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환일기 자잘한 주절거림

상호종수병찬

페일 펜슬 by 페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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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후일담 물었는데 간단한 후일담만 올리긴 그러니 짜두긴 했지만 굳이 말 할 필요 없어서 + 능력 부족으로 표현하지 못했던 자잘한 설정들도 함께 주절거려봅니다.

기상호는 진짜 평범한 삶을 살아왔기에 딱히 특이점이 없습니다.

다만 센터에 입소했을 시 가족들 말고는 말을 하지 않아 다들 어디 유학이라도 다녀온 줄 알았다고 하네요. 그마저도 엄청 친한 친구들 외엔 연락도 안 해서 지인들 대부분은 이 시기에 끊어졌습니다.

최종수가 센터에 입소한 것은 4살 부터입니다. 보통의 센티넬은 거진 중~고등학교 사이에 각성을 하는데 최종수는 굉장히 이른 나이에 각성을 했습니다. 그것도 굉장히 위험한 상태로….

최종수의 능력은 흐름을 만들어내는 것인데 이 흐름은 바람과 비슷한 느낌으로 초기에는 이걸 도저히 제어하지 못했습니다. 각성한 첫날에 자신이 있었던 유치원 주변을 폐허로 만들었고 강제로 기절시켜 제압한 뒤에는 일어날 때마다 주변을 초토화 시키기를 반복했습니다.

그 탓에 최종수는 10살이 가까울 때까지 거진 각종 약물로 희미한 정신을 유지했습니다.

그렇게 최종수가 10살일 때 12살의 박병찬이 각성을 했습니다. 눈에 안 띄는 능력이긴 했지만 병찬은 자신의 능력을 신기하게 생각해 다른 애들에게도 자랑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소문이 났고 병찬은 센티넬로 등록하게 됩니다. 그리고 능력이 무엇인지 확인한 센터는 병찬을 종수가 있는 쪽으로 데려옵니다.

사실 센터 쪽에서도 종수의 능력을 제대로 다루기 위해 많은 수를 써봤습니다. 능력 제어를 가르쳐주려고도 해봤고 무효화 능력자나 병찬이처럼 남의 능력에 간섭할 수 있는 능력자들을 불러보기도 했지만 모두가 종수의 능력을 감당하지 못해 결국 최악의 수를 유지했습니다.

병찬이에게는 그저 능력을 다루기 어려운 어린애가 있다. 정도로만 알려줬고 여차하면 다시 종수를 기절시킬 준비를 마친 상태에서 둘은 마주합니다.

병찬이의 입장에서도 종수의 능력은 처음 다뤄보는 거대한 힘이었지만 그래도 얼추 다뤄낼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종수의 능력을 성공적으로 갈무리 시킨 병찬이는 어린 종수에게 가까이 다가갔고 종수는 주저앉은 채로 병찬이를 가만히 올려다보았습니다. 그리고는 먼저 다가가 병찬이에게 매달렸습니다.

이제까지 제정신으로 살지도 못하고 눈을 뜰 때마다 혼자, 이어 곧 기절해 시간감각이 죄다 망가져버린 종수는 자신이 어째서 이런 상태인지 알고 있었으며 그 원인을 성공적으로 다루는 병찬이를 보면서 이제 이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직감했기 때문에….

종수의 직감은 틀리지 않았으나 문제라면 종수는 아직 미숙했기 때문에 병찬이의 옆에 항상 붙어있었어야 했고? 그 때의 센터의 체계는 지금처럼 어느정도 정리된 게 아니라 센티넬이면 대충 잡아와서 국가에 의해 일을 하도록 강요받는 상태였습니다. 아직 인권 관련한 문제들도 많이 남아있어서 센티넬 쪽에게도 선택권이 있었고요.

그렇게 센터 쪽에선 병찬이에게 아예 학교를 그만두고 센터에 입소하라고 강요를 하게 됩니다. 그러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요. 병찬이는 조금 겁을 먹었지만 그럼에도 저항하려고 했습니다. 하지 못했던 이유는 종수 때문입니다.

만약 병찬이가 센터에 입소하는 걸 거부하고 나가면 종수는 다시 약물에 절여져서 살아가야할 것이라는 점을 일부러 알려줍니다. 병찬이에게는 부모에게 버림 받았다고 부러 거짓말을 말하기도 했습니다. 다시 말해 종수를 도와줄 수 있는 건 오직 병찬이 뿐이라는 거죠.

사실 종수의 첫 각성일 날 주변에 끼친 가공할만한 피해 탓에 부모님은 종수를 센터에 완전히 넘겼습니다. 버린 게 아니라, 자신들이 데리고 있는다고 해서 해결법이 없었기 때문에…. 정부에서는 종수를 죽이지 않고 최대한 안전하게 가르치겠다 약속한 상태였고 부모님들은 그 말을 믿고 애를 맡겼는데 얘들은 말을 유리하게 써먹은 겁니다.

여기서 병찬이가 종수를 버리고 도망간다 해도 병찬이는 딱히 잘못은 없지만…. 이미 자기 앞에서 살려달라고 매달리는 어린 아이를 본 병찬이는 거절할 수 없었고 결국 병찬이는 센터에 입소합니다. 그렇게 센터에선 병찬이랑 종수를 국가 소속으로 귀속시키고 어차피 힘이 센 녀석들이 아는 게 많아봤자 쓸모없으므로 기초 상식 외에는 가르치는 것 없이 거의 전투 관련한 지식들만 습득 시켰습니다.

나중에 종수가 병찬의 인도로 어느정도 능력을 다루게 된 뒤로는 병찬이와 붙어있을 필요가 없었지만 둘은 그냥 효율 문제를 따지며 같이 다녔습니다. 종수가 병찬이에게 의존하는 것도 있고 병찬이도 종수 말고는 딱히 신뢰할 수 없어서 그랬습니다.

나중에 전말을 모두 알게 된 종수는 이후 병찬이에게 엄청 큰 마음의 짐이 생겼습니다.

사실 둘은 처음에 상호를 마주하고 상호를 센터에 들여보낼 생각을 했습니다. 서로를 위해서요. 하지만 상호랑 같이 놀면서 이런 사람을 여기다가 부르는 건 안 될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종수는 병찬이같은 사람을 또 만들 수 없었고 병찬이는 자기같은 사람을 만들고 싶지 않았으니까요. 하지만 결국 병찬이가 죽을 위험에 처했을 땐 상호를 찾아갔죠. 병찬이는 그 일로 종수에게 엄청 화를 냈지만 사실 자신 또한 종수가 죽을 것 같다면 상호를 찾아갔을 걸 알아서 오래 화내지는 못했어요. 상호를 아끼긴 했지만 누군가 죽는 건 다른 문제니까요.

여튼 자신들 때문에 들어온 상호를 보며 최대한 덜 마모 시키려고 노력했지만 센터에서 그게 될리가요. 게다가 병찬이와 종수는 은근 자신의 것이라 생각한 것에는 소유욕이 강했는데 이제까지 그 카테고리에 들어간 것은 서로 뿐이었지만 이젠 상호도 들어가서, 주변 사람들에게 가이딩을 해주는 상호를 보며 전전긍긍하게 됩니다.

솔직히 병찬이는 살아오면서 종수를 꽤 많이 원망했거든요. 종수는 그걸 알았고요. 그럼에도 의지할 건 둘 뿐이니 결국 체념 어린 용서를 했지만 상호가 자신들에게 그런 감정을 느끼는 건 너무 무서울 것 같아서 눈치를 보게 됩니다.

결국 상호를 내보낸 뒤 둘은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했지만…. 다른 문제점이 생깁니다. 뭐냐면, 둘은 생각보다 상호를 더욱 아끼게 되었기 때문에 그리움에 허덕여요. 상호가 나가서 행복하게 지내면 그걸로 괜찮을 줄 알았는데 아니었던 거예요.

너무 오랜만에 생긴, 소중한 사람이라 둘은 한동안 힘들어했고 한계에 다다른 병찬이는 결국 무너집니다. 종수가 그러지 않았던 건 살아온 상황이 달라서입니다. 병찬이는 평범한 삶을 알고 있었고 종수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 예전부터 제대로 된 삶을 살지 못했으므로 삶의 태도가 달랐습니다. 병찬이는 센터에 입소한 후로 매 삶이 인내와 고통의 연속이었고 종수는 그저 원래 이런 삶이었으니까요. 종수는 진작에 망가졌고 병찬이는 드디어 망가진 느낌이겠습니다.

그리고 종수는 그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병찬이가 더 이상 군인으로 활동할 수 없을 때 재빨리 바깥으로 보내버렸다네요. 바깥에는 상호가 있고 상호가 얼마나 마음이 여린지 잘 알고 있었으니까 둘이라도 행복하게 살길 바랐을 거예요.

여튼 이후에 셋은 외국가서 잘 삽니다. 돈은 많았으므로 (현물!) 적당히 바꿔서 살았고 어디서 적당히 신분도 새로 만들었을 것 같네요. 대충 한국계 미국인이라고 하지 않았을까…. 이름 뭘로 했을까요? 저는 개인적으로 유사 가족이니까 성 맞추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역시 다 성이 다를까나 싶기도 하네요. 근데 뭘? 할지는 딱히? 모르겟어요 저 이름 못 지음.

어디서 부자처럼 살진 않고 한적한 미국 시골 어드메에서 적당히 집짓고 살겠네요. 총은 안 사뒀을 것 같네요. 인간 흉기 두 명이 같이 사는데 뭐…. 근데 어느날 상호랑 종수가 장보러 가고 병찬이는 밭 돌보고 있었는데 전화가 와서 여기 지금 강도 왓는데 종수햄이 능력쓰면 다 부술 거 같아요 어케요? ㅠ 같은 연락와서 병찬이 기겁하면서 차 몰고 가는 거 생각나요.

사실 살면서 신분 탄로 나기도 하고 불법체류자로 얽히기도 할 것 같은데 잔머리와 돈, 여차하면 무력으로 어떻게 해결했다고 하네요.

셋 다 참 유용한 능력이고…. 힘든 사람들 마냥 외면은 못해서 본의 아니게 이런저런 사람들에게 빚 지워놓고 나중에 위험할 때 도움 받는 모습도 보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기상호. 도망다니는 미등록 센티넬하고 만나면 도와줄 거 같은데 가끔 너무 다가오면 병찬이랑 종수가 딱 차단해버릴 것 같다고 생각해요. 질투도 있긴 하지만 가이드라는 존재가 미등록 센티넬들에게 얼마나 귀한지 아니까 안전을 신경써서 그렇겠죠?

나중에 적당한 도시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것도 보고 싶단 생각이 듭니다. 셋이서도 즐겁지만 기본적으로 병찬이도 그렇고 상호 같은 경우에도 남과의 대화가 아주 단절되는 걸 원하지는 않을 것 같아서요. 종수는 둘만 있어도 ㅇㅋ지만 너희 둘도 행복해지는 게 좋지. 라는 마음으로 그냥 같이 운영할 것 같습니다. ㅎㅎ 미국판 심야식당.

식당 그것도 자급자족 하다보니 이런저런 음식을 터득하게 되어서 겸사겸사 열지 않을까요? 개인적으로 병찬이 중식, 종수 양식, 상호 한식 이러면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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