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클로버
자컾 멜리비 1000일 기념 AU 장편 (커버 CM @commi_gagurak)
D+1001 고풍스럽게 꾸며진 책방 안으로 늦은 오후의 햇살이 스며들어왔다. 리리는 창가 근처 의자에 앉아 가만히 밖을 바라보았다. 조금만 고개를 돌리면 소녀를 발견할 만도 했으나, 밖에 지나다니는 사람들은 그 누구도 리리에게 관심을 주지 않았다. 마치, 처음부터 그 가게가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리리의 뒤에서, 아노렐은 푹신한 소파에 누워 뒹굴고 있
D+1000 그 많은 시간을 거쳐, 우리는 처음 만났다. 그 많은 실수를 거쳐, 우리는 다시 만났다. 첫 만남이었지만, 네 이름은 이미 알고 있었다. 아득한 기억 너머의 만남이었지만, 너만큼은 절대로 잊을 수 없었다. * * * 오래 살아갈수록 희미해지고 잊히는 기억이 많아진다. 리비에르조차 예외는 아니라,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기억보다 망각 너머로
D+750 나는 아마도, 꿈을 꾸었던 것 같다. 파도 소리가 시원하게 귓가를 때렸다. 파도에 이는 거품이 푸른 하늘에 떠다니는 구름과 데칼코마니를 만들어, 마치 한 폭의 풍경화를 보는 것 같았다. 드넓은 바닷가를 눈에 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확 트이는 기분이었다. 바람에 살짝 비뚤어진 모자를 고쳐 쓰며 저만치에서 천천히 따라오는 이에게 손을 흔들었
D+500 맑은 날의 저녁이었다. 하얀 벽돌이 깔린 광장의 분수 근처에는 사람들이 북적이고 있었다. 주황빛 노을 아래, 시계탑의 시곗바늘이 천천히 돌아가고 있었다. 리비에르는 1초, 2초, 움직이는 시계탑을 올려다보았다. 6시 59분. 바람이 상당히 쌀쌀한데 오늘은 이만 집에 들어가야 할까. 조금 아쉽기도 했지만 10월이 막 시작된 날씨에 두꺼운 겉옷
너와 함께한 천일, 그리고 하루의 이야기 파도 소리가 귀로 밀려들어 왔다. 노을의 색채에 물든 물결이 잔잔하게 밀려 나갔다가, 다시 세차게 하얀 거품을 일으키며 모래 위를 덮쳤다. 소금기를 머금은 바닷내음이 눈물 같게 느껴져, 사뭇 애달프고도 애틋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손에 맞잡은 네 온기가 나를 감싸왔기에, 울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았다. 이것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