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폐허의 잔상

디어 릴리

원더로스트 x 리오니스

울면 안 돼, 울면 안 돼.

산타 할아버지는 우는 아이에겐 선물을 안 주신대.

그러니 난 울지 않을게. 울지 않고 기다리고 있을게.

다시금 산타가 나에게 선물을 주러 올, 그날까지.

Away In a Manger - David Hicken Piano Solo

소녀는 한때, 입김이 나올 정도로 추운 날 볼 수 있는 하얀 눈을 좋아했다. 손끝이 파랗게 얼어붙을 걸 알면서도, 눈이 오는 날이면 괜히 신이 나, 오빠를 졸라 밖으로 나갔었다. 보육원의 후원자가 보내는 얇은 코트를 껴입고 선생님의 눈치를 피해서, 소녀와 소녀의 오빠는 가벼운 발아래 푹푹 꺼지는 눈을 밟으며, 소녀의 성이 찰 때까지 눈밭을 뒹굴었다.

추위에 굴복해 재채기가 나올 즈음, 소녀의 오빠는 소녀를 설득해 다시 안으로 데려갔고, 소녀는 아쉬움을 뒤로하며 오빠의 손에 이끌려 따듯한 방으로 돌아왔다. 빨개진 코를 훌쩍이면서도, 소녀는 세상 다 가진 것처럼 행복하게 웃었다.

가끔 보육원 선생님의 손을 잡고 시내로 나들이를 하는 날이면, 도시를 장식한 크리스마스 장식에 소녀는 정신이 팔렸다. 파릇파릇한 소나무 가지에 걸린 동그란 구슬과 색색으로 반짝이는 전구. 벽에 매달린 알록달록한 털실로 짠 커다란 양말. 예쁜 포장지와 리본에 싸인 선물상자에.

종종 부모님과 장난감 가게에서 까르르 웃으며 걸어 나오는 또래 아이들을 보면 소녀는 부러움에 휩싸이기도 했다. 소녀는 매년 겨울 착한 아이에게 선물을 주러 온다는 산타 할아버지의 존재를 믿지 않았다. 배를 곯지는 않지만, 보육원에서 충분한 애정을 받지 못한 아이들에게 그런 환상을 품는 건 사치였다. 그랬기에 소녀는 부러웠다. 선물뿐만 아니라, 사랑으로 세워진 달콤한 환상을 믿을 수 있다는 점이 부러웠다.

그러나 소녀는 한 번도 그 부족함에 울어본 적은 없었다. 소녀에겐, 소녀만의 ‘산타’가 있었기에.

“준, 선물이야.”

소녀의 품에 귀여운 강아지 인형이 꼭 안겨졌다. 흔치 않은 보드라운 감촉에 소녀의 손가락이 꼼지락거렸다. 하얀 인형을 껴안고 소녀는 자신의 오빠를 올려다보았다. 소녀보다 몇 살 많아 보이는 소년은 머쓱하게 웃고 있었다.

“강아지 이름은 뭐로 지을래?”

달에 고작 동전 몇 개 받는 용돈을 꼬박꼬박 모아 자신에게 이 인형을 사주려, 얼마나 노력했을까. 크리스마스에 생일을 맞이하는 소년이 받고 싶었던 선물은, 필히 이 소녀의 웃음이었으리라. 소녀의 밝은 녹색 눈이 초승달처럼 접혔다.

“릴리. 얘는 릴리야. 고마워, 산타.”

산타라는 이름을 가진 소년의 얼굴이 밝아졌다. 소녀는 소년의 품에 안겨들었다. 두 아이의 위로 진눈깨비가 반짝이며 떨어져 내렸다.

순수하고 때 묻지 않은 작년의 크리스마스까지만 해도, 소녀는 하얀 눈을 사랑했다. 하얀 눈을 닮은 강아지 인형을 사랑했다. 그 작은 행복함에, 소녀는 밝게 웃었었다.

그 소녀는, 더는 웃지 않았다.

* * *

“아이야, 무엇을 보고 있니?”

“…아무것도, 요.”

하얀 로브를 입은 남자가 다정히 물어오는 말에, 소녀는 작게 대답했다. 거짓인 줄 뻔히 알면서도 남자는 소녀를 타박하지 않았다. 짧게 눈길 한 번 주지 않는 소녀를 보는 남자의 맑은 푸른색 눈이 안쓰러움으로 물들었다. 하얀 스노드롭이 피어있는 연못에 시선을 고정한 소녀 옆에, 남자는 조용히 앉았다. 부스럭거리는 인기척에 소녀는 움찔했지만, 남자가 이후로 아무 말도 없자 그저 가만히 연못을 들여다보았다.

연못에는 세상이 담겨있었다. 수면은 동영상처럼 회색으로 물든 건물 사이사이를 비추다가, 소녀가 연못에 손을 담그자 영화의 장면이 전환하듯 다른 거리를 비추었다. 거리를 걷는 사람들의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소녀가 물속에서 뺀 손은 젖어있지 않았다.

“…이 연못이 비추는 것이, 현재라고 했죠?”

침묵을 깨뜨린 소녀의 물음에 남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둘 다 연못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였다.

“그렇단다, 아이야. 때로는 약간 앞서있는 시간을 비추기도 하지만, 이 연못에 담긴 것은 간섭이 불가한 현재의 시간이라 불러야겠지.”

소녀는 말없이 다시 손을 연못에 넣어 휘저었다. 풍경이 바뀌었다. 페인트칠이 벗겨지기 시작한, 오래된 회색 건물이 나타났다. 해가 중천에 떠 있는 낮의 놀이시간, 아이들이 마당에 나와 무리 지어 놀고 있었다. 소녀는 그 아이들에게 눈길 주지 않았다. 소녀의 시선은 커다란 나무 아래, 떨어져 앉은 아이 둘로 향했다. 소년을 바라보는 눈에 갈망이 깃들었다가, 자신과 무척 닮은 소녀에게 닿는 즉시 차가워졌다.

‘그늘에 앉아있으면 춥지 않을까?’

‘괜찮아. 이곳이 생각하기에 제일 좋아. 불편하면 산타는 다른 곳으로 가 있어도 돼.’

‘아니, 아니야. 불편하지 않아, 준.’

안절부절못하는 소년의 목소리와 건조하고 냉담한 소녀의 음성이 연못 밖으로 메아리치며 흩어졌다. 다정한 듯 서늘한 그 모습을 보며 연못 밖의 소녀는 입술을 피가 날 만큼 꽉 깨물었다. 연못 속의 소년과 소녀의 대화는 계속 이어졌다.

‘들어갈 때까지 시간이 많이 남았는데, 담요라도 들고 올까? 아니면 릴리라도?’

‘필요 없어. 릴리는 또 누군데?’

‘릴리, 네가 이름 붙여준 인형 있잖아.’

‘그런 것도 있었던가. 인형 같은 건 더욱 필요 없어.’

필요 없겠지, 그건 애초에 네 것도 아니잖아. 소녀의 원망에 찬 속삭임은 잠잠한 수면에 튕겨 나갔다. 그 몸도, 이름도, 네 것이 아닌 것처럼. 산타의 조건 없는 애정이, 네 것이 아닌 것처럼.

소녀는 더는 이름으로 불리지 않았다. 소녀의 곁에 있는 남자는 소녀를 그저 ‘아이야’라 다정히 불러주었다. 이름도, 자리도, 타인에게 빼앗긴 소녀는 그 동정 어린 다정함에 위로받지 못했다.

길을 잃었을 뿐이라면 묻고 물어서라도, 걷고 걸어서라도 집을 찾아갔겠지만, 돌아갈 곳을 잃은 소녀는 나아갈 방향조차 찾지 못해 우두커니 정지해있었다. 사랑했던 것들이 떠나버린, 모든 것이 멈춰버린 시간 속에서.

‘준’은 성장했고, 산타가 그런 ‘준’에게 애정을 쏟아붓는 것을 가만히 지켜만 보았다. 지켜보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연못으로 빨려 들어갈 것처럼 상체를 숙이는 소녀의 어깨에 큰 손이 살포시 얹혔다.

“물속으로 완전히 들어가지는 말렴.”

남자가 부드럽게 소녀를 제지하며 손끝으로 연못의 수면을 건드렸다. 소년과 소녀의 모습이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소녀는 텅 비어버린 연못을 잠시간 응시하다 남자를 올려다보았다. 하얀 로브 밑의 짙은 금발과 순한 푸른 눈, 그의 손등에서 빛나는 화려한 문양은 여느 책에 나오는 천사를 연상케 했다. 소녀는 천사에게 간곡히 청했다.

“저 물속이 아니라면, 어디로 가야 나는 내 자리로 돌아갈 수 있나요?”

남자는 답하는 대신 서글프게 미소 지었다.

* * *

연못을 통해 비치는 풍경에 화려한 장식이 보이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옷차림은 겨울로 접어든 지 한참이었다. 소녀는 자신의 하얀 원피스를 만지작거리다 옆에 개켜둔 검은 로브를 뒤집어썼다. 소녀와 남자가 머무는 곳은 늘 적정온도여서 추위를 느낄 리 없었음에도.

짤랑거리는 벨 소리, 기부금을 모으는 자원봉사자의 목소리, 그 뒤로 배경처럼 깔리는 잔잔한 캐럴까지. 소녀는 무릎을 껴안고 파동 없는 물결을 바라보았다.

“슬슬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는구나.”

어느새 하얀 로브의 남자가 곁에 다가와, 연못을 같이 들여다보고 있었다. 소녀는 답하지 않았기에 잠시 침묵이 둘 사이로 내려앉았다. 남자의 시선이 한 가게의 트리 위에 별을 장식하는 직원에게 머물렀다.

“우리도 장식할 수 있으면 좋았을 텐데, 여기 있는 건 스노드롭과 기억나비밖에 없구나. 좀 아쉽니?”

“…필요 없어요.”

소녀의 쌀쌀맞은 대답에도 남자는 개의치 않고 웃음 지었다. 도리어 소녀를 이해한다는 따스한 눈빛에, 소녀는 괜히 잘못을 저지른 기분이 되어 고개를 돌렸다.

남자는 소녀가 이곳에 왔을 때부터 늘 다정하게 대해주었다. 남자의 처지에선 소녀를 불청객으로 여길 만도 했으나, 모진 소리 하나 없이 남자는 자신의 아이를 대하듯, 소녀를 보듬어주었다.

“정신이 드니, 아이야? 난 리오니스, 아카식 레코드의 가디언이란다.”

불시의 사고를 당해 영혼만 낯선 곳에 내동댕이쳐진 소녀에게, 남자는 친절하게 모든 것을 설명해주었다. 소녀의 타고난 능력에 대해서. 아카식 레코드라 불리는 공간에 오게 된 계기에 대해서. 이곳에서 처음 본 이방인이, 소녀가 돌아갈 몸을 빼앗은 사실에 대해서. 그렇게, 돌아갈 곳을 잃은 소녀를 만난 자신에 대해서.

처음에 소녀는 믿지 않았다. 남자에게 화를 내며, 자신을 당장 집으로 돌려보내라 목이 쉬도록 소리 질렀다. 하얀 꽃과 나비, 남자와 소녀만 남은, 출구 없는 저택에서 소녀의 절망이 허무하게 메아리쳤다.

시간이 흘러 소녀의 희망이 사그라듦과 동시에 남자를 향한 분노 또한 꺼져갔다. 정확하게는, 방향을 잘못 잡은 분노가 연못을 통해 명확한 얼굴을 띄게 되었다. 소녀는 시간 대부분을 연못에서 보내며, 자신의 얼굴을 가진 또 다른 소녀를 지켜보았다.

연갈색 머리카락에서 숨겨진 빛바랜 검은 머리칼을, 밝은 녹색 눈 뒤에 분명히 존재할 건조한 회색 눈동자를 보려 노력했다. 순수하던 얼굴에 잠긴 광기를 탐색했다. 자신의 자리를 훔친 도둑의 흔적을 필사적으로 찾았다.

결코 인정할 수 없었다. 자신만큼은, 저 무자비한 강도를 절대 ‘준 이엘’로 인정할 수 없었다.

소녀는 고독 속에 분노를 곱씹었다. 그 태도가 남자를 대함에 의도치 않게 묻어나왔음에도, 남자는 한 번도 소녀를 나무라지 않았다. 그 끝 없는 친절을 받으며 소녀는 죄책감에 더 움츠러들었다. 남자는 그런 소녀를 이해하기라도 하듯, 적정거리를 유지하며 곁을 지켜주었다. 소녀가 고독함에 홀로 남지 않도록.

* * *

남자가 소녀를 홀로 두겠다 예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잠시 자리를 비우게 될 텐데, 혹시 내가 필요한 일이 생기거든 기억나비를 보내서 부르렴.”

저번에 가르쳐준 방법은 기억하고 있니? 소녀는 그를 찾을 일이 없을 거라 생각했지만,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남자는 소녀의 표정을 살펴보다 마주 고개를 끄덕이고 미소를 띠었다.

“그럼 다녀오마. 하루 이틀 이상 걸리지 않을 거란다.”

그렇게 소녀는 처음으로, 시간이 흐르지 않는 저택에 혼자 남겨졌다. 기억나비는 어둠으로 흩어진 지 오래되었고, 바람 없는 곳에 이따금 피어나는 하얀 스노드롭만이 소녀의 동무로 남았다.

연못이 있는 넓은 꽃밭의 방에서 나와, 소녀는 정처 없이 저택을 떠돌았다. 가끔 발치를 스치는 꽃을 따고 싶은 충동이 들었지만, 소녀는 그 꽃에 담긴 게 타인의 기억이라는 것을 알았기에 손대지 않았다. 소녀는 본인의 기억과 감정을 감당하는 것도 충분히 벅찼다.

남자는 이곳을 아카식 레코드라 불렀다. 세상 모든 기록이 존재하는 곳. 세상 모든 기억이 모여드는 곳. 떠날 기약 없이 머무르며 소녀는 이제 그 의미를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세상 모든 시간이 엉켜 들기에, 이곳만은 시간의 제어에서 벗어난 곳. 배고프지도, 졸리지도, 춥지도 덥지도 않았다. 낮도 밤도, 계절도 없었다. 자신의 목소리 외에, 그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자신이 살아있는지, 죽었는지도 불분명했다. 시간의 무덤 속에, 소녀는 홀로 남아있었다.

소녀는 덜컥 두려워졌다. 남자가 종종 자신에게 말을 걸어올 때면 혼자 있고 싶다는 생각도 들긴 했지만, 정말 혼자라는 것을 자각하니 이 부자연스러운 고요가 무서워졌다.

쓰라린 아픔과 상실을 겪은 소녀는 어른스러웠다. 그래도 소녀는 고작 6살이었다.

남자가 떠난 지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약속한 하루가 지났을까? 그가 돌아오기까지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할까? 시간을 알게 된다 한들, 시계 하나 없는 이곳에서 그 물음에 의미가 있을까?

…그저 무섭다는 대단치 않은 이유만으로, 그에게 기억나비를 보내는 것이 허락될까?

소녀는 텅 빈 복도에 주저앉아 얼굴을 무릎에 묻었다. 가슴이 아려왔지만, 이상하게 눈물은 나오지 않았다. 이곳에 갇힌 직후, 너무 많은 눈물을 낭비한 까닭이었을까. 잘게 떨리는 호흡을 품속으로 감추며, 소녀는 저택 한구석에서 기다렸다. 기다리고 기다렸다. 이 저택의 풍경이 되어, 어디부터가 자신인지 구분하기 힘들어질 때까지, 소녀는 정처 없이 기다렸다.

부드러운 손길이 머리 위에 닿았다. 로브 때문에 온기가 제대로 느껴질 리 없었음에도, 그 손이 따듯하다 느껴졌다. 소녀는 고개를 들었다. 푸른 눈이 자신을 보며 웃고 있었다. 많이 기다렸니? 다정한 물음에 소녀는 목이 메어 대답할 수 없었다. 그저 시선을 떨구고, 작은 두 손을 뻗어 그의 옷자락을 움켜쥐었다. 그것만으로 충분한 답이었다.

“저런, 서둘렀는데도 생각보다 지체된 모양이구나. 이곳에 머무는 자가 세계에 간섭하는 데엔 시간이 걸리다 보니 말이다. 그래도 기다림이 가치가 있었다고, 네가 그리 생각했으면 좋겠구나.”

남자의 말과 함께 손이 머리 위에서 멀어지자 소녀는 다시 눈을 들었다. 눈앞에 빛이 어렸다. 착각이었을지라도, 눈부신 빛이었다.

“자, 받거라, 아이야. 본래 이만한 간섭은 금기이지만, 크리스마스 만큼엔 이렇게 쓸쓸함을 달래는 것도 용서되지 않겠니.”

소녀의 손안에 보드라운 인형이 쥐어졌다. 세월의 흔적이 약간 닳은, 하얀 강아지 인형의 유리 눈이 소녀의 모습을 비추고 있었다. 앳된 얼굴, 밝은 갈색의 단발머리, 연하고 외로운 녹색 눈을.

소녀는 인형에 얼굴을 묻었다. 보드라운 감촉 사이에 겨울과 크리스마스의 냄새가 배어있었다.

‘릴리.’ 인형에게 작게 소곤거리는 목소리는 소녀에게도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릴리.’

내 이름은 잃었지만, 네 이름만큼은 지켜줄 수 있어서 다행이야. 내 모든 것을 다 잃었어도, 너만큼은 되찾은 게, 너무나도 기뻐.

조용한 인기척에 소녀는 젖어오는 눈을 인형에서 뗐다. 남자가 한쪽 무릎을 꿇고 소녀와 시선을 맞춰왔다. 다정한 얼굴에 작은 미소가 떠올랐다.

“메리 크리스마스. 오늘만큼은 너에게도 행복한 날이 되기를 바란단다, 아이야.”

“…고마워요. 메리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트리도, 경쾌한 캐럴도, 마시멜로를 띄운 핫초코도 없었지만, 소녀에겐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소녀의 손에 들린 것은 그 무엇보다 값진 선물이었다.

하얀 꽃이 피고 지지 않는 곳에 발을 들인 이후로, 소녀는 처음으로 희미하게 웃었다.

* * *

새로운 밀레니아가 밝아오는 크리스마스. 그 누구도 찾아오지 않는, 시간의 굴레에서 벗어난 곳. 그러나 아무도 없어선 안 되기에, 외로운 수호자가 머무는 곳. 환상몽에서 피어난 향기 없는 꽃이 고독하게 흔들리는 곳.

길을 잃은 소녀의 표정은 검은 로브 아래 숨겨져 보이지 않았다. 그저 작은 손만 보드랍고 해진 인형을 끌어안을 뿐이었다.

소녀는 속삭였다. 릴리, 난 울지 않아. 울지 않고 기다리고 있을 거야. 다시금 산타가 나를 데리러 올, 그날까지.

다시금, 내가 그 든든한 손을 붙잡고, 집으로 갈 수 있는 날이 올 때까지.


Written 20-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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