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함께 걸어가
내 품 안에서 잠들길
지아는 오늘도 티타임을 즐기며 동물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늘 보이던 아이들과 함께 담소를 나누던 중, 예지가 보이지 않아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머리를 긁적였다. 벌써 동면은 아닐 텐데, 어디 갔지. 지아는 주변 아이들에게 예지의 행방을 물었고, 원체 냉한 미를 보여 주는 아이라 선뜻 다가가지 못하던 아이들은 예지가 어디 있는지 모른다 답했다. 지아는 걱정되는 마음에 자리에서 일어나 숲속 주변을 살폈다. 티타임을 즐기다 말고 일어나 다른 아이들 역시 예지를 찾기 시작하였고, 숲이라 그런지 해는 빠르게 저물기 시작하였다. 희끄무레하게 해가 모습을 감출 적에, 저 멀리에 동굴이 하나 보였다. 뼈를 파고드는 추위가 닥쳐오기 시작하고, 예지는 아직도 보이질 않았다. 지아는 살을 에는 추위보다 예지가 걱정되는 마음이 우선이라 예지를 부르며 동물 친구들과 함께 어두컴컴해진 숲을 돌아다녔다.
"이만 돌아가자, 지아야. 너무 어두워. 춥고 어둡다...."
"모 아니면 도야. 저 동굴에 있을 것 같은데, 난 가야 할 것 같아."
지아는 다짐했다. 예지는 아무리 차가워 보인다 해도 결국 자신의 친구이며, 어렵게 사귄 친구였다. 동물 친구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동굴을 향해 발을 뻗어 덤불을 헤쳐나가며 이리저리 사이를 비집고 나갔다. 동굴의 입구에 들어서자, 으스스한 분위기가 지아를 감쌌다. 당장 뭐라도 튀어나올 것만 같아 눈을 질끈 감았다 뜨고는,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외쳤다.
"예지야! 너 여기 있지!"
그러자 동굴 안에서 무언가 성음이 들렸다.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이 들려오고, 그 순간 섬칫한 느낌에 지아는 주춤하며 몸을 떨었다. 하지만 이 정도로 꺾일 지아가 아니었다. 동굴 안으로 들어가 보자, 마음 먹고 천천히 발을 내딛는 그녀였다.
"예지야, 나야! 나 지아야!"
동굴 안이라 메아리가 더 크게 들리자, 동굴 내에서 더 크게 성음이 났다. 이게 무슨 일이지 하고 동굴 위를 무심코 바라보자, 무수한 불빛들이 천장을 메우고 있었다. 순간 놀라 바닥에 쓰러진 지아는 천장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그러다 동굴 저편에서 거대한 성음이 나고, 천장의 그 불빛들은 순식간에 동굴 밖으로 날아갔다. 박쥐들의 눈동자였던 것이었다. 그리고 동굴 안쪽에서 크고 푸른 박쥐 한 마리가 천천히 날아오더니 이내 사람의 모습으로 변해 지아의 앞에 도착해 지아를 부축했다.
"지아야, 괜찮니? 오늘은 티타임 참석 못한다고 보내려 했는데, 잠에 빠져서 그만...."
".... 예지야...."
지아는 안도감에 예지의 품에 안겨 눈물을 흘렸다. 그랬다. 예지는 이 동굴의 대장이자 주인인 푸른 흡혈박쥐였고, 잠이 부족해 잠을 청하다 티타임에 참석하지 못했던 것이었다. 예지는 지아를 안고 한참을 진정시켜 주며 등을 쓸어내려 주었다. 수상쩍은 시선은 이를 드러내 위협하여 쫓아내 버렸으며, 날카로운 눈매로 위협 요소를 모두 없앴다. 지아를 데리고 집까지 온 예지는 지아가 잠드는 것까지 본 후 달빛을 받으며 핏기가 가셨던 얼굴을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게 한 뒤 기분 좋은 미소를 띈 채, 지아를 보고 미소를 띄웠다.
"잘 자, 나의 지아야."
- 카테고리
- #기타
댓글 0
추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