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클로버
창작 세계관 '래디클' 중 리시안 시나레타 & 칼리안 제베라 관련 글 (커버 CM @404_0U0)
칼리엔 제베라는 이따금 보내지 않을 편지를 쓰곤 했다. 편지 맨 위에 적는 수신인은 매번 달랐다. 용병 친구인 에르바나일 때도 있었으며, 죽은 동생인 베루리아일 때도 있었고, 아예 여백으로 둘 때도 있었다. 편지를 쓰는 방식마저 그때그때 달랐다. 어떤 때는 한 자 한 자 감정을 담아 꾹꾹 눌러쓰고, 어떤 때는 의식의 흐름에 따라 비문 따위 신경 쓰지 않고
어느 12월, 리시안 시나레타는 칼리엔 제베라에게 물었다. “촛불에 소원을 비는 행위는 신에게 올리는 기도와 비슷한 의미인가?” 뜬금없는 질문이었다. 그러나 리시안과 함께한 시간이 늘어난 만큼 칼리엔은 이제 놀라지 않았다. 질문의 원인으로 추정되는 종이가 리시안의 손에 들려있었다. 칼리엔이 저벅저벅 다가가 그의 손에서 종이를 빼앗아 들었다. 보석 같은 새파
“너, 예쁜 사람 한 번 찍어보지 않을래?” 부활절 연휴가 끝나고 회사로 복귀한 화요일 아침. 수상쩍게 상냥한 미소를 지은 선배가 칼리엔 제베라에게 쑥 말을 걸어왔다. 컴퓨터를 켜고 메일함을 확인하던 칼리엔은 생글생글 웃고 있는 선배를 향해 눈을 돌렸다. “일감 들어왔어요? 그런데 이 업계에 예쁜 사람이 한두 명인가. 누구길래 이렇게 뜸을 들여요?” 그으게
누군가 말하길 절망은 물속에서 호흡하는 감각과 비슷하다 했다. 한 줌 공기를 얻기 위해 숨을 들이마시는 순간은 시련이 되며, 살아가려 발버둥 칠수록 무거운 무게가 온몸을 짓누른다. 들이키고 내쉬는 것이 더는 공기인지 눈물인지조차 구분할 수 없다. 그렇게 천천히 잠겨간다. 간절히 누군가가 수면 위에서 손을 내밀어주기를 바라며. 혹은 빠르게, 고통 없이 숨이
숨조차 함부로 쉬기 버거운 어둠 속에서, 칠흑의 옷을 입은 성녀가 홀로 무릎을 꿇었다. 가까운 곳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와 함께 촛불이 켜졌다. 동시에 눈앞에서 석상의 윤곽이 희미하게 드러났다. 하얀 대리석 얼굴에 새겨진 표정은 눈이 어둠에 익숙해지지 않아서인지 전혀 읽을 수 없었다. 미미하게 흔들리는 작은 촛불 사이로 들리지 못한 한숨이 아스라이 흩어졌다.
Beethoven Sonata No.17 Tempest 3rd Movement 그런 날이 있다. 유독 일이 꼬이고, 조율 안 된 피아노 음처럼 모든 게 어긋나고, 기분전환으로 산 커피마저 잘못 나와 인생보다 배로 쓰게 느껴지는. 정말 아무것도 되는 게 없는, 그런 날이 있다. 그런 날에는 공부고 약속이고 중요한 일정이고 다 팽개치고, 따듯한 코코아나 타
Winter Gerbera - E3 (music commission) 칼리엔에게, 오늘 마당에 거베라꽃이 피었어. 울타리 구석쟁이에 볕이 유독 잘 드는 곳 있잖아? 채소를 기르기엔 면적이 너무 좁다고 엄마 아빠가 내가 마음대로 쓰는 걸 허락해주셨거든. 우리 작년에 눈이 녹던 날 시장에서 사 온 꽃씨 기억나지? 마땅히 심을 곳이 없어서 계속 보관만 하다
White Lisianthus - E3 (music commission) 하루종일 질척하게 눈이 내렸다. 그리 신기한 현상은 아니었다. 엘로하임 대신전이 있는 리베르 키리오스 섬은 온후한 기후의 히스토리아 섬보다도 훨씬 북쪽에 위치해, 날씨는 일 년 내내 혹독했다. 신전의 교리는 그것을 축복이라 여겼다. 시련과 고난은 신의 뜻을 품고 살아가는 종들에게 숨
“더워……….” 칼리엔이 테이블 위로 엎어졌다. 여름 폭염에 달아오른 볼에 닿는 나무의 감촉이 시원하니, 열기가 조금 가시는가 싶기도 겨우 몇 분. 사람의 체온에 의해 데워진 테이블은 오래 위안이 되지 못했다. 칼리엔은 앓는 소리를 내며 양손을 나무 테이블 위로 꾹 눌렀다. 손가락 끝에서부터 시린 한기가 뻗어 나와 얇은 얼음 장막이 유리처럼 테이블을 얇게
세상 사는 것, 참 힘들다. 새삼스레 깨달은 사실은 아니었지만, 오늘 같은 날엔 한층 더 깊이 마음속 새겨두게 되는 만물의 진리이자 세상의 이치였다. 목구멍에서부터 끓어 올라오는 비명인지 한숨인지를 삼키며 칼리엔은 방금 확보한 나이프를 꽉 쥐었다. 손마디가 새하얗게 질려갔다. 그래. 아무래도 오늘은 내가 죽든지, 저 새x를 죽이든지 해야겠다. 나날이, 내
空の上の無慈悲な神々にはどんな叫びも届きはしない 하늘 위의 무자비한 신들에게는 어떤 절규도 닿지 않아 Lacrimosa…… Kalafina :: Lacrimosa ++ 선고 ++ “칼리엔 제베라. 너의 목숨을 거두러 왔다.” 죄였을까. 죄라고 단정 지어지기엔 충분히 억울했을 만도 했다. 칠흑 같은 사제복을 입은 은발의 사내 -얼핏 보기에는 여인 같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