 답보다는 헉, 헉, 하는 거친 숨소리만 들렸다. “이런.”

평소 이렇게까지 아픈 적이 없었기에, 옆에 앉아 메르의 몸을

천천히 일으켰다. 물먹은 빨래처럼, 축 늘어진 몸이었다. 몇 번이고 들고 박아봐

서 무겁지 않을 줄 알았는데. 멀쩡하게 들어 올리는 것과, 아파서 힘주지 못하는 몸을 들어

올리는 건 확연하게 차이가 있었다. 겨우 앉히는 것까지는 성공했는데 그 이상을 일으킬 수 없었

다. 비틀거리고 휘청거리더니 툭, 아코락의 어깨에 머리를 떨궜

다.뜨거운 열기가, 옷을 뚫고 피부까지 닿았다. 괜히 무리해서 방으로 옮기는 건 어려울 것 같은데, 잠시 이대

로 두어야 할 것 같았다. “괜찮아?”

걱정하는 마음을 담뿍 담아 메르를 내려봤다. 어깨에 묻혀있던 머리가 느릿하게 올라왔다. 열감으로 인해 촉

촉하게 젖은 눈과 입에 괜히 몸이 동했다.

‘환자를 앞에 두고 뭔 짓이야!’

아니, 섹스는 힘들지만 키스쯤은 괜찮지 않을까?

머릿속에서 두 가지 정신이 싸우는 와중에 바르르 떨리는 뜨

거운 손이 올라와 아코락의 입술을 눌렀다. 뭔 생각하는지 다 안다는 듯, “옮아. 안돼.”

힘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손가락이었다. 그런 손가락에 쪽 소리

가 나게 입을 맞췄다. “야...아...”

“안 옮아.”

“옮을까 봐 싫다고.”

그 말이, 상당히 기분을 좋게 만드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옮으면 어때서.”

“내가 싫어.”

하고 툭, 힘없이 떨어졌다. 지쳐서 기절한 것일까. 아코락에게 몸을 기대고, 어깨에 머리

를 올린 채 쌕-쌕- 거칠고 힘겨운 소리를 내며 잠이 들었다. 힘들만 했다. 잠들었지만 들리는 기침 소리가 쇳소리 같았다.

‘내가 싫어.’

그 말이 이상하리만치 기분을 좋게 만들었다. 이마에 손을 얹었다. 쿨시트를 붙인지 오래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뜨끈뜨끈했다. 하지만 괜히 떼고 새 걸 붙이다가 깨날까 봐 섣불리 움직일

수 없었다. 몸도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다가 슬쩍 다시 내려봤다. 쌔액- 하고 쇳소리 같던 소리가 조금씩 고르게 변해갔다. 약

기운이 이제 돌기라도 한 것일까. 열로 인해 흘린 땀으로 피부가 끈적였다. 코가 막히는 건지 살짝 벌어진 입으로 숨을 쉬는 모습에 얼굴

을 살짝 내렸다. 쿨시트가 부착된 이마에 입을 맞췄다. 더 내려가 콧등에 입을

맞추고 발그레해진 볼에 입을 맞췄다. 혀를 내 입술을 핥자 땀의 짭짤한 맛이 진하게 느껴졌다. 옮을까 봐 걱정하는 메르를 위해, 가볍게 입술을 물고 가만히

있다가 뗐다. 입을 우물우물 움직이더니 다시 살짝 열었다. 혀를 내밀어 윗입술과 아랫입술을, 아이스크림을 핥듯 천천히

핥았다. 혀가 피부에 닿을 때마다 몸이 움찔거렸지만 깨진 않았

다.어차피 연차는 아직 남아있으니까. “옮으면 연차 쓰지 뭐.”

그러면서도, 너무 힘주진 않았다. 기껏 잠든 환자가 깨는 걸

원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입 맞추는 것도 멈출 생각은 없었다. 아마 정신 차린 상태라면 귀찮다고 밀어낼 정도로, 얼굴 이곳

저곳에 입술을 내리며 조용히 중얼거렸다. “근데 차라리 나에게 옮기고 너는 낫던가.”

새근새근 잠든 메르는 들을 수 없는 말을 하며, 다시 입술을

묵직하게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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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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