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S (1)
은도의 집 근처에서 같이 점심을 먹고 시간을 죽이다가 그대로 출근했다. 오늘의 첫 강의는 은도보다 경태 쪽이 한 타임 빨랐으므로, 수업 준비 잘 하라는 의례적인 인사를 남기곤 분당을 떴다.
운전대를 잡은 왼손의 손톱이 먹구름에 가려진 어두운 햇빛을 받아 반짝반짝 빛난다. 운전에 방해될 정도는 아니다. 두 손이 전부 빛난다면 방해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던 사이 금세 행정구역이 바뀌었다.
경태의 현 직장은 서울 대치동에 위치한 보습 학원. 삼 층 짜리 작은 건물을 통으로 쓰는, 적당한 규모의 학원이다. 무슨 과목을 가르치는가 하면, 일단 수능을 보는 과목은 대부분 가르친다고 봐도 좋으리라. 과학탐구 강사인 경태는 주로 1층에서 업무를 본다. 자주 들어가는 강의실 역시 같은 층에 있었다.
주차를 하고 정문으로 들어가자마자 이름을 불렸다. 데스크의 직원이었다.
"1, 2강의실 조명이 나가버렸어요. 같은 라인이 싹 고장난 걸 보니 배선 문제 같다네요."
경태는 2강의실의 주 사용자다.
"어, 어쩐지 어제도 깜빡거리더니. 그럼 어딜 쓰죠?"
"2층의 7강의실로 부탁드릴게요."
2층은 수학 강사들의 서식지다. 그렇게 친한 사람은 없지만 얼굴은 알음알음 알고 있다.
가볍게 감사 인사를 하곤 교무실로 들어갔다. 동료 강사들이 언제나의 무표정으로 맞이해 주었다.
강의 한 타임을 마치고 교무실로 돌아가니 은도의 뒷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이제 막 출근한 듯 컴퓨터의 전원을 켜고 있다. 인기척을 느꼈는지 고개를 돌려 경태를 쳐다본다. 처진 눈을 접어 만들어낸 눈웃음.
"밖에 비 엄청 오지?"
강의실 창문 너머로 들려왔던 세찬 빗소리를 떠올린다. 학원의 창문이란 기본적으로 전부 가려져 있지만, 방음 설비는 대체로 하지 않아 다양한 생활 소음이 흘러들어오곤 한다.
"우와, 무슨 스콜 오는 줄 알았잖아? 완전 장대비예요, 장대비."
은도의 곱슬머리는 오늘따라 더욱 파멸적인 잔머리를 자랑하고 있다.
"1강의실 전등 나갔다는 얘긴 들었어?"
1강의실의 주 사용자는 임은도.
"어, 네. 2층 8강의실로 가라던데. 주쌤은 어디 계세요?"
"7강의실. 바로 옆이네."
7강의실은, 평소에는 별로 사용하지 않는 티가 나는 강의실이었다. 그런 점이 쾌적하다면 쾌적하지만 몸에 익은 동선과는 다른 동선을 사용해야 해서 조금 귀찮았다. 8강의실은 과연 어떨까.
다음 타임도 강의가 있었으므로 자연스럽게 은도와 행동을 같이 하게 되었다. 대충 시간이 되어 교무실을 나와 계단을 오른다. 한 층 올라가는 데에 엘리베이터를 타는 건 시간 낭비니까. 그건 학생들도 같은 생각이었는지, 계단을 오르내리는 혈기 넘치는 중고등학생들과 몇 번이고 마주쳤다.
"쌤! 네일 너무 예뻐요!"
같은 말을 서너 번 정도 들은 후에야 2층에 당도했다. 물론 칭찬을 들은 당사자는 은도. 경태의 네일은 집중해서 보지 않는 이상 별로 티가 나지 않는다.
7강의실과 8강의실 사이에서 헤어졌다. 제 강의실의 문고리를 비틀던 경태는, 갑작스레 학생에게 붙잡혀 네일 토크를 하고 있는 은도를 흘긋 훔쳐본다.
"쌤, 그거 야광이죠? 야광 젤 추천해주시면 안 돼요? 저 네일팁 꾸미고 있는데~"
조잘대는 고등학생을 어르고 달래며 강의실에 밀어넣는 모습이 퍽 재미있었다.
이변은 아홉 시 삼 분 전에 발생했다.
가격대가 조금 있는 분필을 오른손에 쥐곤 각잡힌 글씨체로 판서를 해나가고 있었다. 흔해빠진 난이도의 평형 문제는 워밍업 용으로 나쁘지 않다. 압력이 높아지면 평형은 물질의 수가 줄어드는 방향으로 이동한다. 그런 기초적인 원리만 적용하면 쉽게 풀리는 연습문제.
학생들의 표정을 살피니 아직까진 잘 따라오고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 n₁ : n₂ = 1 : 4
4의 마지막 획을 내리긋자마자 눈앞이 새까매졌다.
"어?"
당혹스러운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튀어나왔다. 경태는 무심코 천장을 올려다본다. 시커먼 암흑만이 그를 집어삼킬 듯이 내려다보고 있다. 실상 눈에 들어오는 것이 없으니 제가 고개를 들었는지 않았는지도 판단하기 어려웠지만.
강의실 뒷편의 창문에서 새어들어오는 빛도 없었다. 시트지로 가려져있으니 밖이 보이지 않는 건 당연하지만, 지금은 시트지 너머에서 희미하게나마 보여왔던 가로등의 빛조차 모습을 감추고 있는 것이다.
정전인가?
몇 초 간 취할 행동을 고민하고 있으니 돌연 앞쪽에서 감탄사가 터져나왔다.
"우와, 쌤! 그거 야광 네일이에요?"
고개를 숙여 손이 있을만한 곳을 바라보았다. 확실히 왼쪽의 다섯 손톱이 형광 노랑으로 번쩍이고 있다. 경태는 짐짓 놀라 한 발자국 물러나고 만다. 허리 부근에 칠판의 선반이 닿는다.
"임쌤한테 받으셨어요? 부럽다~"
이건 또 다른 학생의 목소리.
"자, 자. 조용. 지금 이거 부러워 할 때니? 잠깐 둘러보고 올 테니까 다들 얌전히 있어."
교탁에 내려두었던 휴대폰을 들곤 강의실 밖으로 나섰다. 이 학원은 학생들의 휴대전화를 걷는 게 원칙이라, 강의실 안은 아직 빛 하나 없이 깜깜하다.
강의실 밖도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조명이란 조명은 거진 꺼져 있다. 유일한 광원이라고 해도 무방할 듯한, 계단실 위의 비상구 조명만이 푸르게 푸르게 빛나고 있을 뿐. 어둠에 겨우 익숙해진 두 눈이 로비를 서성이는 다른 강사들의 실루엣을 포착했다.
"임쌤!"
형광 주황으로 빛나는 열 손가락은 어둠 속에서도 단연코 눈에 띄었다.
"주쌤? 이거 정전인가?"
"정전이 아니면 뭐겠어."
"소방훈련이라든가."
"그런 공지 못 들었어."
2층의 강사들이 삼삼오오 데스크 앞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1층의 메인 데스크보다는 작다. 경태와 은도 역시 그 앞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몇 명은 이미 휴대폰 플래시를 손전등 대용으로 들고 있다.
"좀 기다리면 정상화 될까요?"
얼굴은 알지만 이름은 모르는 강사의 질문.
"뭐, 정전이 대개 그렇지 않나요."
이 강사의 이름은 안다. 고 유라고, 성과 외자 이름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는 이름이다. 수학 강사였던가.
"수업 끝나려면 아직 한 시간은 남았는데. 그 안엔 해결 되겠죠?"
누군가가 말을 끝맺자마자 모두의 휴대전화가 진동했다. 열 명 안팎의 어른들이 주섬주섬 휴대폰을 확인하는 광경.
"가로수가 벼락맞고 넘어졌다고?"
"전선이 아예 끊긴 모양인데요."
"이거 오늘 안에 해결 되나?"
"해결 될까요?"
동시다발적인 중얼거림을 1층의 거주민인 두 사람은 그저 듣고 있었다.
"......될까요?"
경태 쪽으로 살짝 고개를 기울인 은도가 소곤소곤 묻는다. 콧김이 귓바퀴에 닿아서 간지럽다.
"소방서 같은 데에 전화해 봐야 하는 거 아닌가?"
왠지 모르게 분위기에 휩쓸려 소곤소곤 대답하는 경태.
"이 건물에 애들이 몇 명이나 있는데. 무작정 잡아두긴 그렇잖아."
이번에는 경태의 말이 끝나자마자 다양한 설정의 카톡 알람음이 울린다. 학원 단체 톡방에 알림이 올라오기라도 한 건가. 다시 한 번, 모두가 휴대전화를 확인하고.
"애들 보내라는데요?"
"빠르기도 하셔라, 원장님."
"하긴, 끊어진 게 그렇게 빨리 복구될 리 없지."
"한 시간 정도면 뭐..."
"아, 애들한테 숙제 프린트 나눠줘야 되는데!"
"미리 안 뽑아두셨어요?"
"이제 뽑으려고 했어요... 아~ 아, 망했다~"
약간의 환희와 미소한 비탄이 섞인 집단적 독백은 빠르게 해산되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일 초라도 빨리 직장에서 벗어나고 싶은 거겠지. 경태와 은도도 일단 각자의 강의실로 돌아갔다.
"얘들아, 정전 복구하는 데 시간이 좀 걸린단다. 오늘은 귀가. 프론트에서 휴대폰 챙겨가고. 기출 풀어오는 거 까먹지 말고."
최대한 빠르게 말했다고 생각했건만 로비는 이미 활기찬 목소리의 학생들로 가득하다. 경태도 강의 파일만을 챙겨 강의실을 나선다.
프론트 안쪽에 놓인 열 몇 개의 박스에는 각각 강사들의 이름이 써붙여져 있다. 불과 몇 시간 전 '주경태' 박스에 학생들의 휴대전화를 수거했던 일을 떠올려낸다. 데스크 직원이 프론트 아래에서 부스럭대며 수거 박스를 꺼내고 있다.
"주경태 선생님?"
목소리의 근원지로 고개를 돌렸다. 아까 이름을 생각해냈던 수학 강사가 서 있었다.
"아, 예."
"계단이 어두워서, 사고가 날 것 같아서요. 계단참에서 휴대전화 플래시로 밝혀주시지 않을래요? 저도 돕겠습니다."
앳되어 보이는 얼굴이지만 그도 올해로 서른 중반을 넘겼다고 들었다. 경태는 군말 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유는 잠시 프론트에 얘기하고 오겠다며 자리를 떴다.
프론트에선 아직 열 몇 개의 수거 박스를 전부 꺼내지도 못한 모양이다. 조명이 없으니 박스가 어디 있는지 파악하기도 힘든 걸까. 수 십 명의 학생들이 프론트 앞에서 무리를 지어 웅성이고 있다. 아직 마르지 않은 신발 밑창이 대리석 바닥에 미끌려 끽끽대는 소리가 난다.
학원 안의 광원은 강사 몇 명이 켠 휴대전화 플래시 뿐. 것도 프론트에 집중되어 있다. 은도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아직 강의실에 있나.
경태는 홀로 계단실로 향한다. 프론트 대각선에 위치해 있다. 문 위에 붙은 푸른색 비상구 조명이 나침반 역할을 한다. 열 걸음도 채 걷지 않아 문간을 넘을 수 있었다.
삼 층에서도, 일 층에서도 웅성거리는 소리가 났다. 다수의 음파가 텅 빈 계단의 벽에 부딪히고 또 부딪혀선 느긋한 속도로 전파되어 온다. 위쪽에서 계단을 내려오는 소리가 들리는 것도 같고.
계단 앞에 서선, 주머니에서 휴대전화를 꺼내 플래시 기능을 활성화하려고 했던 때였다.
등에 누군가의 손이 닿았다.
자신을 부르기 위한 손짓은 아니었다.
남을 부르기 위해선 등 한가운데보단 어깨를 건드리지 않나.
게다가, 이렇게 강하게 밀어내지도 않고.
반 층 아래 층계참의 푸른 비상구 표지가 점점 위로 올라갔다.
제 시야가 아래로 움직이고 있다는 증거다.
급하게 손을 뻗어 몸을 멈추려고 했지만 허사였다.
가여운 휴대전화만이 공중제비를 몇 번 돌다가 계단에 부딪혀서, 탁, 탁, 탁.
어깨가 계단에 부닥쳤다. 끔찍한 고통이 신경을 타고 전신으로 내달린다. 비명을 지를 새도 없이 무게중심이 크게 한 바퀴 돌아서, 꼭, 롤러코스터를 타는 기분이.
열심히 구르던 도중 무심코 눈이 뜨였다. 찌릿찌릿한 통각이 몸을 제멋대로 조절한다.
새하얀 발등 두 개가 공중에 떠 있다.
엉망진창으로 굴러떨어지는 와중에도 이게 무엇인가 인식하려는 제 자신을 인식한다.
발등은 시야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아래로 축 처진 발등이.
아, 하긴 학창 시절엔 그런 괴담이 성행했었지. 1등을 이기지 못해 학교에서 자살한 2등의 원혼 같은 거.
팔이 이상한 각도로 꺾인 기분이 들었다.
굴곡진 언덕을 슬라이딩하던 등과 엉덩이가 평지에 닿았다.
눈앞이 새파랗다.
발등은 잠시 경태를 살피다가, 어느 순간 사라져버렸다.
벽을 매개로 들려오던 소리 역시 멎었다.
경태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눈동자를 몇 번 굴리다가, 그대로 눈을 감았다.
학생들을 마중하러 프론트에 나왔던 은도는 다시 8강의실에 들어와 있었다. 휴대전화를 깜빡 놓고 온 게 떠올랐기 때문이다. 귀가하라는 그 짧은 말을 하면서 교탁에 휴대전화를 두었던 모양이다. 아무도 없는 컴컴한 강의실 안에서 두 팔을 휘적이고 있으니 제 처지가 웃겨 픽 웃음이 나오기도 하고.
겨우 손 끝에 휴대전화가 닿았다. 꼭 쥐고 강의실 밖으로 나온다. 프론트 직원들은 휴대전화 수거 박스를 프론트 아래서 꺼내느라 여념이 없다. 코앞에서 대기 중인 수십 명의 학생들의 시선은 분명 상당한 압박이 되리라. 지금은 광원이 부족해 그들의 실루엣만 보이겠지만.
은도는 프론트 근처에서 이리저리 고개를 돌렸다. 경태를 찾고 싶었다. 왼손이 빛나니 쉽게 눈에 띌 텐데, 이상하게 보이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 화장실이라도 간 걸까.
계단실 쪽에서 무언가 굴러떨어지는 소리가 난 건 그 직후였다.
가벼운 물체가 탁, 탁 하며 몇 번 튕겨나가는 소리 역시 코러스처럼 겹쳐졌다.
웅성이던 목소리들이 멈췄다.
"이게 무슨 소리야?"
"계단에서 누구 굴러떨어진 거 아냐?"
다급하게 계단실로 향하는 발소리.
어쩐지 불길한 예감이 들어 은도 역시 허둥지둥 계단실로 향한다.
"우와, 임쌤 완전 튀어."
같은 감탄사가 귀에 들어왔다가 금방 흘러나갔다.
계단실에 가장 먼저 도착한 건 이름이 특이한 수학 강사였다. 은도는 그의 뒤를 따라 계단실에 몸을 구겨넣는다. 계단참이 넓지는 않아, 대부분의 시야가 바로 앞의 수학 강사에게 가려졌다. 까치발을 해도 플래시로 비춰진 광경이 전부 보이지는 않는다.
"주경태 선생님!"
그 이름을 듣는 순간 몸이 굳었다.
설마 했는데, 정말로?
"선생님! 괜찮으세요?"
수학 강사는 플래시가 켜진 휴대폰을 들고 빠르게 계단을 내려갔다. 그제야 시야가 뻥 뚫려서, 당면한 상황이 점차 이해되기 시작한다.
반 층 아래의 계단참에 경태가 누워있었다.
기묘한 포즈로 쓰러져 있다.
움직임은 전혀 없다.
그래도, 그 근처에 혈액 같은 건 보이지 않아서......
은도는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하다가.
삼 층에서 내려오던 강사와 눈이 마주쳤다. 이름은 생각나지 않지만 영어 강사였던 것 같다.
"무슨 일이에요?"
아연한 표정의 은도에게 물어왔다.
"아, 그, 그게......"
얼어붙어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은도를 제치더니, 아래쪽 층계참에 휴대폰 플래시를 가져다 비춘다. 경태의 어깨를 툭툭 치고 있는 수학 강사가 보인다.
"굴러떨어지셨군요."
"아, 네. 어쩌다가 그러신 건진 저도 잘......"
"지금 비가 엄~청 와서요, 차가 막히는 거 같은데. 구급차가 빨리 오려나...... 걱정이네."
은도는 근처 응급실의 위치를 찾아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구급차가 오지 않으면, 제 차에 실어서 옮기면 그만이다.
"......저, 저. 주쌤 챙겨보러 가보겠습니다. 하원 지도 부탁드려요."
"안 그래도 그러려고 내려왔죠. 수고하세요."
은도는 계단 난간을 붙잡곤 허우적대며 아래 층계참으로 내려간다. 두 번 정도 미끄러질 뻔 했지만 난간이 있어 버틸 수 있었다.
"주, 주쌤. 주쌤."
수학 강사는 이미 119에 전화를 하고 있다. 사람이 계단에서 굴러서 의식이 없는데요, 따위의 서술이 유창하게 흘러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저렇게 침착할 수 있는 거지. 은도는 기다란 손톱이 붙은 손을 덜덜 떨며 경태의 어깻죽지 정도를 건드려 본다.
축 늘어졌던 몸이 움찔 튀어올랐다. 은도는 화들짝 놀라 손을 떼어낸다.
"......아, 아파......"
"주경태 선생님, 정신이 드세요?"
"......아윽."
"선생님. 움직일 수 있으시겠어요."
대답은 없다. 으윽, 하는 단발적인 신음만이 몇 번 이어진다. 괴로운 듯 찡그려진 얼굴이 가여워 보였다.
"주쌤, 괜찮아요?"
"......발..."
"발? 발이 아프다고?"
"......발등이..."
"발등이 아파?"
"따라 와......"
"어?"
발등이, 따라 와?
"주쌤, 그게 무슨 소리예요. 주쌤?"
더 이상의 대답은 없었다.
이상한 대답 역시 없었다.
주쌤, 어디 잘못된 거 아닌가.
힘없이 처진 경태의 몸을 내려다본다.
완전히 이완된 얼굴 근육을 훑어본다.
무서운 예감이 신경을 타고 온몸으로 퍼져나간다.
저도 모르게 한 손으로 입가를 꾹 눌렀다.
날카로운 손톱이 볼을 깊게 찌른다.
마른침을 삼키는 자신을 자각한다.
"곧 119가 온답니다. 그때까지만 2, 3층 애들 대기시켜 주세요."
수학 강사는 여전히 차분한 톤을 유지하고 있었다.
은도는 속이 좋지 않아져서, 1층과 이어진 계단 쪽으로 시선을 돌린다.
걱정스러운 얼굴의 과학 강사 몇 명이 이쪽을 올려다 보고 있었다.
오늘따라 이상하게 그리운 면면들이라고, 은도는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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