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극장 키스
자동차 극장이 생겼다. 최근, 대부분 없어진 것 같았는데, 새롭게 생긴 자동차 극장은
예상외로 문전성시였다. 옛날 감성이 진했고, 주변에 가벼운 간
식이나 식삿거리를 파는 푸드 트럭도 여럿 있었다. 커플들에게 최고의 인기를 누린다는 그곳에, 어쩌다 보니 아코
락과 메르가 가게 되었다. 뭔가 하려고 간 건 아니었고, 그저 어쩌다 보니 1인 동반 무료
이벤트에 당첨된 아코락이 같이 가자고 했던 것뿐이다. 무료니까, 공짜라는 말에 좋아하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을까. 영화 보는 걸 딱히 싫어하는 건 아니었기에, 가벼운 마음이었
다.괜찮은 자리였다. 화면도 나쁘지 않고, 주변에 차도 많이 없었
다. 가이드대로 주파수를 맞추고 미리 사 온 캔맥주를 따서 한
모금 마시자 영화가 시작되었다. 유명한 배우가 나오고 개봉하자마자 인기를 끌었다는 로맨스
영화였다. 굳이, 로맨스를, 둘이?
공짜니까 보는 거지 아니었으면 볼 생각도 없었을 것이다. 영화가 시작한 지 고작 10분, 다 마신 맥주 캔이 차 바닥에
뒹굴고, 쌕-쌔액- 고른 숨소리가 옆에서 들렸다. 아코락은 어이가 없어서 웃었다. 10분 만에 잠이 들었다. 누가? 메르가. 고개를 뒤로 젖히고 도롱도롱 소리를 내며 잠들었다. 이미 영
화가 로맨스 장르라고 했을 때부터 예견된 수순이었다. 감은 눈에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살짝 벌어진 입이, 입술이. 영화고 뭐고, 아코락은 몸을 틀어 메르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입술이 짧게 스쳤다. 이 정도로는 깨지 않는지 메르는 여전히 꿈나라 여행 중이었
다. 고개를 이리 비틀고 저리 비틀며 각도를 맞췄다. 딱 맞는 각
도를 찾아 입을 맞췄다. 간지러운 버드키스로 시작된 키스는, 입안 곳곳을 누비며 깊어
졌다. 몸에서 열이 확 올랐다. 달콤한 입술을 한 번, 또 한 번 휘저으며 탐닉하기 시작했다. 모든 갈증이 해소되는 듯한 느낌을 만끽하며 세상에 둘만 남은
듯 깊게 파고들었다. 이쯤 하면 깨날 법도 한데, 진짜 깊이 잠든 것인지 아니면 자
는 척을 하는 것인지. 그 순간, 살짝 올라간 눈에 옆 차가 들어왔다. 아코락의 차는
선팅이 진하게 되어있어서 다른 사람들이 안을 볼 수 없지만 옆
차는 선팅도 하지 않았으면서 대놓고 한판 뜨고 있었다. 운전석에 앉은 남자 그리고 그 위에 올라탄 여자. 얼마나 격렬하게 하는지 자동차가 심각할 정도로 흔들렸다. 아
마, 주변에 있는 모든 사람이 알아챘을 것이다. 괜히 아래가 홧홧했다. 솔직히 다른 차들도 조금씩 흔들거리는 것이 보였다. 대부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아코락 역시 혼자가 아니었다. 자고 있기는 하지만 질척거리는 키스를 하면서 손이 몇 번이
나 올라갔다가 내려갔다. 입술이 붙어 있을 때는 격렬했고 몰아치는 파도와 같았다. 이
후 입술이 부드럽게 헤어질 때마다 맑은 타액이 이어졌다. 이미 실컷 입술을 맛봐놓고 자는 사람을 가지고 더 깊게 하면
안되겠지 하며 얼굴을 떼고 고민했다. 그냥 확 덮칠까 아니면 영화고 자시고 당장 집으로 날아가 진
득하니 섹스할까. 아래는 옷이 갑갑하다는 듯 부풀었고, 머리도 심장도 점점 야
릇한 감각으로 물들어 가는 그때였다. “왜 하다 말아...”
나지막이 들려오는 메르의 목소리에 눈동자를 굴렸다. 반쯤 감
겨있는 나른한 눈매, 하아- 하고 가볍게 쉬는 숨소리. 이게 유혹하는 게 아니면 뭐야. “이제 끝이야?”
“그럴 리가.”
뭐, 섹스는 부드러운 침대에서 단둘이 있을 때 하는 게 제일
좋지. 아코락은 그대로 다시 메르의 입술을 덮었다. 마음이 동해서 조급하게 움직이자 입을 크게 벌리는 바람에
자꾸 입안에 공기가 찼다. 입술을 겹치고 또 겹치며, 시선은 끈
질기게 메르를 쫓았다. 미간을 좁히고 키스에 몰두하고 있었다. 제멋대로 움직이는 혀
를 진정시키려다가 포기했다. 이미, 진정하기에는 너무 깊어진 것 같았다. 츄웁, 타액이 섞이는 소리가 자동차 안을 강하게 채워나갔다. 어느새, 빨리 집으로 가고 싶다는 생각만 간절해진 아코락이었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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