異父兄弟
어느 때와 같은 일상은 즐겁기만 하다
적당히 더워지는 6월 중반. 신문배달부가 나눠준 신문은 햇빛 열을 받아 뜨거웠다. 내가 받아든 신문을 발행한 프로인트 신문사는 총 9면의 신문지를 발행했다. 흑백사진이 담긴 15개의 기사들, 그리고 새로 나온 제품들을 광고하는 광고문 7개. 내가 제일 좋아하는 부분이라하면 15개의 기사들 중에서 1면에 실리는 3개의 기사들이었다. 기자들은 중요한 사건들은 2면이나 3면에 두지 않으니.
신문을 받아든 난 의자에 앉았다. 그리곤 아침에 받아든 신문을 보았다. 그러다 내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건 1면에 떡하니 박혀있는 남자의 모습이었다. 검은 머리를 지닌 남자. 특이한 점은 안쪽 머리가 하얀색이었다. 흑백인 탓에 실제로는 하얀색이 아니겠지. 그리고 눈 한쪽엔 검은 안대를 끼고, 잘 다려진 검은색 제복을 입었다. 가슴팍에는 훈장 비슷한 것들이.. 아니. 훈장. 그래. 그런 훈장들이 여럿 달렸다. 전쟁에서 여러 공이라도 세운 것처럼. ..그런데, 그런 남자는 어림잡아도 저와 동갑내기일 거같은 젊은이였다. 이런 젊은이가 신문 1면에 실렸다는건…
“ … ”
그 남자가 누군지 궁금해하는듯 신문 1면을 빤히 바라보는 내 행동에, 자신도 궁금해졌는지 길게 기른 머리를 가벼이 묶곤, 뒤에는 리본으로 장식한 작은 이부동생은 제 신문쪽으로 얼굴을 들이밀며 사진 속에 있는 남자를 유심히 보다 소리쳤다.
“ ▀▀▀▀ 준장이잖아! ”
“ 준장? ”
“ 몰랐어? 꽤 유명한데? ”
그러고선 제 의자에 얼굴 올려둔 이부동생은 말 이어갔다.
“ %[*%연대 중에서도 장난아닌 놈이라고 소문 자자하던데. 최연소래, 최연소. ”
최연소라는 말을 듣자, 저 남자가 왜 신문 1면에 실렸는지 감은 왔다. 그러다, 뒤늦게 헤드라인에 관심이 가 그것을 천천히 읽어내었다. ‘ ▀▀▀ 준장, 소장 계급으로 진급 예정 되어.. “
“ … ”
그 헤드라인을 읽자 잠시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군인들이 부족한건지 아니면 저 이가 정말로 대단한건지, 내가 알겨를은 없다. 하지만 예상 가는거라곤 전자가 맞을 것이다. 일반적인… 케이스라면. 정말 저 이가 엿먹을 정도로 대단한 천재라면 후자겠지. 뭐.. 어떻게 생각하든 내 인생에 큰 영향은 없겠지만. 난 다른 군대들만 신경 쓰면 그만..
“ 왜 그 연대에 대한 얘기가 없지? ”
매달 그들이 올리는 기사들 중에 그 연대에 대한 기사는 꼭 올라오는게 규칙이었는지 항상 1면이나 2면에 위치했었다. 그중에서도.. 1면의 2번째나 3번째 기사들 중에 하나였던 적이 많았었다. 그런데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사들이 신문에 안 실렸다는건 뭔가 매우 이상했다. 갑자기 그들이 연대를 다른 지역으로 이동했다는 기사도 없었는데. 만약 있었다면 신문 첫번째 기사로 나왔겠지.
“ 이상하네. ”
내가 가벼이 흘린 중얼거림에 작은 이부동생은 예쁘게 말아준 머리카락을 한 손가락으로 꼬았다. 그러다 소파에 풀썩, 하는 소리가 날 정도로 세게 앉았다. 그러니 그녀의 드레스에 달린 흰색 레이스가 구겨지는건 당연지사였다.
“ …! 어, 어떡해, 레이스 구겨졌네.. ”
“ 당연한거지. (이부동생( 크리스티나) 에게 웃음 흘린다.) 이따가 다시 피면 되지. ”
“ 그런가… ”
그러곤 발을 앞뒤로 교차하면서 흔들며, 과일 주스가 담긴 컵을 두손으로 들곤 마시는 이부동생을 보며 나도 홍차를 가벼이 들이켰다. 이번에 크리스티나가 9살. 아니.. 10살은 됐으려나. 저랑 열댓살은 차이나는 어린 동생이었다. 이리 어린 시선으로 크리스티나를 바라보면 가끔 난 다 컸다며 소리 치는 모습을 보는게 그리 즐거울 수가 없었다. 내 눈엔 참 작아보이는 동생인데.
“ 요새 군인이 좀 좋은 거같아. 용맹하고.. 군복이 멋지고.. 또.. ”
“ 남자답지. 그래. 나도 알아, (웃음.) 그렇다고.. 이 신문에 실린 군인 같은 사람은 별로 없으니까 얼른 환상은 접는게 좋을거야.. 크릿. ”
“ 나도 알아 언니. 그런 남자 안 흔한 거. ”
내 말이 현실을 와닿게했는지 크리스티나는 입술을 삐쭉 내밀었다. 그 모습이 눈에 들아오자 난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고.
전부터 크리스티나는 이상한 곳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계기는 7살쯤 마차를 차고 지나다닐때 창밖으로 보인.. 말을 타고 가는 군인들 때문이었다. 그때 햇빛이 소름끼칠 정도로 지나가는 잘생긴 군인에게 조명처럼 비춰지자, 그때부터 크리스티나는 군인들에게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때 나도 그 마차에 타고 있었는데.. 그땐 난 그 군인의 얼굴보단 그 이가 입고 있던 군복이나 머리색.. 그리고 날개에 더 눈에 갔었다. 붉게 빛나는 붉은색 장발에 투명한 날개를 가지고 있던거라면 잠자리였을까… 거기다 푸른색 군복을 입고 있던거라면 다른쪽에 있는 군인이었을거다. 우리쪽 군인은 그런 맑은 푸른색 군복을 입히진 않으니까. 난 그런 복잡한 생각이나 하고 있을 즈음엔 내 동생은 단순히 ‘ 저 군인들 정말 멋지다 ’ 라는 생각만 했을게 분명했다. 7살이니 당연한 말이겠지만.
“ 난 크면 중장님 같은 분이랑 결혼할거야~ ”
잠시 깊은 생각에 벗어나도록 충격을 준 그녀의 말이 들려오자, 제 손을 맞잡고 눈을 감는 사랑스러운 동생의 행동을 보았다. 그 모습이 퍽 웃음을 자아내게 하였다. 군인이 뭐가 그리 좋은지는 나도 모른다. 뭐.. 크릿이 좋다면야 난 상관은 없지만 말이다.
“ 난 네가 왜 그렇게 군인을 좋아하는지 모르겠어. 그 사람들은 그냥.. 전쟁에 나가는 사람들일 뿐이잖아? ”
군복이 좋다면 내가 구해다 줄 수도 있는데.. 라는 말을 내뱉자 내 앞에 있는 9살의 작은 소녀는 화를 버럭 내며 말했다.
“ 군복이 좋은게 아냐! 그냥.. 군인은 멋있잖아, 그거 뿐이라고! ”
“ 그래, 그래.. 알았어. (웃음.) ”
만약 이 장면을 디트리히, 그 놈이 봤다면 소리지르면서 절대 안돼, 라며 반대할 상황이 저절로 머리속에 그려지고 있었다. 그 애는 군인 비슷한 일을 하고 군인 비슷한 이들과 같이 일하니까.
- 2 편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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