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RST
2편 존재
내가 오페라 보는 것을 좋아한다고 했던 적이 있는지 모르겠다. 매일 새로 나오는 오페라 극을 찾아보며 그 티켓을 사는걸 난 즐겼다. 박스석이라는.. 가문 대로 내려오는 좌석도 있었지만, 난 배우들이 더 잘 보이는 일반 좌석들 만큼 좋은게 없었다. 내가 사는 곳에서 10마일(16km)쯤 떨어진 라덴 극장. 그곳은 눈이 시릴 정도로 화려하고도 고귀한 분위기를 뽐내 귀족들도 많이 찾는다 이야기가 자자했다. 그리고 그곳엔 좋은 오페라가 많이 올라와, 난 항상 그곳에서 오페라를 즐기고 감상하였다.
여느때와 같이 연하늘색 리본이 달린, 챙이 넓은 모자를 챙겨쓰고 저택 홀로 나왔다. 위에 달린 푸른빛 샹들리에를 올려다보자 왠지 모를 자부심이 생겨났다. 경쾌한 발걸음으로 청소를 하거나, 집안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자신의 할일을 처리하는 사용인들을 지나치곤 저택 대문 앞에서 기다리는 마차 객실 안으로 몸을 올렸다. 그리곤 마차문이 닫히고 마차가 출발하는 소리, 그러니가 말이 소리를 내자 난 마차 객실 칸에 나있는 창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오늘따라 하늘에 구름이 많이 올라온 느낌이었다. 물론 그런 하늘도 충분히 아름답다고 생각해, 금새 하늘에 대한 생각을 잊어버리곤 드레스 주머니에서 회중시계를 꺼내었다. 오페라는 8시에 시작한다. 지금은 6시 7분이니… 이 속도로 가면 적당히 7시 반에나 도착할거다. 아마도. 그리 생각하곤 난 모자를 벗어 내 옆자리에 놓곤 가벼이 몸에 있는 힘을 약간 풀어 눕듯 좌석에 기대 앉았다. 그러곤 내가 챙겨온 오페라 티켓을 들어 그것을 보았다. 이번에 내가 볼 오페라는 카르멘이었다. 매혹적인 집시여인의 팜 파탈로 인해 벌어진 비극적인 이야기. 몇번을 또 보고 들어도 재미가 있었다. 그리고 난 그걸 동경한다. 왜. 누구나 매혹적이고 자유분방한 아름다운 여성을 동경하지 않는가. 마지막에 남자에게 죽는건 별로 좋지 않지만.. 저런 인생도 나름 살아보고 싶었다. 아버지나 어머니가 들으면 기절할 말이긴 하지만 말이다.
여러 잡생각을 하며 마차에 나있는 창 밖 풍경을 보자 어느새 그 극장에 도달하였다. 그것을 보자 순간 신이나 방방 뛰듯 신나는 발걸음으로 마차에서 폴짝, 하고 내렸다. 내 얼굴에 환하게 미소가 머금어진 걸 본 내 친구 같은 시녀는 이리 말하였다.
“ 그렇게 좋으실까.. ”
“ 응, 너무 재밌잖아. 질리지가 않는걸. ”
그 말을 마치곤 난 극장 안으로 발을 들였다. 안은 푸른빛이었다. 몽환적인 분위기를 내주기 위해 이렇게 극장을 만들었나보다, 하며 안으로 더 들어갔다. 극장에는 1번 홀, 2번 홀, 3번 홀까지 있었는데, 내가 이번에 볼 오페라는 라덴 극장의 메인홀이라고도 불리는 1번 홀에서 시작된다. 1번 홀로 발걸음을 옮기며 난 벽에 걸린 여러 그림들을 보았다. 아름다운 여성들과 인물이 훤칠한 남성들의 초상화부터 시작해서, 풍경화.. 사람들의 모습을 그려낸 인물화. 내가 그중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건, 붉은 머리를 지닌 여성의 초상화였다. 눈동자는 압생트색이었다. 눈두덩이는 깊게 들어갔으며 코가 오똑하고, 입술이 붉은.. 그런 얼굴이었다. 피부는 창백해 어딘가 시체같다는 느낌을 지우기가 힘들었다. 그녀는 드레스를 입고 있었는데, 마치 장미와 같은, 꼭 초상화의 주인공의 머리색과 같은 붉은 드레스를 입고있었는데, 진주가 여럿 장식 된게 눈에 보였다. 초상화의 주인공이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꼭 마음에 들었다. 만약 카르멘이 실제로 있었더라면.. 조금 더 건강한 저 사람처럼 생겼을 것이다.
그렇게 복도를 걷다 홀의 문 앞에 당도하였다. 푸른빛이 감도는 문을 열자 붉은 커튼이 처진 거대한 무대 앞에 여러 의자들이 놓여있는 게 보였다. 내가 앉아야할 객석 들 중 한개는 저 곳에 있을게 분명했다.
내가 예매한 좌석은 2번열 가운데 자리였다. 가장 좋은 자리로 구매한 보람이 있으면 좋을텐데, 하는 마음으로 자리에 앉고 다른 사람들이 들어오는걸 보고 있자곧 금색 빛으로 빛나던 조명이 꺼지고 붉은 커튼이 활짝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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