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풍을 노래하는 모형정원의 피에스 3화
아침 식사를 끝낸 우리들은 엘리베이터에서부터 하늘을 날며 서쪽 나라 외곽으로 향했다.
소문의 극단 ‘허풍의 정원’은 이야기를 들은대로, 잡다한 모습의 거리를 빠져나간 길 구석에 있었다.
강가 근처의 휑한 장소에 수많은 텐트나 낡은 오두막집이 줄지어 서있었으며, 크고 작은 간판이 걸려 있었다.
그 중앙에는, 한층 더 커다란 텐트가 있어 군중이 모여 있었다.
유객꾼
자아자아! 아무나 들리세요, 보고 가세요! 기묘하고 기괴한 무대의 개막입니다!
미틸
활기차네요…! 술이나 간단한 식사를 파는 노점도 있어요.
시노
축제라도 하는 것 같군. 화려한 모습을 한 녀석들이 잔뜩 있어.
클로에
이야기로는 들었지만, 온 건 처음이야… 이런 곳이었구나.
라스티카
풍요의 거리와도, 거품의 거리와도 다른 활기가 있네. 모두 함께 올 수 있어서 다행이야.
아키라
그러네요. 잡다한 분위기가 신선해요… 여러분, 동행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내가 돌아보자, 둥실둥실 가까이에서 날고 있는 사쿠쨩도 끄덕이는 듯한 동작을 했다.
레녹스
재액의 영향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였으니까요.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기꺼이.
시노
오늘은 의뢰에 나갈 일정도 없었고 말이지.
미틸
저도 도와드릴게요!
네로
어린 아이들과 현자님만 보내는 것도 거북하니까.
파우스트
만일의 경우, 어른인 라스티카만으로는 힘겹겠지.
오웬
나도 있는데.
‘어느 상연 목록을 보면, 기분이 이상해진다.’
재액이 찾아왔을 때부터 시작되었다는 소문을 말하자, 원래부터 있었던 멤버에 더해 파우스트네도 동행해주기로 했다.
오웬
줄줄이 따라와서, 개미 행렬 같아.
뭐 됐어. 나는 불행한 녀석들을 비웃으러 온 것 뿐이니까, 아기들을 지킬 생각은 없어.
클로에
오웬, 벌써 가는 거야? 상연 목록 정도는 함께 보자!
라스티카
오웬은 온 적이 있는 거지? 우리들은 처음이니까, 오웬이 있어줘서 무척 안심이 돼.
오웬
연극을 구경하는데에, 처음이고 뭐고 없지 않아?
아키라
(전에 ‘코모스의 서커스’를 보러 간 마을과는 꽤나 분위기가 다르네…)
소란스럽고 활기가 넘치는 건 다를 게 없었지만, ‘허풍의 정원’에는 조금 불가사의한 무드가 있다.
건물이나 간판의 색 조합은 어느 것도 화려하고 진해, 네온으로 빛나는 환락가처럼 보였다.
유객꾼
곧 있으면 개연이야! 아무나 누구나, 서둘러 서둘러!
레녹스
마침 공연이 시작되는 모양이네요.
네로
우선 적당히 자리에 앉을까.
텐트 안은 관객으로 가득 차있었다. 관객석에 둘러싸인 무대가, 호사스럽게 장식되어 눈부시게 빛나고 있다.
열기에 휩싸인 가운데, 울려퍼지는 종소리를 신호로, 무대의 막이 올랐다.
클로에
와앗, 저 사람, 팔이 흐늘흐늘 굽어진 것처럼 보여… 속임수일까?
미틸
저쪽에 있는 사람은, 불 덩어리를 몇 개나 먹어치우고 있어요!
시노
마법의 기척은 없으니까 인간일 텐데… 저런 걸 먹고, 목과 배에 화상을 입지 않는 건가?
말하는 고양이 같은 사람
이 근처에서 노린내가 나는데, 들개라도 섞여있나?
말하는 개 같은 사람
시끄러워, 개다래 나무라도 먹어라!
아키라
귀와 꼬리가 달린 강아지 같은 사람과 고양이 같은 사람이 싸우고 있어…
기묘한 분위기의, 거리에서 하는 연극과 같은 것부터, 버팀목을 사용한 댄스와 같은 곡예 등, 눈을 사로잡는 상연 목록이 차례차례 선보여진다.
마법사인 배우도 있는 모양으로, 마법이나 속임수를 사용한 재미있고도 유쾌한 상연 목록도 눈에 띄었다.
지금은 무대에서, 조금 얇은 옷을 입은 여자가 배우 위에 두 다리를 벌리고 올라타더니, 말처럼 돌아다니고 있다.
네로
헤에, 좋네.
파우스트
어이, 아이들 앞이다.
레녹스
……
미틸
레노 씨, 왜 그러세요? 이러면 앞이 보이지 않아요…!
시노
하하. 눈이 가려졌어. 꼬맹이에게는 아직 이르단 거겠지.
파우스트
……
시노
앗, 어이! 왜 내 눈도 가리는 거야!
취한 관객
아하하, 나도 타줘!
오웬
좋아. 내가 고삐를 잡아줄까?
취한 관객
뭐, 뭐야 너는!
모자를 쓴 관객
아하하, 잘 됐네. 부럽구만.
라스티카
그럼, 당신의 고삐는 제가 잡아드리죠.
모자를 쓴 관객
헥…!? 우리들은, 저 누님한테 말한…
취한 관객
아니… 자세히 보니 형님들, 꽤나 괜찮은 남자잖아… 마침 좋을지도.
주근깨가 있는 관객
아하하! 그런 짓 하지 않아도, 당신들은 항상 엉덩이를 걷어 차이잖아!
관객들은 더없이 자유롭게 환호성도 야유도 날렸다. 술을 마셔 정신없이 자는 자도 있으면, 도중에 자리를 뜨거나 새롭게 들어오는 자도 있었다.
파우스트
매우 바쁘군. 느긋하게 연극을 감상할 만한 분위기도 아닌 것 같지만.
네로
아첨으로도 품위 있는 관객층이라고는 말할 수 없지만, 변두리의 극장은 이런 거겠지.
레녹스
그래. 하지만, 생각했던 것만큼 치안이 나쁜 장소로도 보이지 않아.
어느 쪽인가 하면, 성인 대상의 상연 목록도 있지만, 거리낌 없이 좋을 대로 연극을 구경하기만 할 뿐이고…
사회
자아자아, 다음으로는, 모두가 고대하던 피에로의 희극이다!
이 극단의 간판, 희곡 ‘발푸르기스의 밤에 만납시다’를 똑똑히 보시기 바랍니다!
아키라, 클로에, 라스티카
…!
들은 적 있는 프레이즈와 함께 무대에 나타난 것은, 매우 화려하게 몸치장을 한 여자 피에로였다.
여자 피에로
라라라~♪
‘발푸르기스의 밤에 만납시다. 분명 누구도 이 희극을 눈치채지 못해.’
클로에
이 노래… 역시, 아이들이 말한대로 이 극단의 노래였구나.
라스티카
역시, 이 인형은 이 극단에 연고가 있는 걸지도 모르겠네.
그녀의 평온한 노랫소리가 텐트에 울려퍼진다. 멋대로 소란을 피우고 있던 관객들도, 전보다 무대를 열심히 보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여자 피에로
‘거짓말쟁이 피에로는 인기가 많아. 언제나 모두를 웃게 해줘.’
‘깔깔 후후후 앗핫하’
노래하며 춤추는 그녀의 주변에, 배우들이 모인다. 여자는 강아지 인형에게 물려 아픈 척을 하거나, 유쾌하고 즐겁게 익살맞은 행동을 하기도 했다.
그런가 했더니, 어깨에 걸친 천을 풀어헤치며 몸을 굽히더니, 가면 안쪽에서 매력적으로 웃는다.
여자 피에로
‘상대해 드리도록 하죠. 어릿 광대인 저를 마음대로 하세요.’
아키라, 클로에
와, 와아…
모자를 쓴 관객
휘유~! 이 녀석은 걸작이다!
점차 변해가는 분위기나 표정의 변화에, 눈이 이끌린다.
관객들은 그것을 보며, 손바닥을 치면서 즐거운 듯이 웃고 있었지만…
취한 관객
좋아, 좋아! 캬하, 아~핫핫!
주근깨가 있는 관객
이히, 히힛, 히히히!
시노
…야. 관객의 상태가 이상하지 않아?
미틸
네, 네… 방금 안무는, 그렇게 웃을만한 부분이 아닌 기분이 드는데.
네로
왠지, 이상하게 고조됐다고 할까…
연극이 이어짐에 따라, 관객석의 웃음 소리는 이상한 것이 되어 있었다.
숨을 그치고, 몸을 젖히면서, 망가진 자명종 시계처럼 매우 소란스럽게 웃고 있다.
레녹스
…파우스트 님.
파우스트
그래. 《사틸크나트 무르클리드》
파우스트가 주문을 외우자, 수면 속에 있는 것처럼 어렴풋이 소리가 멀어진다. 마치, 고막에 한 장의 막을 씌운 것처럼.
파우스트
현자나 어린 마법사는 귀를 너무 기울이지 말도록 해라. 마음을 뺏길 거다.
아키라
읏, 네…
미틸
모두, 왜 저러는 거예요…?
기분 나쁜 열기에 떨면서, 나와 미틸은 생각치도 못하게 몸을 맞댔다.
사쿠쨩도 내 어깨 위에서 털을 곤두세우며 경계하고 있다.
오웬
하하, 최고. 회장 통째로 우스꽝스러워서 재밌어.
마치 모두 피에로가 된 것 같아.
자켓을 입은 관객
어이, 아직 묘한 연극을 할 셈이냐!
그때, 입구에서 들어온 관객이 둥글게 뭉친 종이를 무대 쪽으로 던졌다.
자켓을 입은 관객
내 마누라도, 이거 때문에 완전히 얼뜨기가 되어버렸어.
덕분에 집안일도 손에 잡히지 않아. 이런 미쳐버린 노래, 지금 당장 그만둬!
주근깨가 있는 관객
캬하하! 맞아, 그만둬라!
그 야유에 다른 관객도 분위기에 휩쓸려 깔깔 웃으며 물건을 던지기 시작했다.
라스티카
이건… 무대를 즐긴다고 하기에는, 조금 난폭하지 않을까.
클로에
저 아이, 괜찮을까… 딱딱한 물건을 맞으면 다칠 거야.
그럼에도 여자 피에로는 연극을 계속 이어갔지만, 관객들의 못된 장난은 멈추지 않았다.
던져진 화병이 무대의 끝에 맞아, 산산조각났을 때, 결국 그녀는 목소리를 높였다.
여자 피에로
…읏, 적당히 해! 관객이라고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야!
취한 관객
시끄러워! 거드름 피우지 마!
자켓을 입은 관객
관객한테 무슨 말버릇이냐! 후려 갈겨주지!
살벌한 회장이, 기분 나쁜 열기에 휩싸인다.
결국 머리에 피가 솟은 관객이 무대에 난입하여, 여자 피에로를 붙잡으려고 했다.
미틸
앗!
아키라
위험해…!
무심코 목소리를 낸 순간, 커다란 그림자가 뛰어들었다.
레녹스
핫…!
무대에 뛰어 올라, 여자 피에로를 감싸는 듯이 관객 앞을 막아선 것은 레녹스였다.
자켓을 입은 남자의 손목을 잡고, 가볍게 비틀었다.
레녹스
무대에서 내려가줘. 이건 지나쳤어.
자켓을 입은 관객
뭐, 뭐야, 이 녀석…! 극단의 호위꾼인가!?
레녹스의 양
메에~!
자켓을 입은 관객
엣, 양…? 동물을 데리고 있다는 건, 이 녀석도 배우인가?
파란 머리카락의 극단원
아이리스, 괜찮아!?
키가 큰 극단원
형님, 죄송해요! 손님도, 부디 진정해 주세요!
오웬
아이리스…
헤에, 저 녀석이.
아키라
(…?)
날붙이를 쓰다듬는 듯한 목소리로, 오웬은 작게 중얼거렸다.
그러나, 그 목소리를 지워버리는 것처럼, 소란을 눈치챈 극단원이 무대 안쪽에서 뿔뿔이 나타난다.
그러는 사이에도 회장은 웃음의 소용돌이에 휩싸여 있었다.
깔깔, 아하하, 이히히. 일그러지게 튀어오르는 목소리가, 회장을 가득 채우며 울려 퍼졌다.
클로에, 라스티카
……
파우스트
…결국 와서 정답이었을지도 모르겠군.
네로
저주나 괴이의 종류인가? 저 누님이 노래하기 시작한 전후로, 회장의 공기가 달라졌어.
파우스트
이변이 일어난 건 확실하지만, 그녀에게서 나쁜 기척은 느껴지지 않아.
공연에 깃든 무언가가, 청중에 영향을 준 건가…?
오웬
후후. 역시 여기, 왠지 좋은 장소네.
쓰레기터에 모인 벌레 같은 놈들이 서로의 상처를 핥아주는 것 같아서.
아키라
저기, 오웬. 전에 왔을 때도 이런 느낌이었나요?
소문으로 들은 것처럼, 정신이 이상해지는 정도의 레벨이 아닌 것 같은데…
오웬
아니? 전에는 이렇게 엉망진창이 아니었어. 꽤나 관객의 예의범절이 좋아졌네.
하지만, 피에로 주제에 웃는 얼굴의 가면을 벗어버리다니. 저 여자, 연기가 서투른 거 아니야?
양철 인형
…달그락 달그락.
오웬
아팟! 뭐야. 이 녀석 지금, 날 깨문 거야?
클로에
화낸 거 아니야?
라스티카
저 아가씨의 노래가 마음에 들었나봐. 그런 거니?
양철 인형
…달그락…
아키라
끄덕였어…?
시노
이 녀석 의사 소통 할 줄 알았어?
클로에
여보세요, 어이~ 들리면 대답해줘?
레녹스
모두, 다녀왔어. 갑자기 뛰쳐나가서 미안해.
미틸
어서 오세요. 레노 씨. 다친 곳은 없나요… 아니, 어라?
파우스트
너, 그 옷은…
시노
파우스트도 마찬가지야. 갑자기 모습이 화려해졌어.
네로
아니, 너도 나도, 모두 바뀌어 버렸는데.
오웬
……
언제부터인가, 모두의 옷이 바뀌어 있었다. 무대에 설 것 같은, 화려한 복장이다.
라스티카
이 극장에 맞춰서 주문한 것 같은 멋진 의상이네. 누군가의 선물인 걸까?
클로에
나는 아니야. 그럴 시간도 없었고!
아키라
그럼, 대체 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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