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

학습된 안타까움

ㅡ 부모님을 간절하게 찾고 있어요. 제가 여섯 살이 되었을 때부터 떨어져 지냈는데… …

그럼 잊어버리고 살아도 되지 않나? 일은 무감한 낯으로 티비 화면을 보았다. 자신의 사연을 늘어놓는 이의 표정이 슬프고 애틋해 보였다. 보통의 인간은 저런 상황에서 슬픔을 느끼는구나. 머릿속으로 받아들였으나 이해하지는 못했다. 당연하게도 그는 자신의 부모님을 알지 못했다. 그들을 찾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라고는 한 번도 없다. 그들이 어딘가에 살아 있다면 아마 자신을 낳았다는 사실조차 잊었으리라. 뱀의 자식이라면 당연한 이치였다. 일련의 생각을 흘려보내며 그는 당신의 옆얼굴을 보았다. 당신은 방송에 몰두한 채 말했다.

"… 안타까운 일이에요. 찾을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일은 그제서야 눈을 한 번 깜빡거렸다. 본디 뱀이기 때문에 그는 눈을 깜빡거릴 필요가 없다. 그럼에도 늘 일부러 그렇게 했다. 당신을 닮고 싶었던 탓이다.   당신이 그렇게 말했기 때문에 나는 그들의 사연이 딱한 줄을 알게 된다. 인간의 자식이라면 당연하게 공유하는 정서를 알게 된다. 당신과 함께 지내며 나는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답해야 하는지 알았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당신과 같은 감정을 느끼지는 못해도, 당신에게 공감할 수는 있으니까. 그는 이내 당신의 손을 가볍게 잡았다. 당신이 어깨에 기대 오는 게 느껴졌다. 눈이 마주치면 그는 또다시 눈을 깜빡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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