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혼기 완결 스포가 있습니다. 1. 신국의 왕성, 월성(月城)이 축제를 준비하는 움직임으로 들썩였다. 사실 엄밀히 따지자면 월성만 들썩인 것은 아니었다. 무려 월성에서 축제가 열린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서라벌이 온통 축제 이야기로 가득해진 것이다. 월성에서 축제가 열린다고? 그렇다면 서라벌에서도 축제를 열자! 그렇게 월성과 서라벌이 온통 축제 준비의 활기로
진혼기 완결 스포가 있습니다. 잠결에 얼핏 떠오른 말이 있다. 요즘처럼 볕이 좋은 날이야말로, 참으로 꿈을 꾸기 좋은 나날이 아니겠냐는 그 말. 이 말을 누가 했더라. 비천택을 지키는 부부가 웃으며 건넸던 말인 것 같기도 하고⋯. "설영랑." 눈을 감아도 느껴지는 햇살이 곱고 따스하다. 이대로 가물거리는 정신을 놓으면, 완전히 봄 햇살에 잠길 수 있을 텐
[자하설영]잊힌 이들의 겨울上 https://pnxl.me/s00a1c 얽힌 숨을 생각했다. 주체할 수 없이 아린 애정과 함께 기어이 그를 옭아매었던 그 날의 입맞춤을. 시린 겨울 공기가 무색한 온기였다. ** 기이한 온기, 충동. 도무지 뜻대로 되지 않고 술렁이는 감정. 설영은 그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다가 얼굴을 굳히고 자하를 밀어냈다.
진혼기가 완결나기 전에 쓰던 글입니다. 양해하고 읽어주세요. 정말이지 무엇인가를 잊어버리기에는 딱 좋은 날이었다. 눈 한 송이 내리지 않고 메마른 겨울, 추위로 살아있는 것들이 숨을 죽인 어느 겨울밤. 새하얀 달이 가만히 비천택을 비추다가 꾸물거리며 몰려오는 어둠에 자취를 감추었다. 온갖 번뇌와 고독, 고민이 가득한 밤이 슬그머니 비천택을 기어간다.
※ 23년 1월에 판매했던 자하설영 회지 <달이 지나가는 시간>에 수록된 단편입니다. ※ [자하설영] 春 ; 惡月 https://pnxl.me/n0eau0 글과 시점이 이어지지만, 읽지 않으셔도 이해에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습니다. ※ 완독스포일러 有 ※ 환자초옥 두툼한 겨울 이불을 덮고 엎드려서는 온이와 장난을 치고 놀던 자하가 물었다. “그
※ 23년 1월에 판매했던 자하설영 회지 <달이 지나가는 시간>에 수록된 단편입니다. ※ 완독스포일러 有 ※ 환자초옥 “설영.” 자하가 옷장 문을 열고 설영을 불렀다. 눈이 소복이 쌓인 한겨울에 만나 자신을 거둔 남성은 자신을 ‘설영’이라 소개했다. 설영을 만난 모두가 그를 ‘초옥인’이라 부르니, 추측하건대 현 시점에서 그의 이름을 설영이라
(진혼기 9권까지 스포 있습니다) 고된 넋을 위로하고 그릇 된 신체를 돌려보내니, 흙은 흙으로, 티끌은 티끌으로, 피안의 것은 피안으로 돌아가리라. 설영의 앞을 가로막던 장벽이 흐릿해졌다. 메마른 바람 사이로 모래 알갱이처럼 흩어졌던 마기가 서서히 거두어졌다. 아니, 어떤 방향으로 흐르는 듯했다. 설영은 온 몸의 영맥이 끊어지는 고통을 느끼며 억지
‘그리는 이 있다 사뢰소서, 원왕생.’ 설영이 초옥에서 보내는 시간은 일종의 고행이었다. 끊임없이 자신 속의 화두와 언쟁을 벌이고 기운을 가라앉히며 부적으로 영기를 순환하는 일종의 참회였다. 상선과의 추억을 곱씹었고, 돌이킬 순간이 없었는지, 대재앙신을 제압할 방도는 없었는지 수천번 자신에게 자문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운명에 발을 들였나. 그러나 마냥
”설영랑은 가만보면 참 거짓말을 못해.” 검은 옷자락을 부드럽게 날리며 앞서가던 자하가 문득 멈추어 섰다. 차가운 바람 위로 자하의 체향이 전해져왔다. 설영은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자하를 응시했다. 그 찰나의 가슴 속은 엉망으로 뒤집어지고 있었다. 심장은 미친 듯이 뛰고, 손 끝에는 영력을 쓸 때처럼 짜릿한 감각이 맴돌았다. 자하가 씩 웃더니 눈 위를
‘떠나가신 임을 애타게 부르오.’ 요 몇 년간, 신라에 유행하는 사랑가가 있다. 언제 누가 지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온갖 귀신을 부린다는 백의무당과 높으신 진골 귀족의 사랑 이야기였다. 그 구슬픈 곡절에 눈물을 흘리지 않는 이가 없었다. 잔치가 벌어지거든 빠지지 않는 건 물론이거니와 민간에서도 신국의 최신 유행을 좇는 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불러보았
[잔향上] https://pnxl.me/grtduv [잔항中] https://pnxl.me/djwtp8 20. 충동이다. 그저 충동이었다. 설영은 그렇게 속으로 되뇌며 팔로 제 얼굴을 가렸다. 멍하니 허공만을 바라보다 보니, 절로 입술로 손이 갔다. ‘아니야.’ 설영은 변명했다. 환자와 입을 맞추다니. 정말로 비난 받아 마땅했다. 게다가 그것이 제 까마득한
[잔향上] https://pnxl.me/grtduv 11. 愛라는 글자의 열세 획을 썼다. 평소의 유려한 글씨체는 간데없이 먹물이 번져 형체를 도무지 알아볼 수가 없었다. 그의 사랑마냥 형편 없는 꼴이었다. 12. 사랑은 사람을 죽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었다. 사람들은 사랑을 두려워했고, 사랑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것은 머저리들이나 할 법한 짓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