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클로버
칼리엔 제베라는 이따금 보내지 않을 편지를 쓰곤 했다. 편지 맨 위에 적는 수신인은 매번 달랐다. 용병 친구인 에르바나일 때도 있었으며, 죽은 동생인 베루리아일 때도 있었고, 아예 여백으로 둘 때도 있었다. 편지를 쓰는 방식마저 그때그때 달랐다. 어떤 때는 한 자 한 자 감정을 담아 꾹꾹 눌러쓰고, 어떤 때는 의식의 흐름에 따라 비문 따위 신경 쓰지 않고
축축한 공기에 물 내음이 가득하다. 자정을 훌쩍 넘긴 밤은 캄캄하여 빗줄기가 보이지 않는다. 천체관측 탑의 탁 트인 꼭대기 층의 돌바닥을 시원하게 두드리는 빗소리만 들려올 뿐. 세오르데인 에이아르가 들고 있던 우산을 기울이자, 앞에 선 여성의 우의 위로 떨어지던 빗물이 흔적을 감춘다. 키가 한 뼘은 작은 아델하이트가 세오르데인을 올려다본다. “시간도 늦었으
해가 지는 시각의 술집은 열기가 넘치고 시끄러웠다. 저녁 먹으러 온 사람들, 고된 하루를 잊으러 술 한잔하러 온 사람들, 집에 들어가고 싶지 않아 시간 보내러 온 사람들이 한군데 뒤엉켜 뭐라 형용할 수 없는 소음 덩어리를 만들어냈다. 바로 앞사람의 대화조차 잘 들리지 않을 만큼 여러 목소리가 섞여 들어 누군가와 이야기하기에 걸맞은 장소는 아니었다. 미카엘라
나와 함께 가지 않겠느냐고 그가 물었다. 나를 내려다보는 청회색 눈동자가 언젠가, 오래전 보았던 하늘의 색을 떠올리게 했다. 이제는 먼지와 오염으로 가득해 본래 무슨 색이었는지 알아볼 수도 없는 하늘을 바라보다가 다시 나를 염려하는 눈을 마주 보았다. 나와 함께 신전으로 가지 않겠느냐. 두말할 것 없는 호의고, 어쩌면 다시는 찾아오지 않을 기회였다. 숙식과
리시칼리 (래디에센트 크로니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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