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클로버
창작 세계관 '폐잔' 관련 글
문을 굳건히 두드리는 노크 소리가 아늑한 사무실 안에 퍼졌다. 고개를 숙이고 오래된 신문을 살피던 알베라는 시선을 들었다. 앞으로 쏠린 회색 머리카락을 손으로 걷어내자 닫힌 문이 보였다. 혹여 잘못 들은 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던 차에 다시 똑똑, 딱딱한 소음이 들렸다. 착각이 아니었다. 눈길이 문 옆의 벽시계로 돌아갔다. 평범하게 둥그런 벽시계의 큰
“그래, 당장은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도 있겠지. 언젠가 다시 얘기하자. 나중에 너를 찾아올게.” 장례식이 언제였는지 쿠레아는 정확하게 기억한다. 1998년 5월 3일, 오후 1시. 폭발 사고 후 무너진 연구소의 폐허에서 사상자의 시신을 전부 수습하는 데 총 13일이 걸렸고, 올리비아 노바의 사체는 그중 제일 늦게 발견되었다. 연고 없던 이들의 합동 장례식은
울면 안 돼, 울면 안 돼. 산타 할아버지는 우는 아이에겐 선물을 안 주신대. 그러니 난 울지 않을게. 울지 않고 기다리고 있을게. 다시금 산타가 나에게 선물을 주러 올, 그날까지. Away In a Manger - David Hicken Piano Solo 소녀는 한때, 입김이 나올 정도로 추운 날 볼 수 있는 하얀 눈을 좋아했다. 손끝이 파랗게 얼
내 이름은 준, 준 이엘. 유토피아 프로젝트의 리더. 빛나는 세상으로 나아가는 선도자. 어둠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가여운 장님들을 낙원으로 이끄는 선구자. 나는 언제부터 ‘준 이엘’이었더라. 언제부터 낙원으로 향하는, 얼어붙은 꽃이 피어난 가시밭길을 자처해 걸어가게 되었더라. …그래, 모든 것은 그 순간부터 시작되었다. 아카식 레코드라는 끝없는 바다에서
오늘도 밤을 조용히 주시하는 녹색 눈동자는 흔들림이 없다. 어둠 속으로 잠식된 붉은 머리칼도, 카디날의 색을 띤 붉은 망토도 마치 그림자와 다름없었다. 차디찬 겨울밤에도 미동 없는 너의 눈에는 무엇이 담겨있는가. 어떤 생각을 하며 밤을 지새우는가. 기억을 더듬어보아라, 아리스카. 너는 아직도, 그 머나먼 12월을 어제처럼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겠지. 손에 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