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

빛나는 사람

“배우는 할 만 한가요?”

갑자기? 수아는 별 말을 하지 않았으나 꼭 그렇게 묻는 것 같았다. 그는 별다른 말을 얹지 않은 채 타오르는 모닥불에 눈길을 주었다. 타닥타닥 나무 타들어가는 소리가 퍼지는 온기만큼 부드러웠다. 그는 괜히 나뭇가지로 모닥불을 이리저리 쑤시며 심술을 부렸다. 그러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자신 안에서 피어오르는 불꽃은 단 한 번도 누군가를 따뜻하게 만든 적 없던 탓이다.

이유도 설명하지 않은 채 꽁해 있으면 옆 사람이 눈치 보일 것을 안다. 어렸을 때부터 사회생활을 얼마나 해 왔는데, 그런 상식을 모를 리 없다. 슬쩍 눈치를 보면 수아는 생각에 골몰해 있었다. 자신의 질문을 예상보다 진지하게 고민해 주는 모양이었다. 참 매사에 열심이다. 이제 막 제법 굵직한 역할을 맡기 시작했다 했었나. 초보일 땐 무엇이든 쉽게 주워넘기기 마련이라, 선배들이 잘 이끌어 주어야 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괜찮은 스승이라 생각지 않았다. 한참 무언가 생각하던 수아는 마침내 고개를 들고 입을 열었다. 눈에 불꽃이 비쳐 어른거렸다.

”그럼요. 아니, 할 만 하다는 표현으로는 부족해요.”

” …….”

”저에게 부여된 역할이 소중하고 저에게 주어진 기회가 소중해요. 그래서 무엇이든 잘 해내고 싶어요. ‘잘’ 해내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열심히’ 하고 있어요. 열정을 쏟는 일은 언제나 즐겁고요. 답변이 되었을까요?”

교과서 같은 답변이군요. 그는 담담하게 응수했다. 비꼬는 투는 아니었다. 오히려 일말의 부러움이 스며 있었다. 그 미묘한 어투를 알아챘는지 모르겠다, 수아의 눈에는 여전히 불꽃이 담겨 있다. 원체 그것을 닮은 색을 띠었기도 했다. 저 눈을 보면 무엇이든 열심히 하고 싶어진다. 다른 사람들도 크게 다르지 않은지, 수아에 대한 주위의 평가는 늘 좋은 편이었다. 그래서 더 거리를 두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비교되니까, 빛나는 사람의 곁에 서면.

그의 안에서 타는 불꽃이란 추악한 질투 뿐이고, 그마저도 느릿느릿 꺼져 가고 있다. 태울 게 없으니까. 그 눈을 바라보기 어려워 그는 바닥에 낙서를 하는 척 고개를 숙였다. 그런 와중에도 한 마디 덧붙이는 말이 있다.

”나는 지루하던데. 가끔요. … 사실은 좀 자주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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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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