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세요 취하셨어요 ki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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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휴일이 맞아떨어지더라도 각자 약속이 있으면 개별활동을 하는 경우가 있다. 가물에 콩 나듯 있는 일로, 오늘은 아코락이 그랬다. 친구들을 만나러 간다고 했는데 어둑어둑해질 때까지 들어오지 않는 걸로 봐서는 꽤 신나게 노는가 싶었다. 거실에 은은한 조명만 켜놓고 소파에 앉아, 핸드폰으로 쇼핑앱을 보며 촬영 장비를 보다가 지름을 고민할 때였다. 비밀번호 누르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현관문과 소파까지의 거리가 코 닿을 곳은 아니었는데 술 냄새가 훅, 들어왔다. 대체 얼마나 마신 것인지 모르겠지만 들어오는 모습을 보니

적정선을 넘긴 과음이 확실했다. 신발도 제대로 벗지 못한 채 현관 앞에 고꾸라지는 모습을 보고 다급하게 몸을 일으켰다. 핸드폰을 소파에 던지고 현관으로 내달렸다. 아니 솔직히 자업자득이라고 생각했지만 혹시라도 잘못 넘어져서 머리라도 박으면 안 될 테니까. 아니, 그전에 아무 사이도 아니지만 집주인이니까. 세입자로서 당연하게. 시끄러운 머릿속을 일단 비우고 넘어지는 아코락의 머리를 아슬아슬하게 세이프, 붙들 수 있었다. “몸도 못 가눌 정도로 마시는 미련한 놈아!”

버럭 화를 냈지만, 아코락은 뭐가 그리 좋다고 헤실헤실 웃음만 흘렸다. 훅, 술 냄새가 진하게 났다. 씻게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무리였기에, 방으로 데려가자고 부축하려고 했다.

그 순간 아코락이 감고 있던 눈을 떴다. 술에 절여져서 살짝 풀린 눈이었지만, 뭐가 그리 좋다고 웃으면서 손을 들었다. “야, 무거워. 좀. 가만히...아, 읍!”

평소처럼 한 소리 하려고 했을 뿐인데, 갑자기 메르의 얼굴을

붙든 아코락이 힘껏 잡아당겼다. 힘 조절이 안 되는지 강한 힘이었다. 아픔을 느끼는 것도 잠시

촉, 닿은 입술은 뜨겁고 축축했다. 촉촉한 게 아니라 축축했다. 뜨거운 숨결에 알콜향이 강하게 묻어있었다. 술을 마시지 않았는데 그 숨결을 들이마신 것만으로 취할 것

같았다. 얼굴을 살짝 비틀고 입을 꽉 맞물렸다. 작은 공기하나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겠다는 듯 꽉 막은 입안으로 혀를 밀어 넣었다. 혀는 매우 뜨거웠다. 뜨거운 혀가 상대적으로 낮은 온도의 메르 입으로 들어가 능숙하게 굴러다녔다. 잠시 입을 떼고 숨을 쉬었지만 진한 알콜향이 여전히 입에 남아있었다. 그만, 들어가자고 했지만 아코락은 간절한 얼굴로 메르의 입술을 삼키고, 치열까지 구석구석 핥아댔다. 결국 어쩔 거부할 수 없었던 메르가 포기한 듯 아코락의 혀를

받아들이고 엉켰다. 이리 엉키고, 저리 설키고, 끈덕지게 입과 혀를 물고 늘어졌다. 아코락과 메르는 서로 상체와 허리를 강하게 붙든 채, 더, 더, 더 깊숙이 입속을 탐했고, 끊임없는 탐색과 함께 입술이 부딪힐

때마다 타액이 길게 늘어졌다.

그냥 살덩이를 물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둘은, 입맞춤이라는

행위를 통하여 서로의 온기를 따스히 머금고 있었다. 이 온기로, 너를 녹이겠다는 듯 부드러우면서도 집요했다. 가볍게 시작한 입맞춤은 점점 더 파렴치한 입맞춤으로 변했고, 점점 숨이 막혀오며 붉어지는 얼굴에 아래가 뜨겁게 불타올랐다. 하아, 하아. 입술을 떼고 거친 숨소리가 헐떡거렸다. 아코락도, 메르도, 헐떡이다 시선이 마주했다. 당장이라도 잡아먹을 것 같은 분위기, 아코락이 살짝 풀린 목소리로 물었다. “싫어?”

키스는 좋지만 섹스는 조금 고민이 필요했다. 술을 마신 아코락과 섹스한 적이 있었는데 제어가 되지 않아 많이 울었고, 많이

고생했으며, 쉽게 죽지 않아서 메르가 죽을 뻔했다. 하지만 또 싫다고 하자니 집요하고 농후한 키스로 아래가 좀

욱신거렸다. 이렇게 질척거리고 야한 키스를 하고 꼴리지 않으면 고자라고

불러야 했다. 하지만, 지난번처럼 또 그러면 어떻게 하지, 긴장한 메르가 어물쩍어물쩍 대답을 해보려고 했지만 툭, 다리에 무거운 것이 떨어져 내렸다. “...야?”

아코락은 메르의 무릎에 얼굴을 떨구고 고롱고롱 숨소리를 내며 꿈나라 여행을 떠나고 말았다.

사람 잔뜩 흥분시켜 놓고 제 혼자 멋대로 잠들었다. 술에 취한 사람을 상대로 화를 낼 수도 없고, 어처구니가 없었다.“두고 보자.”

언젠가 꼭 똑같은 상황을 만들어 복수하겠다고 마음먹고, 끙끙, 최대한 힘을 내 잠든 아코락을 끌고 방으로 향했다. 체급의 차이로 인해 질질 끌고 가는 모양이었지만, 뭐 이 정도는 봐주겠지. 침대에 대충 던져 놓고, 그 옆에 누운 건 그냥 변덕이니까. 작은 변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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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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