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김모사
엽록체와 미토콘드리아
새로 들어간 집—영안실이 맞는 표현일 것이다—은 아늑했다. 원래 용도는 알 수 없었지만 녹엽의 집보다 약간 큰 규모에 방이 하나 정도 더 있었고 의외로 녹엽의 집과 거리가 멀지 않아 짐을 옮기기도 수월했다. 녹엽과 화립은 빈집에 가구를 놓고 식료품을 들였다. 방 하나는 실험실이었고 자연스레 나머지 방 중 하나는 침실, 하나는 연구실이 되었다. 자신들의 죽음
그렇게 많은 사람이 등장하지 않고 일본어를 쓰는 걸 보면 아마도 일본의 독립영화나 예술 영화인 것 같았고 대부분의 이야기도 주인공 둘의 심리를 따라갔다. 독특하게도 영화는 태양이 지구에 충돌하는 장면부터 시작했고 녹엽은 그 장면에서 머릿속으로 온갖 태클을 걸었으나 눈으로는 묵묵히 스크린을 바라보았다. 한적한 고등학교와 붉은 하늘과 뜨거운 태양 아래 땀에 젖
녹엽과 화립은 많은 얘기를 했다. 대화의 주제를 종잡을 수는 없었지만 확실히 둘은 즐거운 것처럼 보였고 실제로도 즐거웠다. 그게 오랜만에 할 일을 전부 무시하고 자유로운 시간을 보내서든 잃어버리고 있던 것을 찾아서든. 둘은 좋아하는 음식도 극과 극이면서 함께 그날의 남은 끼니를 전부 챙겼다. 녹엽이 싱겁게먹기실천연구회라면 화립은 지옥에서 돌아온 당 중독이었
녹엽. 과학자. 목까지 올라오는 검은 티셔츠에 얇은 테 안경을 쓴, 특징 없이 흔하디흔해 길 가다 한 번쯤 봤을 것처럼 생긴 그런 사람. 화립. 공학자. 공대생 티를 못 벗은 진녹색 체크 셔츠에, 특징이랄 것은 그저 길게 늘어져 등을 덮은 회보라색 머리카락뿐인 그런 사람. 녹엽은 실은 그 이름과는 전혀 맞지 않는 외관을 가지고 있다. 푸를 록에 잎 엽,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