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썸
총 11개의 포스트
인생을 따라다녔던 환청에 키요카는 짐짓 얼굴을 찌푸렸다. 물 먹은 듯한 무거운 몸, 심해 한 가운데에서는 귀를 막아도 귀 사이로 물이 쏟아들어온다. 꺼떡이는 숨, 얼굴조차 보이지 않는 무저갱... 빛 따위 들지 않을 것이라며 어둠 속에서도 손짓하는 물살, 일생을 따라다니는 제 존재의 부정 같은 거대한 자연. 또 가만히 있노라면 희게 질리는 숨보다 차츰 물
쏴아아ㅡ 키요카는 파도의 잔물결 소리에 흠칫, 잠이 깼다. 5교시, 점심시간이 막 지나고 한 시가 조금 넘어가는 동아리 시간이었다. 이제 막 가물가물한 시야에 가득 들어차는 햇빛이 눈부셨다. 이상하다, 여기 그렇게 채광이 좋았나... 따위의 생각을 하자마자 지금 저를 흔들어 깨우는 것이 사람임을 본다. 눈 앞에 햇살같은 머리칼이 창문 틈의 바람으로 흔들린
뭍에 막 상경한 키요카는 바빴다. 겐죠와 만난 이후로는 말할 틈도 없거니와, 새해를 맞이하고 나서도 바빴다. 겐죠가 바빠질 것이라는 것은 당연히 빈 말이 아니었기에.. 키요카는 1월 1일에 인사 차 보낸 새해 복 많이 받으라는 문자의 답을 2월이 되고 나서야 받았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너도. 이미 새해는 꼬박 지났네요.. 키요카는 그 답장을 보며 한
왕자는 단 한번도 인어공주를 사랑한 적 없거든, 그때도, 지금도 쉬워. 그렇다면 정말로 왕자는 본인을 물에서 건져낸 인어를 미워했을까요? 인어는 바닥으로 끝없이 유영한다. 왕자의 허무마저 끌어안고 물에 빠진 인어는 결국 물거품이 된다. 시야가 서서히 부서지며 몸 안으로 물이 쏟아져 들어온다. 폐부를 틀어막는 익숙한 감각에 인어는 그 수면같은 눈을 한번
키요카는 문득 잠에서 깼다. 사방에서 들려오는 파도 소리 때문에 눈이 감길 수가 없는데 이상한 일이다, 요새 유독 피곤했나.. 주변은 곧 자유 시간인 탓에 무척이나 소란스러웠다. 아이들의 입에서 시덥잖은 소리가 들렸다. 뭐 하러 갈거야, 오늘 연극부에서 뭐 한다고 하지 않았어? 키요카는 부스스한 머리를 흔들어 잠기운을 몰아냈다. 평소였다면 작은 파도 소리
주의! 자살, 자해, 익사 등 우울한 묘사가 있습니다. BGM 4위 사자자리. 기쁜 초대가 늘어날 것 같아! 키요카는 가만히 포켓북을 내려다보고 오늘 운세를 확인한 페이지를 북 찢어 방바닥에 구겨 바닥에 아무렇게나 던져 놓았다. 4위, 4위, 마지막으로 봤던 순위가 아른거렸다. 사방이 물이었다. 화장실 세면대 안의 고장난 수도꼭지 탓에 물이 넘쳐
쏴아ㅡ 눈 돌리면 늘 바다, 그래, 늘 바다였다. 하지만 적어도 여긴 아니었는데. 키요카는 운동장 바닥을 한참이나 내려다보았다. 어둑어둑한 시야, 늘 들려오는 물 밀려오는 소리, 키요카는 가만히 두 손으로 귀를 틀어막았다. ..바람으로 마모된 지 오래인 그림은 흔적만이 남아있다. 흐릿한 태양 아래 해파리.. 키요카는 젖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발코로 이
*마찬가지로 커뮤니티 진행도에 따라 패닉 때의 역극 내용 + 지금까지 진행된 스토리 내용이 섞여있을 수 있습니다. 불편하시면 편하게 스루해주세요! 키요카는 가만히, 당신이 지워내 마침내 완성된 그림을 내려다보았다. 제가 죽죽 원을 따라 그었던 태양을 지워낸 것. 태양 아래 해파리는 수그라든 햇빛에 기뻐할까, 또는 그것조차 느끼지 못하고 영영 표류하는 삶을
키요카는 손을 뻗어 당신을 끌어안았다. 울음이 채 멎지 않은 더운 숨이 몇 번인가 당신의 귓가에서 오갔다. 문을 열면 사방에서 들어차는 파도소리가 두 사람을 밀회의 정원으로 데려간다. 그때와 조금도 바뀐 것이 없었으니까. 당신 앞의 줄리엣은 여전히 아무것도 버린 것이 없는 채이다. 키요카 는 애초의 수면 밑에 있던 존재였으니. 더 이상 떨어질 곳도 없었으
쏴아ㅡ 스즈레 시를 늘 감싸는 바닷소리가 난다. 지금 둘이 있는 곳은 바다의 모습따위 보이지 않는 평야였으나, 눈 앞의 푸른 머리가 일순간 휘날려 파도를 만들어낸다. 나카이는 당신의 말을 듣고 가만히 눈을 깜빡였다. 나츠사키, 夏咲 …. 어떻게 이름마저도 지독한 여름일 수 있나. 여름에 태어나고 바다를 닮은 자신, 겨울에 태어나 여름의 이름을 받고, 생긴건
여름을 나기 위해 개방해둔 열린 사방에서 쏴아아, 하는 바다 소리가 난다. 스즈레 시의 어디에 서 있든지 들을 수 있는 흔한 소리, 좁은 교실 안, 벽에 기대 있는 두 사람. 당신이 붙잡은 키요카ㅡ그러니까 당신의 줄리엣ㅡ 은, 당신의 감언이설에 가만히 눈을 깜빡인다. 여전히 일렁이는 시야, 별 기대감 없는 몸짓… 이 혐오스런 이름이 당신에게서 나를 갈라 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