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애화 - 4
카이멜 시레노바 x 리비에르 시라 (1000일 AU 로그)
D+1000
그 많은 시간을 거쳐, 우리는 처음 만났다.
그 많은 실수를 거쳐, 우리는 다시 만났다.
첫 만남이었지만, 네 이름은 이미 알고 있었다.
아득한 기억 너머의 만남이었지만, 너만큼은 절대로 잊을 수 없었다.
* * *
오래 살아갈수록 희미해지고 잊히는 기억이 많아진다. 리비에르조차 예외는 아니라,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기억보다 망각 너머로 사라진 기억이 어느덧 많아졌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절대로 잊을 수 없는 선명한 기억을 꼽는다면, 그것은 단언컨대 카이멜에 관한 기억이리라.
리비에르가 마술사의 책방에 조수로 들어온 시기는 카이멜보다 이후였다. 처음 그를 봤을 땐 자신보다 두어 살 더 많아 보였던가? 어차피 시간을 다루는 마법 시계의 영향을 받게 되어 겉으로 보이는 나이는 이제 상관없을 터였다. 하지만 비슷한 또래로 보인다는 점이, 그에게 조금은 다가가기 쉽게 만들어줬을까.
“안녕, 리비에르라고 해. 이제부터 서로 지겨울 만큼 보면서 지낼 테니까 잘 부탁해~”
빙그레 웃으며 손을 내밀었었다. 이제부터 한없이 흘려보내야만 하는 시간이 언젠가는 지루하게 느껴지겠지만, 네 그 붉은 머리카락만큼 너라는 존재가 내 생에 활기를 불어넣어 준다면, 그 시간도 충분히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래. 카이멜이라고 하네. 피차 마찬가지니 서로 원만하게 지내도록 하지.”
한 치 망설임 없이 내미는 손을 맞잡아준 그를, 리비에르는 벌써부터 좋아하게 되었더라지.
배움에는 끝이 없다고, 누군가가 남긴 명언이 있었다. 모종의 이유로 젊은 나이에 책방에 묶이게 된 리비에르와 카이멜은 아마 더욱 절실히 그 뜻을 체감하고 있을 터였다. 책방 구석구석 쌓여있는 고서의 내용부터, 서랍과 창고에 그득 차 있는 마법 물품을 다루는 방법까지. 눈코 뜰 새 없이 바빠 노닥거릴 시간도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어엿한 조수라 불릴 수 있을 만큼 일에 익숙해지자, 두 관리자는 가장 큰 과제를 리비에르와 카이멜에게 내놓았다. 푸른색 다이얼. 붉은색 다이얼. 눈 앞의 똑 닮은 시계가 같은 시각에 맞춰져, 초침이 흐르고 있었다.
“둘 다 그 동화책은 읽어봤겠지? 동화책의 바탕이 된 시계가 바로 이거란다. 물론 동화책인 만큼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진 점도 많고, 사실과 다른 점도 있지만, 그래도 중요한 내용은 그대로 보존되어 있지.”
별의 힘을 가진 이 시계 한 쌍이 시간을 돌리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기억하렴. 언젠가는 너희도 조수가 아닌, 이 시계의 관리자로서 이 힘을 다뤄야 할 거야. 기적 같은 힘이기도 하지만 만능은 아니고, 그만한 위험을 동반해. 모든 마법에는 어느 정도 주의가 요구되지만, 시간과 공간을 다루는 마법은 특히나 그렇지.”
때가 되어 리비에르와 카이멜이 관리자의 직위를 물려받았을 때, 전 관리자들에게서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들은 경고가 생각이나, 생각보다 마음은 무거웠다. 손에 들린 시계의 무게에 반비례하듯.
“색이 너하고 잘 어울리네.”
“그건 자네도 마찬가지 아닌가.”
하지만 혼자가 아니었기에, 리비에르는 여전히 가벼이 카이멜을 향해 웃을 수 있었다.
시계의 관리자가 된 후에도 리비에르와 카이멜의 일상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전 관리자들이 그러했듯, 매일 책방을 관리하고, 물품을 정리하고, 시계를 점검하는 날이 하루하루 이어졌다.
몇 개월. 몇 년. 몇십 년. 그리고 그 이상 숫자를 세는 일이 무의미해질 때까지.
그 긴 세월 동안 카이멜은 리비에르에게 버팀목이었다. 친구였고, 이해자였고, 때론 가족이나 다름없었고.
그리고 사랑이었다.
단순히 연인이라는 한 단어로 그의 존재를 단정 짓기엔, 두 글자의 단어는 너무나도 부족했다. 리비에르에게 카이멜은 그보다 많은 의미를 지니고 있는 사람이었다.
둘만 있던 공간에 어느덧 셋, 그리고 넷이 함께하게 되었다. 아노렐이란 소년을 리비에르가 조수로 들이고, 오래 지나지 않아 카이멜 또한 리리라는 소녀를 조수로 맞이했다. 그리고 리비에르와 카이멜에게 한때 익숙했던 교육의 나날이 도래했다. 다만 이번에는 둘이 조수들을 가르치는 입장이었지만.
과거의 리비에르와 카이멜이 그랬듯, 아노렐과 리리가 한 조수의 몫을 할 수 있게 되자, 그들에게 걸려있던 제한이 조금이나마 느슨해졌다. 짧게나마 아노렐과 리리에게 책방의 관리를 잠시 맡기고 세상으로 나왔을 때, 그 풍경은 둘이 기억하던 세상과 사뭇 달라져 있었다.
그 책방은 평범한 시공에서 벗어나 있는 곳이었기에, 리비에르와 카이멜은 때때로 시간여행을 즐기는 기분을 낼 수 있었다.
둘이 제일 마음에 들어 했던 곳은 해안가가 아름다운 어느 작고 조용한 섬이었다. 여름에는 여름대로 달궈진 모래사장과 시원한 바다를 즐기고, 겨울은 겨울대로 열리는 크리스마스 축제에 가끔 얼굴을 비추며, 그렇게 둘은 섬과 사랑에 빠졌고.
“우리가 만날 수 있어서, 정말 행복해.”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어느 외딴 명소에서.
“이 영원히 흐르는 시간 속에서, 너에게 키스를 선사할게.”
하얀 바다수국 조각상을 증인으로, 둘은 서로와 사랑의 약속을 교환했다.
언젠가는 우리의 기나긴 시간도 끝을 맞이하겠지만, 이 감정만큼은 변함없으리라, 밤에 빛나는 꽃에 대고 맹세했다.
영원한 시간은 없다.
한순간의 실수였을까, 아니면 그저 언젠가는 일어나야 했던 운명이었을까. 어쩌면 폭주하는 시계의 힘 앞에서 그런 의문은 아무짝에도 쓸모없었을지 모른다.
서둘러 아노렐과 리리를 결계가 쳐진 창고 안으로 대피시킨 리비에르와 카이멜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허공에서 눈부신 정전기를 내뿜는 시계를 바라보았다. 푸른 다이얼의 시계, 붉은 다이얼의 시계. 제어가 풀린 두 힘이 공존하는 이 공간이 아직 유지되고 있는 것이 기적이었다.
긴급한 상황에서도, 둘은 침착함을 유지했다. 취해야 하는 조치는 알고 있었다. 마지막의 마지막 수단은, 이 책방에 발을 들인 순간부터 각오하고 있을 터였다.
그러나 서로를 향한 이 미련은, 그들에게 남겨진, 찰나를 살아가는 인간의 잔재였을까? 한 손을 시계로 뻗으며, 리비에르는 다른 손을 카이멜에게 내밀었다.
“…아주 무섭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 하지만 지금, 이 순간 내 옆에 있는 사람이 너여서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슬퍼해야 하는 걸까?”
이별이 약속된 상황에서도, 카이멜은 리비에르를 향해 웃어주었다. 마찬가지로 한 손을 시계를 향해 뻗으며, 다른 손은 리비에르의 손을 잡아 왔다.
“기왕이면 기뻐해 줬으면 좋겠군. 마지막 순간까지 같이 있을 수 있다는 것도 어찌 보면 축복 아닐까?”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끓어오르는 이 소리는, 웃음이었을까, 울음이었을까.
“그래, 네 말이 맞네. 하지만, 바라는 것이 욕심이 아니라면, 이것이 우리의 마지막이 아니었으면.”
우리가 어딘가에서, 그것이 아주 먼 미래가 된다 할지라도.
“꼭 다시 만났으면 좋겠어.”
눈을 제대로 뜨고 있기 힘들 만큼 빛이 강해지고 바람이 거세졌다. 마치 사나운 폭풍에 휩쓸린 것처럼, 시간의 해일에 휩쓸린 것처럼. 마술사의 힘과 시계의 힘이 부딪치며 시공이 분리되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도, 카이멜의 목소리만큼은 또렷하게 들려왔다.
“…그럼 말을 정정하지. 다시 만나게 될 것을 아니까, 우리는 웃으며 잠시 눈감을 수 있다고.”
이것이 마지막 말이 될 것이라는 걸, 리비에르는 직감적으로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후회 없이 전할 수 있었다.
“자, 약속이야. 우리의 이별은 시간을 넘어 재회하는 그때까지야.”
영원한 시간은 없을지라도, 영원한 인연을 리비에르는 간절히 믿고 싶었다.
* * *
뎅, 뎅, 뎅, 뎅….
광장의 시계탑에서 종이 일곱 번 울렸다. 황혼으로 물들어가는 고즈넉한 광장에서, 리비에르는 우두커니 서 있었다. 종소리가 먼 하늘 너머로 사라질 무렵, 리비에르는 자신의 핸드폰을 꺼내 연락처 목록으로 들어갔다. 알파벳 A부터 시작해서 K까지 쭉 내리던 리비에르의 손이 어느 순간 멈췄다.
리비에르는 작은 한숨을 내쉬며 핸드폰의 화면을 껐다.
“…역시, 없는 게 당연한 걸까.”
중얼거리며 주머니 속으로 핸드폰을 집어넣으려던 리비에르의 손이 멈칫했다. 그의 시선이 머무른 곳, 핸드폰의 모서리에 작은 바다수국 장식이 달려있었다.
리비에르의 손가락이 천천히 자그마한 바다수국 걸이를 매만졌다. 플라스틱 재질에 물감을 입힌 모형은 어느 축제에서 판매할법한 기념품 같았다. 핸드폰에 매달고 다닌 지 시간이 상당히 흘렀는지, 군데군데 닳아있거나 색이 바래보이기도 했다. 조심스러운 손길이 꽃장식을 쥐었다.
망설임 없이, 리비에르는 해안가로 내달렸다. 탁탁, 신발이 하얀 벽돌길을 때리는 소리가 경쾌하게 귓가에 울렸다. 숨이 턱까지 차오를 때까지 달리고 달려 리비에르가 도착한 곳은, 가을 저녁의 한적한 바닷가였다.
모래를 밟자 발걸음이 절로 느려졌다. 푹푹 꺼지는 하얗고 노란 결정이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드넓은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자 마음이 조금 차분해진 이유도 있었을 것이다. 사박사박, 파도 소리와 섞여드는 모래의 화음이 마음 한구석을 울렸다.
해안가를 쭉 걸어 리비에르가 다다른 곳은, 높은 고지의 명소로 이어지는 나무다리의 시작이었다. 다리를 오르려 발을 내딛는 리비에르의 신발에서 고운 모래 가루가 떨어졌다. 고작 10미터의 거리가 지구 반대편처럼 멀리 느껴지기는 처음이었다.
도착한 명소에는 아무도 없었다. 하얀 돌로 만들어진 바다수국 조각상만이 그곳을 우두커니 지키고 있었다. 리비에르의 창백한 손이 조각상의 희고 딱딱한 꽃을 훑었다. 밑에서 잔잔하게 밀려들어 오는 파도 소리는 잔잔했다.
변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손을 거둬들이고 리비에르는 바다가 바로 아래에 보이는 난간으로 다가갔다. 시원한 바람이 푸른 머리카락을 헝클이고 갔다. 다시 그 종소리의 환청이 들려오는 것 같아, 마치 시간을 확인하려는 듯, 리비에르의 시선이 자신의 손목으로 향했다.
손목은 비어있었다. 이유 모를 허전함을 느꼈는지, 몇 번 손목을 문질러도 손에 남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저벅저벅. 뒤에서 조금씩 커지는 발걸음 소리가 들려와, 리비에르는 한순간 굳었다가 천천히 다리가 있는 방향으로 돌아보았다. 노을 지는 해안가를 뒤로하고, 산들바람에 휘날리는 적색의 머리카락이 눈에 들어왔다.
리비에르는 환하게 미소지었다. 자신에게 돌아오는 미소에 친숙한 다정함이 서려 있어, 안도할 수밖에 없었다.
“안녕.”
처음이지만, 처음은 아니네. 리비에르는 카이멜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카이멜이 거울처럼 내미는 손에, 손목에도 익숙한 손목시계가 없었다.
손과 손이 닿았다. 그 온기에 문득 감정이 북받쳤다.
그들은 오랜 친구처럼 웃었다. 오랜 연인처럼 스스럼없이 다가갔다. 서로가 어색하기는커녕 편하게 느껴졌고, 기시감을 넘어서 알고 있다고 확신했다.
마침내, 온전하게 서로를 마주할 수 있었다.
한동안 잔잔한 바다를 바라보며, 둘은 말이 없었다.
“…이제 끝난 것일까?”
조용한 물음에 무게가 실려있었다. 리비에르의 하늘색 눈동자가 맞잡은 손에, 사라진 시계가 있던 곳에 닿았다.
“아마, 그렇지 않을까?”
서늘한 10월 5일의 노을이 밤으로 물들어갔다.
환기를 위해 열어놓은 창문을 통해 초여름의 바람이 불었다. 책상에 놓인 달력의 페이지가 바람에 살짝 흔들렸다. 넘어갈 듯, 말듯, 6월의 달력은 그렇게 자리를 지켰다.
소년과 소녀가 있던 책방은 재회한 그 날 이후로 찾을 수 없었다. 광장을 돌기도 수십번, 부러 저녁 7시에 맞춰서 기다리기도 수십번. 그러나 전처럼 마법같이 그 책방이 리비에르나 카이멜의 눈앞에 나타나는 일은 없었기에, 이윽고 둘은 책방의 조수들을 찾아가는 걸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 후로는 평범한 일상이 이어졌다. 아침에 일어나 각자의 일터로 출근하고, 아이들을 가르치고 돌보다가, 저녁이 되면 광장을 거쳐 집으로 퇴근했다. 주말이 되면 둘이 함께 광장의 작은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기도 했고, 섬의 구석진 장소를 찾아다니며 지나간 기억을 여행처럼 되짚기도 했다.
시간은 흐르고 흘렀다. 가을이 겨울로 얼어붙고, 한해가 끝나 그다음 해가 밝아오고, 하얗게 쌓인 눈이 봄이 되어 빗물로 녹아내렸다. 바다수국이 하나둘, 꽃을 틔우다가 어느덧 화려하게 만발한 계절이 다가왔다. 내리쬐는 햇살이 아스팔트 도로를 달구는 여름이, 섬을 찾아왔다.
여름 더위가 도래하자 바닷가를 찾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났다. 이른 아침부터 늦은 저녁까지, 물놀이를 즐기는 섬 주민들과 몇몇 여행객들로 인해 파라솔이 꽃처럼 모래사장을 뒤덮고 있었다.
리비에르와 카이멜이 해안가를 찾은 여름날의 저녁도 그다지 다르지 않았다. 그나마 평일의 저녁이라 조금 한산해 보였을까. 퇴근 직후, 해안가에 먼저 도착한 것은 리비에르였다. 사람들이 점차 저녁 준비를 위해 떠나가기 시작한 모래사장에 돗자리도 깔지 않고 편하게 주저앉아 기다렸다. 낮아진 시야에 보이는 하늘이 더 넓어졌다.
얼마나 지났을까, 자신 옆에 누군가 앉는 기척에 리비에르는 고개만 살짝 돌렸다. 허리까지 길게 늘어지는 붉은 머리카락. 금색의 눈동자. 눈 아래의 눈물점. 자신이 바라보자 위로 살짝 올라간 붉은 입꼬리. 리비에르가 그 누구보다 애정하는 이의 모습이 보였다.
고작 손 두 뼘 떨어진 거리. 둘은 조용히 모래사장 위에 앉아서 황혼을 떠나보냈다. 마지막 주홍빛이 사라지고 밤의 장막이 드리워, 별이 하나둘 하늘에 모습을 드러냈다.
검푸른 밤하늘 아래, 바다의 수면은 간헐적으로 몰리는 물결 외에 잠잠했다. 둘은 바다에서 눈을 떼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수많은 별이 보석처럼 반짝이고 있었다.
“…눈부시네.”
그 한마디에 리비에르는, 문득 여기가 현실이구나. 우리는 이제, 진짜로 이곳에, 서로의 옆에 존재하는구나, 깨닫게 되었다. 눈을 접어 웃으며 리비에르는 대답했다. 그러네, 정말, 눈물 날 정도로 눈부시네.
손끝에 조금씩 서늘한 느낌이 들기 시작하는 시각, 리비에르와 카이멜은 모래에서 일어나, 바지에 묻은 고운 가루를 털어냈다. 이만 돌아갈까? 내일을 준비해야 하니까. 아직 오지 않은 시간을 기약하며 떠나가는 둘의 등 뒤를 별의 작은 광채가 은은하게 감쌌다.
아무도 남지 않은 바닷가엔 적막이 홀로 남아있었다. 마치 이 공간만 세상에서 분리된 것 같은, 영원히 밤이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착각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시간은 계속 흘렀다. 처음에는 눈 한번 깜빡이면 사라질 것 같은 작은 빛이 하늘과 바다를 가로지르는 경계선에 반짝였다. 별보다 큰 그 빛은 서서히 바다 위로 고개를 내밀고, 조금씩 온전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금빛 여명의 태양이 점차 밝아지는 지평선 위로 떠올랐다. 잠들어있던 온기가 깨어나 바닷물을 평온하게 비추었다.
6월 12일. 마침내 둘이 함께 맞이하게 될, 1001번째 날이었다.
시간은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그들이 다다른 새로운 여명의 바다는 눈물이 날 정도로 눈부셔, 별의 은하수처럼 찬란하였다.
Written 20-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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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로그의 그림은 하리(@hariii015)님의 커미션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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