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KPota
학원 건물의 자동문이 부드럽게 열린다. 대기의 움직임은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건물 내부와 외부의 온도 차가 그리 심하지 않다는 방증이다. 주경태는 얇은 겉옷을 괜히 여미다가, 데스크의 직원과 시선이 마주쳐 가볍게 인사한다. 직원이 자리에 앉으면 이마 위가 겨우 보일 정도의 높다란 데스크. 그 위에는 대체로 수업 자료나 교재 따위의 잡다한 프린트가 놓여 있
주간 기온이 갑작스레 떨어졌다. 학원은 점차 에어컨을 켜지 않게 되었다. 건물 곳곳에 난 작은 창이 열려있는 게 눈에 띄었다. 창문을 열어두기만 해도 건물 내부의 온도가 하강하는 계절이 온 것이다. 지구가 제대로 태양의 주위를 돌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주경태는 교무실의 창문을 열었다. 과학 탐구 교사들의 교무실은 1층에 있어, 창문을 열면 곧바로 맞은
짧은 입원을 마치고, 경태는 깁스 차림으로 학원에 돌아왔다. 단순 골절이어도 골절은 골절이라 몇 주 간은 왼팔에 묵직한 깁스를 차야만 한단다. 깁스 끝 부분에 빼꼼히 튀어나온 다섯손가락에는 아직 네일아트가 남아있다. 손가락을 쓸 수 있는 건 불행 중 다행이겠다. 적어도 키보드는 칠 수 있다는 거니까.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근하니 동료 강사들이 약간의 미소를
은도의 집 근처에서 같이 점심을 먹고 시간을 죽이다가 그대로 출근했다. 오늘의 첫 강의는 은도보다 경태 쪽이 한 타임 빨랐으므로, 수업 준비 잘 하라는 의례적인 인사를 남기곤 분당을 떴다. 운전대를 잡은 왼손의 손톱이 먹구름에 가려진 어두운 햇빛을 받아 반짝반짝 빛난다. 운전에 방해될 정도는 아니다. 두 손이 전부 빛난다면 방해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던
이십 년 째 같은 내용을 반복하고 있자면 역시 지겨워진다. 주경태는 팔짱을 끼곤 의자 등받이에 무게를 실었다. 블루라이트 안경을 콧잔등에 걸친 채 두 눈을 가볍게 감아본다. 컴퓨터 모니터를 볼 때만 쓰는 안경이다. 최근의 모의고사 문제를 머릿속에 로딩했다. 괴랄한 경우의 수를 끔찍한 상황 판단력으로 상쇄해나가는 기가 막힌 킬러 문제를 되짚는다. 실상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