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연성

[중구선우] 이렇게

부부의 세계 지선우와 신세계 이중구 크로스 오버. 퇴고 안 함. 짧음!

* 신세계 본지 오래됨. 부부의 세계도 아직 다 못 봄.

* 그렇지만 중구선우 너무 맛있지 않나요. 크오계 헤테로깡패 중구(얘는 찐으로 깡패)선우

선우는 잠시 생각했다. 그리고 말했다.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요?”

그에 남자는 입을 닫고 말을 않다가 문득 떠오른 듯이 대꾸했다.

“이럴 운명이었던 거지.

 

*

 

여느 때 같은 저녁이었다. 태오의 외도를 목격하고, 모두가 자신을 속이고 있었다는 걸 알고, 충격을 받고. 마음속에는 비가 주륵주륵 내려도 정작 날씨는 쾌청했다. 준영이 태오와 야구 캠프를 갔을 때, 선우는 일을 마치고 충동적으로 고산과 다른 시의 경계에 위치한 바에 갔다. 거기까지는 가야 뒷말이 없을 것 같았다. 

고산은 곳곳에 입이 있었다. 혼자 처량맞게 술을 마신다고 하면 말이 나올 게 분명했다. 부를 사람도 딱히 없었다. 무엇을 주문했는지도 기억 못했다. 앞에 놓인 온더락잔을 물끄러미 보다가 잔을 손으로 훑어보고 입을 대고 홀짝홀짝 마시기 시작했다. 누군가 쳐다보는 듯 목덜미가 따끔한 기분이 들었다. 선우는 목덜미를 쓸어내리며 ‘누가 또 나를 깎아내리려 그러는가’라는 생각을 했다. 고개도 틀지 않고 일어나 자리를 뜨려 할 때에 잘 닦인 반들한 가죽구두가 눈에 들어왔다. 선우는 눈을 천천히 올렸다. 질 좋은 것은 분명하나 촌스러운 은색 정장 바지, 마찬가지로 촌스러운 검은 가죽 벨트, 촌스러운 은색 조끼, 은색 자켓, 줄무니가 있는 셔츠, 반질한 천으로 된 조악한 무늬의 넥타이. 아, 선우는 속으로 작게 신음을 흘렸다. 고개를 들어 본 얼굴은 무표정했지만 눈이 마주치자 그 남자는 비틀린 웃음을 지었다.

“무슨 일이시죠.”

선우가 지친 눈을 감고 머리를 쓸어 정리했다. 눈을 뜨며 앞의 남자에게 물었다. 남자의 조끼는 흉통을 딱 맞게 감싸고 있어서 그가 숨을 내쉬는 모습이 훤히 보였다. 가파르게 한 번 부풀었다 꺼진 가슴에 선우는 잠시 눈을 주었다가 그를 쳐다보았다. 남자의 입이 열렸다.

“슬퍼보이는 미인의 모습이 너무 안타까워서. 골드문 이사 이중구요. 자리 옮겨서 한 잔 하시겠수?”

남자는, 중구는 명함을 건네며 씨익 이를 드러내고 웃었다. 선우는 중구의 딱정벌레의 반들한 껍데기 같은 눈을 쳐다보았다가 들이밀어진 명함도 한 번 보았다. 드러내는 바가 지나치게 솔직했다. 느물거리는 말씨나 의자를 빼주는 촌스러운 매너가 조금 우스웠지만 나쁘지 않았다. 그뿐이었다. 그뿐이었는데.

 

*

 

덩치 큰 사내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침대 발치에 등을 돌리고 앉아 있었다. 너른 등에는 알지 못할 흉터들 위로 손톱자국이 새로 그어져 있었다. 중구는 물을 꿀꺽꿀꺽 마시고 생수병을 와락 구겼다. 몸을 일으켜 생수병을 하나 더 꺼내고는 침대 헤드에 기댄 선우에게 다가와 건넸다. 선우는 의식적으로 그의 가랑이 사이를 보지 않으려 애썼다. 중구는 그런 선우를 알아채고는 킬킬 웃으며 가운을 걸쳤다. 선우는 생수병을 받아들고 가만히 무언가를 생각하듯 앉아있었다. 중구는 들어오며 아무렇게나 던져두었던 소파 위의 자켓에서 담배를 꺼내 물었다. 허락을 받는 듯이 눈짓하는 중구에게서 선우는 눈을 돌렸다. 중구가 담배를 한 모금 빨아들였다. 다시 고개를 돌려 패이는 볼이나 좁혀지는 미간을 관찰하던 선우는 중구와 눈이 마주쳤고 중구는 그런 선우에게 닿지 않게 옆으로 담배연기를 뱉으며 하겠냐고 물었다. 선우는 옆으로 퍼지는 담배연기를 보며 어차피 연기로 자욱해지는 건 똑같은데 같잖은 배려라고 생각했고 간결히 대답했다.

“전 그런 거 안 해요.”

선우가 단정하고 단호한 목소리로 거절하자 중구는 어깨를 으쓱였다.

“시가렛 애프터 섹스 몰라? 재미없게 사시네, 지선생.”

중구가 촌스럽게 발음하는 영어를 들은 선우는 속으로 조금 웃었다. 그러다 문득 ‘재미가 없어서 그랬나.’ 다시 퍼져나가는 자책을 눈치 챈 듯이 가운이 불쑥 앞에 들이밀어졌다. 중구는 가운을 내밀며 담배에 뭉개지는 발음으로 말했다.

“씻고 와. 허튼 생각 말고.”

조심성 없이 성큼성큼 걸어와 하는 말은 선우의 생각보다 다정했다. 선우의 몸을 덮고 있었던 이불이 살을 스치고 아래로 떨어졌다. 선우는 시선을 피해 뒤로 돌아 가운을 걸쳤다. 중구는 가운 안으로 감춰지는 굴곡을 눈으로 핥으며 입맛을 다셨다. 선우는 짙어지면 짙어졌지 사그라들지 않는 시선이 느껴졌다. 가운을 꼭 여미고 화장실로 향하는 선우를 보며 중구는 이미 다 본 사이에 내외한다며 장난스럽게 말을 던졌다. 선우의 볼이 달아오르는 것을 확인한 중구가 만족스레 웃으며 소파에 몸을 묻었다.

중구는 아닌 체하며 제게 가끔은 기꺼이 휘둘려주는 선우가 아주 마음에 들었다. 줄에 묶인 개 신세라지만 먼저 반한 사람이 지는 거라는데 어쩔 수 없지. 중구는 천천히 선우를 제게 데려올 계획을 세웠다. 가능한 선우의 마음에도 드는 계획이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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